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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정치적 현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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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정치적 현실주의
  • 법률저널
  • 승인 2013.06.0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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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2013년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나온 지 500년이 되는 해이다. 마키아벨리만큼 사상적으로 오용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가 오용 또는 오역되는 것은 군주론에 나타난 그의 주장 때문이다. 하지만 사상적으로 그는 군주주의자이기 보다는 공화주의자이다. 그가 나중에 쓴 『로마사 논고』에서 그는 공화주의시대의 로마를 동경하고 있다. 그가 어떻게 오해가 되었든지 우리에게 더 친숙한 것은 군주론을 편 마키아벨리이다. 이번 시간에는 마키아벨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이와 관련해 과거에 쓴 마키아벨리를 소개한 글을 다시 게재한다.
  

정치를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로 지향해야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이상적 견해이다. 플라톤의 철인왕국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면 이후 일반의지를 통해서 정치를 이해하고자 했던 루소나 국가를 이념으로 구성된 하나의 절대정신으로 이해했던 헤겔과 역사속의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인간을 해방하고자 했던 마르크스는 자신들의 이상형을 통해서 정치를 파악하려고 했던 이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의 견해 속에서 정치는 언제나 불완전하며 부패하고 그래서 현실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되어있다.
  

이에 비해서 정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권력관계를 정확하게 포착하여 권력의 흐름과 움직임을 이해하고자 하는 견해를 정치적 현실주의라고 한다. 정치를 현실주의방식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볼 때 정치는 이상 속에서 존재하는 선한 것이며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고 그 가치를 모든 구성원들이 나누어가질 수 있는 평등한 관계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런 이상주의적 정치관은 오히려 있는 현실을 왜곡하여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는 현상들에 편향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있는 정치’를 현실에서 구축시켜버릴 수 있다고 현실주의사상가들은 지적한다.
  

정치적 현실주의를 살피기 위해서 마키아벨리(1469~1527)를 소개한다. 그의 이전에 정치를 있는 현실 그대로 파악하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그리스 도시국가인 Polis의 복원에 의미를 둠으로써 공동체와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서 현실적인 견해와 함께 이상적인 견해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에 대한 관점에서 근대사상의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고 개인의 권력사용에 대한 관념을 부여해 준 마키아벨리를 현실주의적 사상을 다루는데 있어서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권력은 왜 필요한가? 그리고 그 권력의 사용은 누구에게 위임되어야 하는가? 권력의 사용을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민족국가의 통일과 완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마키아벨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시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에서 근대국가가 만들어져 가는 시기로 영국내의 장미의 전쟁과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을 지나 절대주의 국가로 발전해가고 있던 시대이다. 서유럽의 국가들이 이렇게 절대주의국가를 형성해가면서 민족의 단위를 통합해가고 있던 것에 비해서 당시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태리는 5개의 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분열된 이태리는 서유럽국가들이 통합과 자본주의 양식의 발달에 따라 발전해가는 것과는 다르게 정치적 분열과 부패로 지체상태를 면하고 있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마의 교황청은 이태리를 통합하기 보다는 이태리의 강화가 자신들의 영향력의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여겨 외국군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태리의 통일은 요원해보였다.
  

마키아벨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렇게 부패로 물들어 혼란스러운 이태리를 통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태리를 통일로 이끌기 위해서 무엇에 기대어야 하는가가 핵심적인 사고의 열쇠였던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강력한 군주였다. 교회의 비도덕적인 윤리 속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와 왕을 방어하고 있는 용병들의 사악함으로부터 이태리를 통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들을 억누를 수 있는 권력이 필요했다. 또한 정치적 술책이 필요했다. 권력은 종교로부터 그리고 도덕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했다. 그래야 이태리를 둘러싼 환경을 탈피할 수 있다. 또한 국가의 통합이라는 혁명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어떠한 선험적인 제약도 불필요했고 무가치했다. 오직 결과만이 혁명적 업무를 정당화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군주에 집중했다. 강력한 군주는 도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했다. 그것은 국가의 통합이라는 결과로만 도덕적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이러한 군주의 도덕은 일반 백성의 도덕과 달라야 했다. 국가의 통합을 위한 군주의 도덕이 통일이라는 정치적 능력에 의해서 평가받는다면 시민들과 백성들은 국가 내에서 국가가 부여하는 도덕과 법률질서를 따라야만 했다. 정치적 안정은 통일과 통일 이후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가 로마의 공화정을 동경했던 것도 로마가 지닌 내부적인 정치적 안정성 때문이었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여우의 간교함과 사자의 포악함으로 이해되는 것은 그의 서술이 주로 군주의 책략과 정치적 수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이태리가 상업의 발달과 그에 따른 외교술의 발달이라는 환경적 요소에 기인한다. 당시의 이태리의 책들은 외교관계에 있어서의 비책과 외교적 수완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저술도 이러한 당시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마키아벨리가 간교함과 포악함으로 오해되는 것은 마키아벨리의 저술이 표면상 드러내놓고 있는 비도덕적인 처방과 권력에 대한 집착과 그를 이용한 술책 때문인 듯싶다. 그러나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더 핵심적인 것은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Fortuna)’와 지도자의 미덕인 ‘비르뚜(Virtu)’이다. 앞서 보았듯이 약소국가 이태리는 외부적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며 그러한 환경의 변화 ―운명의 여신의 장난― 를 극복하기 위한 비르뚜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도자에 대한 동경이 그의 사상의 핵심이다. 비르뚜를 가지고 혼란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교한 여우의 지략과 포악한 사자의 용맹이 동시에 요구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확실히 마키아벨리만큼 당시의 시대적 변화를 빠르게 파악한 사람은 없는 듯 하다. 국가들 간의 힘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국가와 그 국가들이 주장하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그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이러한 현상을 근대적 정치의 개념으로 형성하였다. 무정부상태의 공포와 인간이 정치로부터 떨어져 나왔을 때 느끼는 박탈의 공포와 죽음의 공포라고 하는 근대적 관념 속에서 인간이 그리고 국가가 가야할 방향을 보여주었다. 조지 새바인(George Sabine)이 지적하듯이 그는 “주인 잃은 인간(masterless man)”을 위한 고민을 수행한 정치 사상가이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사회속의 고독한 인간에 대한 단상을 보이는 사상가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그의 원자화된 인간, 근대 속에 던져진 인간에 대한 고민은 이후 토마스 홉스(T. Hobbes)에 의해서 조금 더 세련화 되어져 나타난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이태리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서 자신의 영역인 이태리 반도를 벋어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보편적인 사상가라기보다는 이태리라는 영역과 16세기라고 하는 혼란한 시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태리의 현지인으로 그는 중세가 영국 등의 서유럽국가들에 부여한 입헌주의와 도덕적 이상이 부족하다. 확실히 그의 사고는 이태리와 이태리 반도의 통일에의 열망에 붙잡혀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시 시대의 도덕과 규율에 무관심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사상은 비판받는다.
  

권력은 비도덕적이고 무자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사회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16세기와 이태리라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벋어나서 환경의 변화와 변화의 중심 속에서 더 나은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와 그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필요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한번 귀담아 들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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