[기자의 눈] 사법시험은 세월에, 로스쿨은 돈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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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은 세월에, 로스쿨은 돈에 울고
  • 법률저널
  • 승인 2013.08.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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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사법시험은 세월에 울었고 로스쿨은 돈에 울어야 하고…” 최근 한 로스쿨관련 카페에 수험네티즌이 법조인양성 제도에 대해 남긴 댓글이다.


사법시험은 법과대를 졸업하고도 평균 4~5년의 노력이 있어야 합격한다. 그것도 100명 중 5명만 합격한다. 소위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은 높은 경쟁률과 치열한 실력경쟁이 펼쳐진다. 결국 낮은 합격률 탓에 길게는 10년을 공부해도 합격은 요원한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또 현재도 그렇다. 아직도 수험가에는 “사법시험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청춘과 세월을 담보로 법서와 싸우는 숱한 젊은이들이 있다.


사법시험에 대해 “세월에 울었고…”라는 위 수험생의 울분 섞인 표현은 그의 경험담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법시험을 이처럼 정곡을 찌르듯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지난 숱한 세월, 특히 20대를 온전히 사법시험 하나만을 향해 달려왔지만 결국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해 통곡을 하는 한 젊은 법학도의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로스쿨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하지만 썩 내키지가 않는다는 심정도 이 짧은 글에서 느낄 수 있다. 로스쿨에 대해 “돈에 울어야 하고…”. 참으로 적나라한 언어구사력인 듯하다. 이제라도 사법시험을 단념하고 로스쿨로 전환하고자 하지만 로스쿨의 값비싼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는 탄식에 배어 있는 듯하다.


사법시험의 점진적 감축과 폐지,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력 일원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노장 사시생의 슬픈 비애가 서려 있는 듯해 기자는 소름끼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큰 길에서 거대한 수레바퀴 앞을 가로 막은 사마귀에 대한 고사성어가 떠오르게 한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 때의 일로 어느 날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터를 향해 가던 도중에 벌레 한 마리가 앞발을 휘두르며 수레를 부술 듯이 덤비는 것을 보았다. 장공이 “참 맹랑한 놈이다. 저것은 무슨 벌레인가?”라고 묻자 마부는 “사마귀라는 벌레인데 저것은 앞으로 갈 줄만 알지 뒤로 갈 줄은 모르는 벌레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대답을 들은 장공은 “만약 저 놈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훌륭한 용사가 되었을 것”이라며 “용기가 가상하니 수레를 돌려라”라고 말했다.


큰 길에서 외로이 홀로 수레바퀴와 맞서고 있는 사마귀와 같은 심정이 위 수험생뿐만 아니라 불과 4년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대한민국 모든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내면이 아닐까 싶다. 맹랑한 놈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고 자리를 비켜주던 장공의 심정은 기성 법조인, 법무부, 로스쿨 교수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일지도 모른다.


갈 수 있다면 돌아서라도 가면 되건만 “돈에 울어야 한다”는 한 젊은 법학도의 절규를 과연 공부 밖에 몰랐던 벽면서생의 푸념으로만 보기에는 현 로스쿨은 지나친 고비용의 시스템이다. 최근 법률저널이 대학알리미를 통해 조사한 2013학년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15,310,64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금 또한 300만원을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2009년 출범 이래 등록금은 매년 상승했다는 것.


“사법시험은 세월에 울었고 로스쿨은 돈에 울어야 하고…”라고 객기(?)를 부리는 한 젊은 법학도는 수년 후 어떤 모습으로 이 사회에 서 있을까. 불과 100~200명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있을 지, 아니면 운 좋게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의 꿈을 펼치고 있을 지, 아니면 제3의 길로 전환해 있을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현 모든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자화상을 이 한 수험생을 통해 들여다보는 듯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은 왜일까.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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