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사관리, 절대평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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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사관리, 절대평가가 맞다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07.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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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2010년 12월 대한민국 교육계에 이상한 제도가 하나 생기나 싶더니 2011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말았다. 일반 학부생도 아닌 명세기 머리가 굵은 대학원생, 그것도 법조인을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탄생했다.


“수강생의 4%가 D이하의 학점이면 정확하게 25명이 수강하는 과목의 경우 학생 1명이 D 이하의 학점을 받는다. 20명이면 2명이 해당되고 반올림한다면 수강생 13명부터 37명까지는 1명, 38명 이상은 2명 또는 3명이 자신의 노력이나 성취도와 무관하게 ‘참화’를 당하게 된다. 학사경고를 받을 가능성도 있고…이 때문에 수강신청 할 때도 이변이 속출한다” 현 로스쿨 학사관리 행태다. 소위 ‘학생간 의자뺏기’, ‘교내 룰렛게임’이 로스쿨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최근 모 세미나에서 현직 로스쿨 교수가 말한 전문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로스쿨의 황폐화를 이끌지만 학사관리강화 운영 또한 적지 않은 폐단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시행 초부터 고개를 들더니 결국 폐지론이 언론을 타고 있다. 최근 모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로스쿨이 내부적으로 이같은 학사관리강화방안을 폐지하는 것으로 교수간 내부적으로 합의됐다는 소식이다.


기자 역시 취재를 시도했지만 예민한 부분 탓인지, 신중한 입장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2010년 12월 7일, 법무부가 관리위원회를 열고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결정하기 직전에 합격률 담보를 위해 로스쿨원장단, 교육부, 법무부가 이면합의를 한 작품인데 몇몇 로스쿨이 반기를 든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3년의 짧은 교과과정을 통해 이론·실무를 꿰뚫는 유능한 법조인으로 탄생하려면 학생들간에도 교류가 왕성한 협력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로 인해 수강신청에서부터 눈치작전이 치열하고 수험시간에는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교내 시험에서는 첩보전, 심지어 강의노트를 주고받는 것은 일체 금물이다. 제도가 학생들의 날개를 꺾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학부전공자를 선발해 법학을 가미한 또 다른 전문가를 배출한다는 로스쿨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마치 내신성적에 혈안이 된 고등학교 교실보다 더 심각한 현실이 전문대학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상황에서 누가 자신만의 경쟁력을 추구할 것이며 동료학우간에 협력할 것이며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법철학을 배울 수 있을까 싶다. 변호사시험 성적도 공개되지 않는 마당에 학내 성적은, 향후 먹고살기 위한 곧 길이요 진리인 마당에 관계기관과 교수들은 학생들을 아부와 생존만을 가르치는 꼴 밖에 더 있나 싶다. 25개 로스쿨을 모두 동색(同色)으로 만드는 저의(底意)가 의심스럽고 교육이념도 우습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담보로 학생들에게 칼자루를 휘두르는 듯한 교권도 옹졸해 보인다. 교육심화에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차제에 엄정한 절대적 상대평가를 각 대학의 자율과 선택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자는 학사관리강화 시행 직전인 2011년 2월, 본란을 통해 세가지의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첫째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일방적 교권강화, 둘째 학내에서만의 무의한 과다경쟁, 셋째 학점취득이 용이한 과목을 선호하는 반면 난해한 과목은 회피하는 등 전문성과 다양화에 역행한다는 것이었다. 로스쿨 밖에 있는 기자도 이같이 전망했고 아쉽게도 현실이 되어 버렸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담보와 학사관리강화는 논리비약이다. 학사관리강화가 과연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 되짚어 볼 때다. 정부가 얼마나 교육계를 불신했으면 이렇게까지 옥죌까 싶다. 교육의 질 개선과 학생들의 학력성취는 제도로 강제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교수의 의욕과 학생의 욕망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교육을 통한 미래 법조인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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