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5 / 감독자의 자리에 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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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5 / 감독자의 자리에 서려면
  • 법률저널
  • 승인 2013.08.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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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얼마 전 한국감정원을 보상평가 적절성을 검토하는 공식기관으로 지정했다. 2011년 감사원이 ‘공공사업 보상 실태’ 감사를 통해 사업시행자의 감정평가 용역 검수업무가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그 후속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감정원장은 이번 조치가 ‘보상평가의 신뢰성 제고’, ‘정당보상 실현을 통한 재산권 보호’, ‘국가 재정 건전화 기여’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인터뷰를 했다. 재산권 보호를 위해 헐값 보상을 방지하고 국가 재정 건전화를 위해 퍼주기 보상을 막자는 것인데, 국민 입장에서의 충분한 보상과 사업시행자 입장인 국가가 부담스럽지 않은 최소의 보상금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절묘한 균형점을 찾는다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주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수긍하는 접점은 바늘구멍 정도다.

 

한국감정원은 여느 공기업과는 약간 이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들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했던 업무는 ‘감정평가 영역’인대 민간 감정평가사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과 중복된다. 마치 일반 기업체의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 외에 공기업 형태의 회계감사원이 그들과 경합하며 활동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다 보니 감정원의 존립 근거가 박약했다. 지난 정권에서는 대부분의 업무가 민간에 이양해야 할 감정평가 영역이라는 지적과 그 후속 조치로 공적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로의 전환을 요구받았다. 전반적인 부동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감정평가 시장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 상황은 그렇잖아도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공적 기구로의 일신을 위해서 ‘민간 감정평가 시장 포기’와 ‘통계, 조사, 감독기관으로의 변신’ 타이틀을 달고 힘껏 뛰어다녔다. 이번 조치도 일련의 신분세탁과정 그 선상에 있다.

투자수익률 추계를 위한 임대사례 조사, 지가변동률 추계 업무는 대표적인 통계, 조사업무에 해당된다. 기존 민간 평가법인이 나눠 처리하던 일을 감정원 직원들이 달려들어 처리하고 있다. 업무가 과중해 야근이 잦아지니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간 평가법인에 외부 위탁하자니 실질은 감정평가사가 처리하는 모양새라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또한 통계, 조사 업무는 효율화를 무기로 업무를 축약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리적인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 질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나마 감정평가협회와 더불어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점과 보상평가의 적절성을 사후적으로 수행하게 된 점은 감정원의 ‘감독기관 자리매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수에서 감독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 셈인데 이와 발맞춰 민간 영역에서의 철수 약속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민간이 수행하는 담보평가 시장에서 손 떼겠다고 해 놓고 당장 수익을 보전할 길이 없으니 단계적 혹인 점진적 철수로 가닥을 잡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다. 우량 거래처였던 기업은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명 민간 대출을 위한 담보평가이면서도 ‘중소규모 제조업체의 지원’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여신 업무를 맡아 하는 것이니 공적 성격이 있다고 우기는 건 좀스러워 보인다.

    
민간 감정평가사에게 감정원이 사후적 관리감독기관으로 우뚝 서는 건 부담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된다. 사업시행자 측에서의 적절성 검토이므로 보상평가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할 개연성도 있어 소유자 추천 평가사에게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반면 감정평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훤히 잘 알고 있어 대부분의 감정평가사는 웬만하면 뒷감당을 할 수 있는지 재확인하며 신중하게 평가에 임할 수 있다. 신뢰성 있는 평가를 강제하는 사전적 구속력이 발휘되는 셈이다. 

 

감독하는 자리에 선 자에게 선수가 바라는 점은 두어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감독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더불어 월권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역량 강화를 위해 감정평가의 타당성 조사나 보상 평가의 적절성 검토를 담당하는 내부 조직 구성을 감정평가사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민간 부동산 최고 자격증으로 불리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조차 없는 사람에게 감정평가사가 지도를 받는 것은 해설에만 능통한 축구 캐스터에게 동계 훈련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월권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절차적 합리성을 항상 견지하며 자율성은 최대한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독과 선수가 한 손에는 상호존중 다른 손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꽤 잘 굴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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