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합격률 75%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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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합격률 75%의 단상(斷想)
  • 법률저널
  • 승인 2013.05.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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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하는 업이 이것이다 보니, 매사에 이 일에 신경이 곤두선다. 최근 지인 모임에서도 우연찮게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 화두에 올랐다. 현직 변호사, 변호사사무소사무장, 법무사, 회사원, 교사, 이렇게 6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주제가 변호사시험으로 흘렀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라는 사무장의 질문에 변호사는 “사법시험은 합격률이 너무 낮아 탈이고 변호사시험은 너무 높아 탈이다”고 양비론을 폈다. 한 때 사법시험을 준비한 바 있는 회사원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격시험에 무슨 75%를 보장해 주냐…다른 것도 아닌, 변호사자격시험인데…”라며 혀를 차자 교사는 “따지고 보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좋은 것 아닌가…그런 목적이면 어느 정도 합격률을 보장해 주는 것도 맞다”며 반박했다.


이를 지켜보던 법무사는 “다 좋은데, 그렇다고 이들에게 75%를 무조건 보장해 주는 것도 우습지 않아?”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느 자격이든, 적절한 실력평가는 필요한데 그것마저 하지 말라는 꼴이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법학지식을 전혀 평가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3년을 교육했다는 이유만으로 합격률을 담보해 주어야 하다니…”라며 혀를 찼다. 그는 “그럼, 그냥 로스쿨이 알아서 변호사자격을 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인데, 도대체 그런 제도가 어디있냐”며 꼬리를 물었다.


불과 여섯명이 모인 자리임에도 이처럼 시끄러웠다. 물론 이 분야에 제법 일가견 있는 지인들이어서 깊은 내용도 제법 나왔다. 논쟁이 이같이 치열할진데, 주무부처인 법무부, 법조계, 교육주체인 로스쿨과 그 재학생과 졸업생 내부에서의 논쟁은 얼마나 더욱 치열할까 싶다.


특히 현재 로스쿨 재학생 내부는 마치 폭풍 전야와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로스쿨 1기들은 응시자 대비 87.2%로, 2기들은 75.2%로 대다수가 합격했지만, 현 재학생들은 합격률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우려에서다. 2010년 12월 과천정부청사 앞 집회시위와 같은 집단행동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신중론에 비해 우세하다는 전언이 들려오고 있다. 근저에는 75%에 대한 신뢰이익과 1, 2기와의 불평등, 나아가 로스쿨 도입 취지론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학사관리엄정화에 따른 ‘시험에의 외도’도 허용되지 않고, 교수들의 칼자루로부터도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다는 푸념도 있다. “시험에 나오지도 않을 학설강의를 듣자니 변호사시험이 걱정되고, 말자니 학점이 걱정되고…”라며 “그렇다고 교수님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에는 신경도 않는다”라는 하소연이다.


무엇인가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일본처럼 새로운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신규 변호사 배출 규모를 꽁꽁 묶고 둔 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묘책도 찾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붓는 것이 맞다. 새로운 목적을 두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으면 그것을 수용하는 자세 또한 달라져야 한다. 기존 제도의 연장성인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존치 논의와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제도는 별개의 문제다. 댐공사를 한다고 샛강이 흐리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왕 도입된 제도로서의, 로스쿨을 향한 과감한 투자와 총력지원은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로스쿨과 그 재학생 스스로의 인식전환도 선행되어야 한다. ‘왜, 국가가 당신들에게 반드시 변호사자격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일반인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봐라! 우린 이렇게 충분한 실력이 있다”고 방증할 수 있으면 될 일이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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