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SNS와 정당정치의 미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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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SNS와 정당정치의 미래 (2)
  • 법률저널
  • 승인 2013.05.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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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지난 2주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양유업의 영업사원과 점주간의 통화내용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퍼진 갑과 을에 대한 논의가 빠른 속도로 퍼졌다. SNS와 인터넷을 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분노가 전파되었고 급기야 회사경영자가 대국민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항공기에서 라면으로 추태를 부린 ‘라면상무’에 이어 남양유업사태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의 권력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권력이 아닌 폭력의 남용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공감대가 확산되었다.
  

이 주제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은 남양유업경영자가 대국민사과를 하는 것에 있다. 남양유업불매운동이 번지면서 지나친 ‘갑’행세를 하던 기업을 손봐주겠다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시민들이 가진 공론화의 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체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할 일이었는가? 이런 시민들의 공분에 대해 꼬리자르기를 위해서 ‘국민’들에게 허리숙여 사과를 했지만 사실 이 주제가 ‘국민’과 왜 관련이 되어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남양유업이 국민을 상대로 대표성을 가진 공기업이었는가? 공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공공성의 주체로서 시민들과 달리 국민이 전적으로 민족주의에 의존하는 개념이라면 이 사안이 민족의 감정을 건드릴 사안이었는가?
  

사회적 부조리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야 시민된 도리이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공공의 분노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에서 몇 십년간 우유를 팔던 대리점 업주들의 생계는 오히려 더 위험하게 되었다.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이 사람들에게 시민적 분노는 그저 속 시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에서의 성추문사건 역시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를 타고 공개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고 급기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까지 이어졌다. 사안은 대변인 본인이 거짓말을 하는가에서 청와대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숨기고 은폐했으며 미국에서도 사건 보고가 있었지만 조직적으로 이를 무시했다는 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방미기간동안 행사를 주관한 정부부처와 청와대가 대통령의 방미결과를 중시하여 세부적인 부분을 다루는 과정에서 성추행사안을 체계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로 공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안 역시 권력기관의 비상식적인 대응과 조직적인 은폐를 다루면서 남용된 권력을 공론의 중심으로 하고 있다.
  

두 가지 사건은 인터넷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속도와 공감대의 형성과 분노의 확산은 거대 미디어들이 다루지 않거나 축소하려는 이슈들을 확대하면서 공론의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공론의 결과가 공동체를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든 아니면 이슈의 핵심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가든 사회문제와 경제문제와 정치문제 모두를 공동체의 권력행사문제로 전환하게 한다.
  

정치의 확장. 감성적 정치의 확대. 속도의 정치. SNS로 대표되는 인터넷이 가져오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이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주제는 SNS와 정당사이의 관계이다. 그런데 정당이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역할 규정을 할 것인지는 먼저 시민의 변화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민들이 변화하고 있다. 아니 시민들이 변화한다기보다 시민들의 행태(behabior)가 달라지고 있다. SNS가 매개고리 역할을 하면서 시민들이 행동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우선 행태적인 차원에서 보면 시민들이 비제도적인 부분에서 정치참여를 증대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시작된 촛불집회로부터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와 희망버스운동으로 이어진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제도권 밖에서 논의하는 주제들이 확장되었다. SNS공간에서 시민들은 비정규직 문제와 4대강사업문제와 MBC 파업으로 상징화되는 언론매체의 개혁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왜 시민들의 행동이 ‘운동’과 같은 비제도적인 과정을 이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제도정치로서 정당이 사회적 이슈를 대표하고 공론화를 진행하고 공론을 수렴하여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면 과연 시민들이 비제도적인 방식의 해법을 선택했을까? 그런 점에서 비제도적 정치참여의 증대는 제도정치에 대한 불만의 결과이다.
 

한국정치에서 정당정치로 대표되는 제도정치에 대한 불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2011년 서울시장재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 측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사례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후보를 제치고 여당후보를 제치면서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양당이 시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당이 가진 조직력과 자금도 시민들의 무관심과 불신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제도 정치를 비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로 여론 조사결과를 들 수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낮은지를 알 수 있다. 2011년 12월에 실시한 동아일보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7%이고 ‘정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9%이며 ‘양쪽을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1) 2011년 서울 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무당파의 비율이 33.1%로 나타났고 이것은 제 1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21.4%)보다 높게 나왔다.2)
  

시민행동의 변화는 정치문화차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확대된 SNS를 통한 투표 인증샷과 투표독려운동은 정치 문화적 변화이다. 이 점은 SNS가 시민들을 비제도적인 참여에만 매몰되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변의 친구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시민이 정당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수평적으로 시민이 다른 시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집단적 수준에서 보면 낮은 투표참여와 정치참여부재를 걱정하면서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정치에 대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독려운동의 취지이다. 한편 개인적 수준에서 보면 주변사람들을 독려하는 것과 스스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효능감을 즐기는 것이다.
  

SNS와 관련된 정치적 변화의 두 번째는 정치적 담론공간의 변화이다. 과거 정치공론의 장이 주로 거대담론정치에 집중했다면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공론의 장은 생활이슈정치라는 미시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다. 유럽의 1940-50년대를 대표하는 과거 정치는 주로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의 이념문제와 냉전시기 국가안보와 같은 거대주제를 중심으로 했다. 반면에 최근 SNS를 기반으로 한 정치는 일자리창출, 비정규직문제, 양극화해소와 재벌개혁과 서민경제활성화, 교육개혁문제와 같은 이슈를 정치의 중심에 두고 있다. 2011년 재벌빵집논란이나 통큰 치킨으로 이슈화 된 재벌의 중소기업분야에 대한 개입을 이슈화한 것은 시민들이 SNS를 통해 담론의 장에서 이 주제들을 공적 주제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과거 한국정치는 1970년대와 1980년대로 대표되는 민주화중심의 민주화세대가 주축이었고 민주화담론이 정치공간을 장악했다면 1990년대 이후 디지털세대는 국가공동체의 민주화라는 거대담론보다는 미시적공간의 민주주의로서 생활이슈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자기실현을 중시하는 디지털세대는 실제 본인들이 발을 디디고 사는 생활공간에 착목한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SNS를 통한 반값등록금시위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정치수요자인 시민과 정치공급자인 정당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시민들의 요구가 거대한 이슈 중심에서 세부적인 이슈로 변화하면서 생긴 정치수요의 변화를 과연 정당이라는 공급자가 따라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분화된 요구는 정당에 다양성을 대표하라고 요구하지만 과연 조직으로서 정당이 이러한 세밀하고 다양해진 이슈를 조정하면서 정당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각주)-----------------
 조화순, “SNS와 정당정치의 변화”,한국언론학회편, 『정치적소통과 SNS』,(파주,나남,2012),pp.135-136.재인용.
 조화순, Ibid.,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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