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 공직채용과 6·7급간의 끗발
상태바
[기자의 눈] 변호사 공직채용과 6·7급간의 끗발
  • 법률저널
  • 승인 2013.05.10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진 기자


최근 한 지인 변호사와 담소를 나누던 중 최근 화제를 불러 모은 부산시의 ‘행정7급’ 변호사 공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올 초 예비공고에 이어 4월 중순 실제 공고가 나자 로스쿨생들간에는 ‘변호사 위상 추락’을 우려하며 ‘지원 불가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된 만큼, 법조계에서도 이미 회자되고 있는 주제였다.


이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도 로스쿨출신간의 논쟁처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파가 있는 반면 “한 번 고려해 볼 수도 있는 일”이라는 극소수파가 갈린 분위기다. 지난 수개월간 사건수임이 2건에 머문다는 지인 변호사는 “기성 변호사업계도 먹고살기 힘든데, 새내기 변호사들의 취업시장이야 오죽하겠나”라며 “7급 지원을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저 또한 기회가 된다면 경찰, 공무원 등에 지원해 보고 싶지만 가정을 이룬 가장으로서 결코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20대 중·후반대의 변호사라면 비록 낮은 직급이라도 공직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면 그 경력은 평생 유익할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자가 부산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 2명이 지원했고 이 또한 10일 취소기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아울러 지원 첫날 지원한 2명은 이튿날 취소를 했다는 얘기도 함께 전해 들었다. 신상까지 틀겠다는 로스쿨생간의 논란은 미필적 고의마저 없는, 그냥 해본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원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같은 엄포성 분위기는 선택의 문제에서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0년 12월 당시 로스쿨 1, 2기 4천여 재학생 중 약 3천백여명이 과천 정부청사 대운동자에서 ‘합격률 75% 이상’을 주장하며 외치던 “우리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싶고 법무부는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라”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따뜻한, 깨끗한 변호사가 되겠습니다”는 함성이 기자의 뇌에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지원 결과가 타의에 의한 것이든, 자의에 의한 것이든, 자칫 ‘신상 털기’의 엄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변호사가 7급공무원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대한민국 모든 변호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고 의외로 많이 지원하면 정부 및 전국 지자체에서의 7급채용은 붐을 일으킬 것이고,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셈이다. “국민을 위한 변호사”의 사명감으로 각자가 배우고 익힌 법률지식을 공직에서 열심히 봉사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싶다. 심지어 9급이라도 자신이 원할 경우, 하면 되는 법이다.


모름지기 공무원이란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국민의 일꾼이다. 여기서 공무원으로서 국민과 부대끼고 느끼고, 또 사서도 배우기 힘든 행정력도 배우기 마련이다. 그 노하우를 갖고 먼 훗날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그 또한 경력적인 측면에서 금상첨화 아니겠나 싶다.


노력과 투자 대비 낮은 처우가 불만이면 그만 둘 일이지만, 어느 한 곳이 비면 또 누군가로 채워지기 마련인 것이 사회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7급 불가론’은 더 이상 철옹성은 아닌 듯싶다. 같은 부산시의 소방본부 소방경(일반직 공무원 6급 상당) 채용에는 무려 15명의 변호사가 지원했다고 한다. 공무원 6급과 7급간의 끗발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기자로서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특히 로스쿨 변호사들은 ‘합격률 75%’와 맞장 뜬 “국민을 위한”에서 “위한”의 뜻이 무엇인지 다시 곰곰이 되짚어 보길 당부한다.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