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낭인(浪人)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상태바
사시 낭인(浪人)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07.01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진 기자


기자는 매년 이맘때면, 사법시험 제2차시험 고사장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목적은 사법시험 출제경향과 난이도 여부 등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고 사시생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 부차적 목적이다.


24일부터 진행된 금년 제55회 사법시험 제2차시험장 중 중앙대 고사장을 찾았다. 시험출제 동향과 난이도를 묻고 시간과 여유가 허용되는 수험생과는 수험생활의 애로, 향후 진로 등에 대한 담소도 몇몇 나눴다. 응시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는 몇몇 학부모와도 대화 기회도 가졌다.


수년전부터, 아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한 2009년 전후로부터 사법시험 출제경향도 이론 및 지엽성을 탈피해 종합적 법적 사고력을 이용해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은 익히 수험가에서도 알져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응시생들은 이제 어떠한 문제들이 출제되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무던히 답안을 채울 수 있었지만 합격가능한 점수 취득 여부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응시생들의 심적 부담이었다. 혹여, 금번 시험에 탈락할 경우 겪게 될 갈등들을 모두 가슴 속에 담고 있었다는 것. 올해 안 되면 큰일입니다. 내년에는 200명으로 줄어드는데 다시 1차시험부터 해야 한다면 정말 걱정입니다” 한 둘의 고민이 아니었다. “혹, 만약을 대비해 합격자 발표 때까지 로스쿨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응시생은 “함께 공부했던 지인들 중 상당수가 로스쿨로 갈아탔고 이번 시험 후에 로스쿨을 준비하려고 하는 후배들도 제법 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가 않습니다. 기왕 시작한 것, 끝까지 가 보려고 합니다” 비장한 각오가 스며 나왔다.


30대 후반이라는 또 다른 한 수험생. 그는 “소위 우리들을 향해 사회일각에서는 ‘사시 낭인’이라고 하죠? 로스쿨 도입 목적 중의 하나가 사시 낭인을 없애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는데 참 억울합니다”며 흥분했다. 시험기간인데 괜히 기자가 화를 유발시키지나 않았나 하는 미안함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자 그는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라서 괜찮습니다 어느 분야, 어떤 시험이든, 또는 어느 취업시장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간 도전할 수 있고 또 꽤나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제발 사시낭인이라는 표현이 사라졌으면 합니다”라며 다음날 시험 준비를 위해 귀가를 서둘렀다.


불현듯, 6월 초 박영선 국회의원이 주최한 예비시험 관련 제2차 토론회에서 곽모 사법연수생이 “7전8기의 불굴의 도전사 자체를 무의미한 낭인의 시간으로 규정짓는 것은 존엄한 개인의 자아실현 과정을 폄하하는 것”이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고시낭인론’을 일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 학부모. “이번 시험에서도 안 되면, 로스쿨로 전환하도록 아들에게 권해 볼 작정”이라면서도 “사법시험에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것을 만류하기가 쉽지만 않아요.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 내 자식처럼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저들 모두를 사시낭인으로 치부하는 여론몰이는 하지 말았으면 해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누나를 응원 왔다는 한 남동생은 “공무원시험도 수백 대 1이며, 언론고시에서도 고시낭인이 비일비재한 거 아닌가요”라며 “사법시험이 계속 존치되었으면 좋겠습니다”고 편을 들었다.


고시촌으로 귀가한다는 한 수험생을 기자의 차에 동승시켰다. 파김치가 된 모습에 조용히 운전만 하던 중 향후 진로에 대한 담소가 이뤄졌다. “전 로스쿨이 뭔지도 몰라요. 후배 몇몇이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올해도 안 되더라도 저는 내년이든, 후 내년이든 사법시험에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갑갑하면서도 뭔가 숙연해 지던 그 순간의 잔영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