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민주주의와 토크빌 (1)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민주주의와 토크빌 (1)
  • 법률저널
  • 승인 2013.07.12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퍼져가고 있고 그 파고는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이행’에서 민주주의를 얼마나 실질화 혹은 체득화하는가 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로 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낙관적 기대처럼 민주주의의 진전은 과연 좀 더 올바른 정치 형태와 바람직한 정치 형태를 자연적으로 보장해줄 것인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의 보장을 이루어가면서 민주주의는 진화해갈 것인가? 정치적 무기력증은 더 팽배해지고 있고 부의 격차는 더 커져가고 있으며 공동체의 의식보다는 사적인 이해가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상들 속에서 민주주의를 올바로 이끌어가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위의 질문들이 현재시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이다.
  

우리가 이끌고 가고자 하는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담보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또한 무분별한 자유가 아닌 질서를 유지하는 절제된 자유속의 공존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방향설정과 모색은 화합하는 부분과 화합되기 어려운 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어떠한 가치에 대해서는 경합하기도 하고 어떠한 가치는 절충되기도 한다. 이것은 많은 고민과 어려운 결정을 가져온다. 무엇이 우선될 수 있고 무엇은 뒤로 밀려나는가? 이것과 저것은 어느 정도로 혼합될 수 있는가? 이것은 베버가 말한 것처럼, 덜 악한 것을 선택(the choice of the less evil)하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상충되는 선(conflicting goods)사이의 선택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인다.
  

이러한 어려운 선택에서 우리는 누구로부터 어떤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자유와 평등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간의 관계와 질서와 자유라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간의 관계에 대해서 탁월한 견해를 제시하는 이로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을 떠올릴 수 있다. 토크빌로부터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 하나는 민주주의의 진전이 잘못 방향을 설정하면 “민주적 전제”(democratic tyranny)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토크빌 당시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와 자코뱅 독재 등에 대한 경험에서 무정부주의나 혁명적 독재체제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던 다른 이들과의 차별적인 사상이다. 이것은 자발적으로 자유를 버리고 전제적 정치를 선호하게 되는 민주주의를 그린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상체계이다. 또한 이러한 그의 예측이 현재에도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준다는 점에서 고려의 필요성이 크다.
  

두 번째는 그가 정치문화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는 견해이다. 그는 정치를 볼 때 각국가의 ‘습속’(moeurs, mores)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습속이란 인민들의 도덕적, 지적인 상태의 총체적 표현으로써 원래는 ‘마음의 습관’(habits of heart)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습속을 미국, 영국, 프랑스를 비교하여 미국과 영국이 안정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프랑스가 왜 혁명적 전제와 보수반동정치의 양극단을 오가는지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다. 이러한 그의 접근 방법은 1965년의 미국의 정치학자인 알몬드(Gabriel Almond)와 버바(Sidney Verba)가 『시민문화』(원제 The Civic Culture)를 통해서 정치문화적 접근의 유용성을 주장하기 훨씬 이전에 사용한 선구적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정치제도 등의 하드웨어를 실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로서 정치문화의 중요성을 보인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
  

두 가지 주제 중에서 우리가 조금 더 집중해야할 곳은 첫 번째 민주적 독재의 가능성부분이다. 이곳이야말로 토크빌의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방향설정과 그 목표를 향한 항해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전제조건으로 그가 살았던 사회상황과 그의 생애를 먼저 살펴보도록 한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1805년 7월 29일 파리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지방장관을 지낼 만큼 정치적으로 유력자였다. 그는 1827년에 법정최연소나이로 베르사이유 재판관에 임명되었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평생의 지기인 구스타브 보몽을 만났고 그와 함께 미국 행형제도를 시찰하기 위해서 1831년 5월부터 1832년 2월까지 미국전역을 여행하게 된다. 그들은 이 여행 중에 미국의 교도소제도를 살펴보긴 했지만 이보다는 미국의 민주제도와 습속을 살피고 연구하는 일에 힘썼다. 이러한 그의 여행경험은 1935년에 『미국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라는 책을 통해 그에게 학문적 명성을 쌓게 해준다. 1840년에는 『미국민주주의』를 1권과 2권으로 완간하였고 특히 2권에서는 민주주의와 미국의 문화, 습속 및 사회구조간의 관계를 기술하였다. 이 책으로 그는 36세에 프랑스학술원의 회원으로 임명되는 영예를 누린다.
  

그는 당시의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저술뿐 아니라 정치에도 적극 관여했다. 그는 7월 왕정치하에서 그리고 1948년의 2월혁명 이후에도 입법의회와 제헌의회 의원으로 활약했다. 또한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치하의 제 2공화국에서는 외상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가 친위쿠테타를 통해서 황제에 오르려하자 항의의 뜻으로 공직생활에서 은퇴하여 저술활동에 집념한다. 그는 프랑스혁명에 관한 저술을 기획하던 중 폐결핵으로 1859년 4월 16일 숨을 거둔다. 마지막 유작으로 프랑스혁명에 관한 저작의 서론 부분인 『구체제와 혁명(L'Ancien Regime et la Revolution)』을 남긴다.
  

그는 다른 당대의 사상가들처럼 근대사회의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근대를 봉건과 대비시켜 ‘자본주의사회’라는 특성으로 파악한 것과 콩트가 농업사회와 대비시켜 ‘산업사회’라는 특성을 근대의 특성으로 잡은 것과 대조적으로 유럽의 근대성을 귀족사회와 대비시켜서 ‘민주사회’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원리인 평등화가 보편적이고 불가역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만들기 위해서 민주주의의 부정적 속성을 지적하고 교정하고자 했다. 그 스스로 자신을 민주주의의 친구라고 인식하면서 말이다.
  

다음 시간에는 토크빌의 민주주의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처방책을 살펴보도록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