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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열풍에 함몰된 고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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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열풍에 함몰된 고시촌
  • 법률저널
  • 승인 2003.07.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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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이 영어 열풍으로 '풍랑을 만난 배'처럼 비틀거리고 있다. 이같은 열풍은 내년부터 영어를 패스해야만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영어를 끝내야 하는 수험생들의 급박한 처지에 학원 등 관련 업체들이 시장형성에 가세함으로써 생긴 또 하나의 진풍경인 것이다. 법학과목 공부와의 균형도 고려하지 않고 여름 내내 거의 영어에만 매달려 있는 꼴이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당초 영어시험이 전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으로 대체하여 합격여부만 결정하도록 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할 정도다. 최근 본지나 법무부의 홈페이지에 잇따라 토익 등 영어와 관련된 불만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도 외국기관이 주관하는 영어시험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한 사례다. 전문적인 출제기관에 맡기는 것이 오류가능성을 극소화하며, 난이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다.

수험가의 영어 광풍은 과도한 비용부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 두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험생들에 '찍기식' 방식으로 영어를 패스하는데 오로지 목표를 두고 실제 영어구사능력은 뒷전인 편향된 교육이다. 진정한 영어능력 배양보다는 시험에서 요구하는 기준점을 받을 수 있는 요령만 가르쳐 왔고, 각종 광고들은 불과 한두 달 만에 통과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영어 때문에 애태우는 수험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법조인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영어능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과를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수험가는 영어 열풍이 일면서 수험생들은 찍기를 잘 가르치는 학원에 몰리고 있고, 수험생들은 여전히 지름길과 결과만을 중요시해 요령이 통하지 않는 시험보다는 벼락치기 공부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험을 선호하기 때문에 설령 점수를 잘 받는다 해도 그게 진짜 영어실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법률과목이 공부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영어에 매달려야 한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 열풍이 가져올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빗나간 영어 열풍으로 인해 법학 과목이 소홀히 다뤄질 수밖에 없다면 '미완의 법조인'을 양산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법조인들의 국제경쟁력을 말하기 이전에 찍기와 비법을 강조하는 영어 열풍이 오히려 수험생들 영어능력의 기초를 부실하게 하고 나아가 법학에 대한 전문지식도 부족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러니다. 결국, 사법시험 응시자격의 하나로 도입된 영어대체시험이 오히려 법학과목 공부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력을 양성하고 법률시장 개방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영어시험을 토익 등 전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이와 관련하여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었고, 어떤 제도든 시행초기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혼란과 번거로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 두해 지나면 정착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영어과목이 전문 법조인 양성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고, 수험생들도 득점에 유리한 종류를 선택하므로 시험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살리기 어려우며, 시험준비에 많은 비용과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고, 사법시험 주관기관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는 점 등에서 시험 시행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영어과목을 없애거나 기준점을 대폭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학공부에 전념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을 법무부가 헤아려 주는 모습을 수험생들은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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