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3 / 감정평가, 그 애매한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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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3 / 감정평가, 그 애매한 영역
  • 법률저널
  • 승인 2013.07.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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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급 빌라도 매한가지다. 강남구 고급 아파트를 대표하는 삼성동 아이파크도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져 있다. 어쩌면 이 가격이 정상적인 가격인지도 모른다. 위례신도시의 성공 분양으로 아파트 분양 시장이 기지개를 켜나 싶더니 2만 명에 달하는 모델하우스 관람 인파로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DMC가재울4구역‘ 은 평균 0.35 대 1 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취· 등록세 감면 기간이 끝나 거래절벽에 대한 우려도 높아 특히나 중대형 아파트는 끊임없는 추락에 제동을 걸 마땅한 호재를 찾기 어렵다.

 

하반기 분양 시장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건 ‘한남 더 힐’의 분양전환소식이다. 5년의 임대기간 중 절반인 2년 6개월이 채워지게 되면 현 입주자에 대해 분양자격을 주도록 되어 있다. 이 때 분양가격 결정을 위해「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  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감정평가법인(「국유재산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른 주식회사 한국감정원을 포함)두 곳에 의뢰하여야 한다. 우선 시행사에서 한 곳을 선정하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한 곳을 지정할 수 있다. 시행사와 입주자는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실현시켜 줄 평가 기관을 찾는다. 선정된 평가자는 균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걸 포기하고 한 쪽의 요구사항에 부응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한 후 평가에 임하게 될 게 뻔하다.

 

‘한남 더 힐‘은 균형추를 어느 쪽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부분이 많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2009년 분양가에 육박하는 임대보증금을 내야 하는 임대아파트임에도 수 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 점에서 이 아파트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주장할 수 있다. 배산임수의 입지, 고속도로 및 시청과의 접근성,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수영장 등의 생활편익시설과 넓은 주차 공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고의 거주자 구성을 내세운다.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사회 지도층의 거주단지라면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무형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아파트 단지라는 것이다.

 

입주자 측에서 내세우는 논거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일단 최고급 아파트 단지라 하기에는 시공사의 브랜드가 떨어진다. 입주자만이 지적할 수 있는 층간 소음문제, 모델하우스와 다른 실내 인테리어는 최상품의 자재가 쓰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자녀를 둔 가정이 강남보다 열악한 것으로 느끼는 학군문제도 불리한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절없이 꺾이고 있는 대형 평형 아파트의 추락세가 이 아파트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분양 후 다만 얼마라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없다면 그런 분양가는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음을 힘주어 강조한다.

 

시행사나 입주자 쪽의 간택(?)을 받은 평가 기관은 이러한 논거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의뢰자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최선의 논리를 구성할 터인데, 과연 양자가 그 균형점 부근으로 수렴할지는 물음표다. 집합건물은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대상과 비교 가능한 거래사례를 무엇으로 선정해야 할지부터 애매한 부분이다. 부근에 이와 유사한 아파트 단지가 없으므로 일단 검색 구역을 넓힐 수밖에 없다. 가장 비슷한 아파트 단지를 찾은 후에는 품등 비교의 문제로 또 한 번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애매한 무언가를 감정평가 해야 할 때 평가자는 깊은 고심의 시간을 갖는다. 법정에서의 다툼이 범죄의 인정과 불인정의 문제라면 감정평가사의 고민은 몸값이 괜찮은지 형편없는지 판단한 후 그 정도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는 점에 있다. 이번 감정평가는 분명 애매한 영역이 될 것이다. 시소의 양 끝으로 엉덩이를 밀어내는 과정에 집중하다보면 한참 벌어진 틈은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손상시킬 것이다. 애매한 영역에서는 균형점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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