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조인 꿈꾸는 수험생간의 희비(喜悲)
상태바
[기자의 눈] 법조인 꿈꾸는 수험생간의 희비(喜悲)
  • 법률저널
  • 승인 2013.06.21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진 기자


선택의 문제일까. 현실의 아이러니일까. 최근 수년간, 아니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하면서 법조인을 꿈꾸는 수험생들의 희비가 극명히 갈리는 것을 빈번히 목도한다.


절친 김씨와 이씨. 둘 다 같은 대학 법대를 나와 졸업 후에도 사법시험에 매진했다. 둘 다 2차시험을 4번 응시한 30대 초반이었다. 2008년 2차시험을 치른 후 김씨는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해 로스쿨 입학 전형을 진행하던 중 사법시험에 불합격하고 이듬해 3월 지방 모 로스쿨 1기로 입학했다. 반면 이씨는 사법시험에 계속을 뜻을 두었다. 이듬해 2월 1차시험에 다시 도전했지만 계속 2차시험에서 실패, 오는 26일부터 실시되는 금년도 사법시험 제2차시험에 또 다시 응시한다. 김씨는 이미 서초동 중소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고교 동창인 갑과 을. 갑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서울 유명 사립대 정치외교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정치권에서 근무했다. 법조 정치인이 되기 위해 잠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한 후 지방 모 국립대 로스쿨에 입학했고 올해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현재 6개월 실무수습 중이다. 을은 애초부터 법조인이 되기 위해 또 다른 유명 사립대 법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부터 지금도 사법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갑은 실무수습 후 변호사 출신 정계 진출에 뜻을 두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차고 넘칠 정도다.
지금 수험가에서 판도가 바뀌고 선(先)도 후(後)도 없는 듯하다. 특히 ‘눈치 빠른 노장 고수들은 이미 로스쿨로 진학할 만큼 다 했다’는 소문도 적지 않는 것이 고시촌의 분위기다.


사법시험 선발정원의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던 3년 전 모 로스쿨의 입시 설명회장. 같은 대학 법대생 3학년이라는 한 학생은 공개석상에서 “교수님, 사법시험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까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며 입시 설명담당 교수로 나선 스승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교수는 “3학년인 만큼, 한 두 해 더 사법시험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법대생 못지않게 이같은 상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일담을 많은 법학교수들로부터 지금도 많이 듣곤한다. 그만큼,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기존 수험생들과 법대생들의 갈등이 심했다는 뜻이다.


기자의 판단에는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제도를 설계하면서, 또 사법시험을 폐지하면서, 이를 설계한 자들이 놓친 부분이 있다. 6만여명의 기존 사시생과 법대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사법시험 선발정원을 지나치게 급감시켰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확한 상담이 가능했겠느냐 라는 의문이 든다. 1000명을 선발하던 것을 800명, 700명, 500명, 300명으로 감축시키는 마당에 적체된 고(高) 실력자들의 운신의 폭마저 좁은 마당에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사법시험 선택의 폭은 더욱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눈치 빠른(?) 수험생들은 로스쿨로 갈아탔고 그렇지 않거나, 뚝심으로 버틴 수험생들 중 극히 일부만 사법연수원에 입성했고 대다수는 지금도 사법시험 준비에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법학사 및 사법시험 유경험자들의 로스쿨 입학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눈치 빠른 동료, 친구들의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예비시험 도입이든, 각각의 장단점을 떠나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이 더 없이 중요함을 현 상황 아래에서 체감하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선택의 문제인지, 현실의 아이러니인지 헷갈리는 것이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전국 모든 수험생들의 애환이지 않을까 싶다.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