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땀의 희열과 기쁨, 박근혜 대통령도 땀 흘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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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땀의 희열과 기쁨, 박근혜 대통령도 땀 흘렸으면
  • 법률저널
  • 승인 2013.08.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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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아침, 멀리 동해바다에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어제는 울산바위를 올랐다. 울산바위 최정상 부분 철계단을 오르며, 내 온몸은 땀으로 푹 젖었다. 힘들게 산을 오르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에 절어드는 느낌은 남다른 상쾌함이다. 금년 들어 기온이 가장 높은 날, 홀로 산을 오르며 세상만사를 잊었다. 땀이 있는 곳에 정상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땀 흘리는 기쁨을 만끽하였다. 세월을 먹으면서 종종 산을 찾게 되고, 산을 오를 때마다 아직은 건강한 몸으로 땀 흘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울산바위 정상에서 휘날리는 태극기와 웅장하게 늘어선 울산바위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고 내려 보는 세상은 홀로 아름다웠다. 어둑해지는 시간에 산을 내려오다가 티브이에도 소개된 바 있는 짐꾼 아저씨를 스치게 되었다. 나는 맨몸으로 산행하면서도 힘들어 쩔쩔 매었는데, 그 가파른 산길을 지게에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지고 산속 식당과 매장에서 판매할 물건을 잔뜩 싣고 묵묵히 걸음을 내딛는 그의 모습에서 삶의 곤고와 함께 장엄한 무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은 젊어 그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를 수 있겠지만, 어느 세월 한 순간 그의 무릎이 망가져 더 이상 걸음을 내딛을 수 없는 순간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혼자 코끝이 찡해졌다. 운반비를 얼마나 받기에 저 산을 무거운 짐받이가 되어 오르내린단 말인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지팡이가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네 삶에 과연 어떤 지팡이가 우리를 지탱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렇다. 우리네 삶도. 무거운 짐을 지지 않고 평안하게 일생을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오죽하면 젊은 예수가 회중을 향해, 너희 모두 너희들의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르라 했을까?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제2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었다. 그의 임명을 지켜보며, 20여 년 전 한 지인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다. 그가 중앙정보부 제5부장(대공수사국장)으로 재직하던 때 그의 방에는 모니터가 한 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지인은 중앙정보부를 그만 두었지만, 근무 당시 김기춘 전 대공수사국장을 모시고 있던 부하 직원 중의 한 명이었다. 그 모니터에서는 대공수사관들의 수사실 현황이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되었다고 한다. 물론 김기춘 대공수사국장은 종종 그 티비이를 지켜보며 수사관들의 수사현황을 확인하고는 하였다는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던 1974년부터 1979년까지는 중앙정보부가 유신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민주인사와 민주화운동을 벌리던 학생들을 불법연행하여 감금, 고문을 자행하던 악명 높던 시기였다. 유신정권유지를 위해 가짜로 간첩단을 조작하고, 민주화운동을 전개하던 수많은 민주인사를 연행하여 고문을 가하던 시기였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사람들이 전혀 생뚱맞은 곳에서 의문사하였다는 보도가 속출하던 시기였다. 그들 중 상당수가 민주화이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고, 피해보상을 받았다.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의 보안법 위반수사가 상당부분 잘못된 것이었음이 밝혀진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바위를 홀로 오르며 나중에는 지쳐서 한 발 한 발 떼어놓기도 힘들어지던 때쯤,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한줄기 산바람은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하지만 어디선가 한줄기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러한 희망마저 없다면 이 푹푹 찌는 더위를 어찌 참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김기춘 비서실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소위 “초원복집사건”이다. 초원복집사건은 1992년 12월 11일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초원복집에서 김기춘 현 비서실장,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교육청교육감, 김대균 부산지구 기무부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강병준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등 9명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벌어진 제14대 대통령선거 불법모의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초원복집에서는 법무부장관직을 그만 둔 김기춘 현 대통령비서실장이 부산의 정ㆍ관계 책임자들을 소집하여 어떻게 하면 김영삼 당시 여당 대통령 후보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여론조작을 할 것인가를 획책하는 자리였다. 9명의 인원 하나하나는 어찌 보면 부산이라는 한 지역에서의 분야별 최고실력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행정 최고책임자인 부산시장, 교육계 최고책임자인 부산교육청교육감, 검찰 총책임자인 부산지검장, 경찰 총책임자인 부산경찰청장, 군인의 실질적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어 군 내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부산기무부대장, 안전기획부 지역책임자인 부산지부장, 부산 재계를 대표하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부회장 등 이 여덟 명의 부산 실세들이 의기투합하면 부산시내에서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20여년 전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볼 때 거의 부산지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모여서 작당한 일은, 첫째,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부산출신의 김영삼 후보를 부산지역에서 전폭 지지할 수 있는 선거분위기를 만들자는 것, 둘째, 언론기관을 조종하여 유리한 보도를 늘리자는 것, 셋째, 검찰과 경찰의 양해가 있을 것이니 불법선거운동을 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것(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장은 양해 수준을 넘어 “제가 더 떠듭니다.”라고 아부하고 있다), 넷째, 상공회의소 등 재계가 나서서 소속 회원들에 대한 여당후보 지지활동 전개 등 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의 발언내용에 의하면 부산에 내려오기 전에 유성에서 하룻밤 투숙하고 왔음을 밝히고 있는바, 대전 충남지역에서도 유사한 지위의 인사들이 모이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지역감정 조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상공회의소 회장에게 제시하면서 공무원들이 하기 곤란하니 민간단체에서 해 줄 것까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까지 설명하기조차 하고 있다.


그가 유신헌법의 기초안 작성 실무자였다거나,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책임자로 적극적으로 행동하였다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7인회 원로 멤버 중의 한 사람이거나 등 더 많은 이야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더라도, 그의 과거행적 속에서 음험한 권모술수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평가가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트레이드마크는 “미래ㆍ창조경제”였다고 할 수 있다. 미래와 창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일을 행하는 주체인 사람이 미래와 창조를 꿈꿀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종래의 고리타분한 생각이나 관성에 젖어 있어도 아니 되고, 과거회귀적인 생각에 젖어 있어도 아니 될 것이다. 현 정국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관여행위로 인하여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중심으로 수많은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심전심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민주주의체제”는 지켜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공정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요체이자, 본질이다. 이것이 흔들려버리면 나머지는 모든 것이 공염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금년 74세의 고령이다. 어찌 보면 인생을 달관한 연세라고 할 수도 있다. 인생의 모든 고비를 다 살아보았을 나이,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을 진심으로 보위하되, 아무런 사심 없이 그가 50여년 전 고등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순간에 결심했을 정의실현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우편향적인 박근혜 대통령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비서실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 주기를 바란다. 한 인간의 평가는 결코 순간에 의할 수 없고, 일생을 살아온 긴 여정을 통해 전체적인 공과가 평가될 수밖에 없다. 염려스러운 것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떠한 무리한 방법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총동원하여 목적을 실현시켜 온 그가 과연 노년에 이르러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공직, 대통령비서실장이 되어 그러한 편파심을 버리고 공정한 룰을 적용하는 공직자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좌파, 종북주의자라는 말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전제주의 또는 독재주의이다.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소수의 군주나 독재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모두 경제정책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그 자체가 선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따로 노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혼합경제 내지 경제세계화”에 의해 그 구별이 모호하게 되어 버렸다. 절대적 경제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능률적이고 가장 수혜적인 정책을 찾아가는 과정, 오류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 있을 뿐이지 않는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싸움에 골몰하는 대신, 덩샤오핑이 주장한 바 있는 “백묘흑묘론”이 타당한 세상에서, 검은 고양이이든 하얀 고양이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이렇게 트였으면 한다.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김기춘 비서실장이 어느덧 원로가 되어 버린 삶의 연륜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외롭지 않게 잘 보필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부터 그의 입과 행동을 지켜보며 여전한지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다시 한 번 박근혜 대통령이 외롭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음이 따뜻해야 생각이 따뜻해지고, 생각이 따뜻해져야 정책이 따뜻해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있다면 그 국민을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번 가을 어느 날쯤 울산바위를 한 번 걸어서 올라가셨으면 싶다. 한 번 올라가 보세요. 얼마나 산바람이 시원한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무릎관절 보호를 위해 지팡이는 꼭 드시고요. 박근혜 대통령을 진심으로 보좌할 지팡이가 되어 줄 참모들이 많은 청와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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