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입양특례법인가?
상태바
누구를 위한 입양특례법인가?
  • 김현
  • 승인 2013.05.10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2012년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27명으로 전년보다 100명 이상 줄었으나, 중국, 에디오피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줄곧 세계 1위 아기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썼던 것에 비하면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이에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하고, 입양아의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존중하는 국제기준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나라는 기존의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대체한 ‘입양특례법’을 제정하여 2012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친생부모에게 양육에 관한 충분한 상담과 정보 제공 등 부모의 직접 양육을 지원하고, 입양시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한다. 국내외 입양 모두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 친생부모는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아동의 출생 후 1주일이 지나야 부모의 입양동의가 가능하도록 입양숙려제를 도입하고, 입양아에게 입양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인정한다.


그런데 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 사례는 급감하고, 오히려 영아 유기가 폭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함으로써 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입양 요건으로 출생신고와 이에 따른 친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의 기재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친부모는 입양 보내기를 희망하지만 우리 정서상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들의 신분 노출과 출산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특례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친부모의 신분 노출 없이 출산 전에 입양 수속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에 유기된 영아들의 수는 2010년 4명, 2011년 37명에서 특례법이 시행된 2012년에는 79명, 올해 4월까지 벌써 64명에 이른다. 그나마 특례법 시행 전에는 베이비박스의 영아가 복잡한 절차 없이 입양기관을 거쳐 국내 가정으로 입양돼 왔지만, 시행 후에는 출생신고와 가족관계등록 의무조항과 법원 허가제의 도입으로 절차가 복잡해지는 바람에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의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장애아는 장애시설로, 비장애아는 일반 보육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출생신고로 아이가 친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랐더라도 입양절차 완료시 기록이 말소되므로 특례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입양이 되지 않거나 파양될 경우에는 여전히 가족관계증명서에 기록이 남게 되고,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할 수 없는 미혼모에게 무조건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입양이 된다면 말소될 출생기록 때문에 아이들을 유기로 내몰아서는 안 되고, 친양자관계증명서나 입양원 기록을 통해 성인이 된 입양 아동이 친생부모 기록에 접근하는 방법으로 특례법이 현명하게 개정됨으로써, 우리 현실에서의 친부모 의사와 입양아동의 알 권리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가 입양 의사를 밝혔더라도 출생 1주일 이후에만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입양숙려제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미혼모는 보통 비밀 출산을 하고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법원의 입양심사기간 동안 친부모가 입양의사를 철회할 수 있으며, 실제 입양의사가 있는 친부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하루 빨리 입양 가정으로 보내는 일이므로 입양숙려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특례법 시행 이후 법원의 허가에 의해 입양이 성사된 경우는 월 10여건에 불과해 과거 월 200건 이상의 입양 성사 건수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비록 좋은 뜻으로 입양특례법이 제정되었지만 우리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례법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입양에 관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인식 전환과, 미성년자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입양 담당 판사 등 법원 인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문제의 해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 바로 아이들의 생명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