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시험 응사자격 ‘이공계 제한’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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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시험 응사자격 ‘이공계 제한’ 뜨거운 감자
  • 법률저널
  • 승인 2013.06.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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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강화, 필수부가결” vs “시대 역행, 평등권 침해”
개정시안 공청회서 갑론을박

 

지적산업(IP) 법률서비스 분야에는 현재 2,681명의 변리사가 활동 중이지만 글로번 특허전행의 심화 및 변리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법률시장 개방의 가능성 등 환경의 변화에 따른 변리사의 전문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변리사업계는 매년 6.3%의 변리 서비스 수요 증감이 예상되어 2017년 3,638명의 수요를 전망하면서 현재 연평균 240명의 변리사가 배출되어 2017년까지 총 3,961명의 변리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변리사의 양적인 확대도 좋지만 변리사 자격 취득 요건의 강화 및 인력의 전문성 강화도 절실하다는 상황인식.


이를 위해 특허청과 변리사업계는 △산업계의 수요와 니즈에 맞는 변리사 선발·양성 △변리사의 전문역량 강화 △변리사의 공익적 역할 강화 △로스쿨의 이공계 출신 변호사 등 다양한 인재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변리사 시험제도 및 자격 취득 제도의 개선 △변리사 연수를 강화하는 50여년만의 전면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지난 해 10월 학계·산업계·법조계·변리사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간 논의를 거쳐 ‘변리사법 전부개정 시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변리사제도 선진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안은 광범위한 변경을 담았다. ▲변리사 자격요건 강화 ▲변리사시험의 전문성 강화 및 면제 확대 ▲변리사의 자치권 확대 ▲변리사 업무영역의 명확화 ▲전문변리사 제도 도입 ▲변리사의 권리·의무 강화 ▲변리사의 사명 등 기타 미비점 개선·보완 등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미 예고됐던 대로 변리사 자격요건과 관련된 변리사시험 제도가 가장 뜨겁고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됐다.


현 변리사시험에는 응시자격에 학력, 경력, 전공, 연령 등에 따른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개정시안은 이공계 대학 졸업자 또는 이공계 과목 일정학점 이상 이수자로 변리사시험 응시자격을 제한하겠다는 것.
 
■ “변리사는 기술전문가…이공계출신 우대는 정당”


금번 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최성우 변리사(특허법인 우인 대표)는 “응시자격을 이공계 출신으로 제한할 것인지 여부는 소위 특허변리사와 상표변리사로 제도를 이원화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며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최근 변리사시험 합격자의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원화는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는데 중론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리사는 기술전문가라는 인식이 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의 업무 영역으로 다수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향후 변리사의 특허소송에의 참여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응시자격을 이공계 출신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시안마련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나친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최소 이수학점 및 이공계 과목 인정여부 등을 하위법령에 위임하여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공에 따른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지만 선진 외국 대다수는 이공계 졸업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있고 또 현재 사법시험이 법학 35학점, 공인회계사 시험이 회계 과목 24학점 이수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최 변리사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법시험, 공인회계사 시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이공계 학점 50학점 이상 이수를 요건으로 하되, 석사 학위 이상 전공자에 대해서는 선택과목 시험을 면제하는 인센티브도 인정하는 것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변호사 및 특허청 심사관·심판관으로서 심사·심판 10년 이상 종사자에 대해서는 시험이 아닌 특별전형 합격 및 연수 이수시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포함됐다.


최 변리사는 “특별전형 응시 대상자 역시 이공계 졸업자 또는 일정학점 이상의 이공계 과목 이수자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며 “변리사시험 합격와의 균형을 맞추고 변리사를 기술전문가로 육성하려는 제도 개선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표·디자인분야 인문계 더 유리…평등권 침해”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성숙경 (주)KT 상무는 반대 견해를 냈다. 성 상무는 “특허가 지식재산권의 많은 비중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식재산권이 특허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며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해 수행되는 업무에서 왜 이공계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모든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은 조건을 시험 응시 제한조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변리사의 업무가 상표, 디자인 등의 업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공계 전공으로 응시조건으로 한정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규환 대한변리사회 기회이사 역시 “변리사시험 과목에 이공계 과목을 포함시켜 응시자가 이공계 분야에 지식이 있음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게 하면 족할 것”이라며 “수험 자격을 이공계 과목 이수자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다.


김원준 교수(전남대 로스쿨)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김 교수는 “이공계 출신이 변리사 업무 중 ‘특허와 실용신안’ 분야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상표와 디자인’ 분야는 법학, 경제학, 인문학을 전공한 이들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012년 제49회 변리사시험 합격자 123명의 출신 전공은 전기·전자 분야가 205명(44.7%)으로 가장 많고 화학·생명공학 분야 66명(28.1%), 기계·금속 분야 41명(17.4%)이었다. 다만 인문·사회 분야 전공자는 전년도에 이어 단 1명(2.2%) 뿐이었다. 즉 합격자의 9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것.


김 교수는 “변리사시험 합격자 중 이공계 전공자가 10%에 불과하고 비이공계 출신이 90%라면 정책적으로 타당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또 1차 시험과목에 자연과학개론을 두고 있는 것도 이미 이공계출신 수험생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전공분야의 전문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변리사의 전문성 제고를 명분으로 하여 이공계 전공자로 제한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리사시험 응시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사법시험과 공인회계사법의 학점이수제는 응시자의 특별한 전공에 차별을 두고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라고 설명했다.


이후동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또한 헌법상 권리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했다. 그는 “이공계 출신자에 한정시킬 논리적 정당성을 찾을 수 없을뿐더러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표나 디자인을 전담하는 변리사의 경우 반드시 이공계 지식을 갖추도록 강제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며 “특정 기술에 대한 이해가 변리사 업무에 필수적이라면 변리사들의 업무 분야는 자신의 대학 전공 분야에 한정되어야 하고 전문성 제고는 변리사 스스로의 노력에 중요하지 특정 교육과정의 이수 강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전문성 강화라는 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공공성에는 오히려 반하므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기회는 평등하게 부여해야”


토론 말미 자유토론에서의 방청객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40여년 경력의 한 변리사는 “자격기준이 이공계이어야 하는 것은 20세기가 19세기로 돌아가는 꼴”이라며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다른 자격시험들을 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자격시험이라는 것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앞날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는 제도”라며 “응시자격 규제를 철폐하고 능력 있으면 모두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현 방식을 유지하자”고 주문했다. 


중년의 또 다른 한 변리사 역시 “이공계 제한도 문제지만, 현재와 같은 이공계 중심의 시험과목도 문제”라며 “억지로 이공계를 우대하는 듯한, 마치 고려시대에 품귀를 주는 것 같은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회는 평등해야 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며 “이런 시안을 낸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균형있는 순환이 깨어지면 사회가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시험제도가 있으면 검증과정으로 충분하지만 응시자격을 제한한다면 순환을 닫는 셈”이라고 반대했다. 다만 일부 변리사들은 개정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험과 경력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묘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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