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민주주의와 토크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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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민주주의와 토크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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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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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지난 시간에 본 바와 같이 토크빌의 사상의 이해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그 시대적 사상가들의 영향에 대한 고려를 필요로 한다. 프랑스혁명은 두 가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충돌하게 만들었다. 그 중 하나는 중세로부터의 탈피와 인간역사의 발전가능성과 인간의 이성에 대한 확신을 지지하는 입장인 자유주의의 사조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혁명기 공포정치와 다수의 독재가능성 그리고 상퀼로트와 같은 무산자계급의 무질서상태를 목격하면서 인간의 이성을 불신하고 이 보다는 과거의 역사와 관행으로부터 인간의 점진적 발전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의 사조가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는 혁명적 관념을 가진 부르주아 층들과 이들 논리에서  변혁의 논리를 발견한 무산층들의 자유와 평등의 논리와 구세계의 지배자인 보수적인 귀족계층의 인간의 본원적인 불평등성과 전통의 중요성의 논리를 중심으로 충돌했다.


이러한 두 가지 사조들 속에서 토크빌은 자유주의의 논리와 당시 보수주의 논리를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가슴으로는 귀족주의를 지니고 있었고 머리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사상들은 사회에서의 종교의 중요성과 정치적 행동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었고 프랑스 혁명운동에 대해서 비판적 견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법치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안정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보수주의 사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행정권력의 집중에 대한 비판과 혐오, 정치적 결정에 있어서 도덕적 요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결정력을 가진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념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적 사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그의 사상의 복잡성은 당시 시대상황과 그에 대한 인식들의 공유에 기인한다 하겠다.


토크빌의 이러한 사상은 평등화에 대한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의해서 주형되었다. 즉 그는 민주화와 평등화가 역사적 대세이자 신의 섭리라고 보았다. 이러한 추세는 인류에게 두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이것은 “민주적 자유”(democratic liberty)와 “민주적 전제”(democratic tyranny) 중에서의 선택이다. 그는 민주주의가 자유의 진전 속에서 자연적으로 확장될 것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는 자칫 전제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속에서 평등의 확장이 자연적으로 전제적으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떠한 경향성이 지배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민주적 자유”로 향하지 않고 “민주적 전제”로 향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이다.
  

토크빌이 본 민주적 전제를 초래하게 되는 원인은 다음의 4가지이다. 첫째, 자유와 평등의 갈등. 둘째, 자유와 질서의 갈등. 셋째, 개인주의와 다수의 횡포. 넷째, 정치의 사사화(privatization). 이 4가지 원인이 축적되면서 국가권력의 집중이라는 상황과 만나면서 강력해진 국가의 부드러운 혹은 부모와 같은 전제정치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가 본 전제정은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국가에 의해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선택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자발적 전제정에 대한 우려가 그의 사상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민주적 전제정이 되는가? 토크빌의 원인에 대한 견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자유와 평등간의 긴장과 갈등을 살펴봐야한다. 당시의 자유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와 평등이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과 권위에 대한 부정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토크빌은 보수주의자들처럼 자유와 평등이라는 것이 모순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정치를 위해서 일정한 권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에게 자유라는 것은 타인의 강제의 부재와 같은 소극적인 자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자유는 수단적 의미만이 아니라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된다. 자유는 개인의 도덕적 행위를 자발적으로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이것으로 하나의 목적을 이룬다. 즉 도덕적 행위의 자기 선택이라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자기 선택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는 자유주의에 대한 토크빌의 이해가 다른 자유론자들과 구별되는 점은 자유에 대한 제약이 국가와 사회적 구조와 같은 외부위협에 있다는 점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의한 위협을 더 중시했다는 점이다. 즉 개인이 자유를 스스로 체념하고 버릴 때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개인들은 그토록 열망해서 얻어낸 자유를 쉽게 버리려 하는가?
  

자유에 대한 포기의 가장 주요한 이유로 토크빌은 평등에 대한 열정을 들고 있다. 민주사회의 구성원들이 가진 지배적 열망은 평등에 대한 정염이다. 민주적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경제적 조건의 평등을 부르짖고 동일한 문화 속에서 가치규범을 공유하기 원한다. 이러한 요구는 정치 수준에서는 보통선거와 평등선거라는 기제에 의해서 나타난다. 민주화는 중세적인 신분적 굴레에서 벋어나 개인들에게 동질적인 문화와 동질적인 조건에서 평등화를 요구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근대 환경에 대해서 적응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다수는 자유와 평등 속에서 자유보다는 평등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자유를 희생해서라도 평등을 달성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자유는 얻기는 어려우나 잃기는 쉽고 그 이익은 잘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결함은 잘 드러나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평등은 이점은 즉각적이며 그 결함은 잘 드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유의 체념은 쉽게 받아들이지만 평등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일반적인 예를 들자면 가장 쉽게 물질적 복지 제도를 위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고서라도 복지를 취한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평등의 열망을 상향식의 평등화인 정당한 평등과 하향식의 저급한 평등으로 구분한다. 두 가지 평등 중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오를 수 없는 위대함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들보다 나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수준으로 낮추고 그들을 평준화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하향적 평준화는 자신들이 쉽게 도달하기 어렵거나 경쟁에서 확보할 수 없는 것을 전체의 이름으로 탈취하려는 성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수는 자신의 자유도 체념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보수적 견해는 자유와 질서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질서를 위해서는 일정한 권위가 필요하다고 본 토크빌은 질서를 위한 권위와 개인의 자유가 충돌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본주의가 진전될수록 자유의 관념은 경제적 영역으로 축소될 수 있으며 자본주의 재생산을 위한 질서에 대한 요구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이익이 중시되면서 경제적 이익의 지속적 보장을 위한 질서 유지를 위해서 절제되지 않은 혹은 과다한 정치적 참여는 배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경제적 이해의 추구는 정치와 경제의 기능적 분리를 가져온다. 이는 다수가 경제에 매달리는 동안 정치 영역을 소수에 자유롭게 위탁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자유롭게 참여하는 자발적 정치는 사라지고 소수의 정치만이 남게 된다. 이는 정치가 전제적 형태를 가능하게 해준다.
  

다음 시간에는 민주적 전제정의 나머지 원인들과 그에 대한 해법을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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