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8 / 밀양송전탑 사태와 선하지 보상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8 / 밀양송전탑 사태와 선하지 보상
  • 법률저널
  • 승인 2013.06.07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 밀양송전탑 사태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내 정원으로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지역이기주의’와 고압선 아래 평생 살며 암 같은 치명적 질병에 노출될 수 없다는 ‘생존권 투쟁’이다. 전자파의 유해성, 지중화 설계 또는 우회선로 구축에 따른 막대한 공사비까지 핵심 쟁점들에 대해 한전과 주민이 여전히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다행히 공사강행과 육탄저지로 맞선 위급한 순간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하여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기로 한다는 소식이 들려 그나마 다행이다. 협의의 결과물에 대해 쌍방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일 테지만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와 앉는다는 것 자체가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공중으로 고압선이 지나는 토지를 ‘선하지’라고 부른다. 한전에서는 철탑을 세우기 위해 농경지나 임야를 협의 또는 강제 매수하고, 고압선이 통과하는 ‘선하지’에 대해서는 영구적 공중부분 사용료를 지불하고 ‘구분지상권’을 설정한다. 이런 토지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 보면 구분지상권의 범위와 실제 지불 비용이 기재돼 있다. 이 보상금액을 책정하는 업무 역시 감정평가사의 영역이다 보니, 선하지 보상 평가를 수 회 담당했던 필자도 현재 선하지 보상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선하지에 대한 보상 평가는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먼저 한전 측에서 새로 개설되는 선로에 맞춰 측량을 실시하고 평가 기관에 고압선의 설치 범위와 직하면적을 제시한다. 평가사는 제시된 설계도면을 구비하여 현장을 조사한 후 인근 토지의 현황, 거래상황, 기 보상 선례, 지가 수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선하지의 적정가격(원/㎡)을 추계한다. 이어 해당 고압선이 이 토지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의 정도를 ‘보정율’로 결정한다. 여기에 제시된 선하지 면적을 곱하면(적정단가 * 보정율 * 선하지면적)최종 보상금액이 도출된다. 선하지에 대한 보상 평가는 적정 토지단가와 보정률의 책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단 선하지가 아니더라도 적정 토지단가를 결정하는 일은 일반 보상지구에서 빈번하게 수행하는 일이다. 선하지라 해서 일반적인 토지 보상평가 과정과 하등 차이 날 사항은 없다는 말이다. 임야나 농경지의 가격을 후려쳐서 평가할 수도 없거니와 굳이 고가 보상 해 줘야 할 필요도 없다. 결국 최종보상금은 고압선이 이 토지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인 ‘보정율’을 얼마나 추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보정율은 ‘입체이용저해율’과 ‘추가보정율’의 합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해당 토지의 수직 공간을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부분, 지하부분, 기타부분의 이용 공간으로 구획할 때 고압선이 어느 공간의 사용을 저해하는지 그 비율을 의미한다. 농경지나 임야지대인 경우 건물이나 지하사용부분의 저해는 없을 것이므로 통상 기타부분의 이용 공간 중 ‘공중’부분에서 약간의 저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후자는 고압선으로 인한 해당 토지의 쾌적성과 시장성 등의 가치하락 요인을 수치화한 것이다. 최대 25%의 범위에서 결정하며 추가적으로 5% 정도를 더 가산할 수 있다. 이래저래 다 합쳐도 결국 보정율은 50%이내에서 결정된다.

 

필자가 보기에도 고압선이 통과하지 않는 다른 토지에 비해 선하지가 3~40%정도 가치가 하락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고압선 아래서 장기간 경작한 농민은 불치병에 걸려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반값이라도 이런 토지를 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선하지의 매매가격 수준과 일반 토지와의 격차를 충분히 분석해 보정율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갈수록 재산권 침해에 대한 정당 보상 요구가 여기저기서 빗발치는데 이번 밀양송전탑 사건을 통해서 선하지에 대한 적정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평가 규정을 손보는 계기로 삼는 건 어떨까 싶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