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가 ‘학벌 카르텔’ 부추긴다
상태바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가 ‘학벌 카르텔’ 부추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5.03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초 치러진 제2회 변호사시험에서 응시자의 75.17%인 1천538명이 합격했다. 이번 시험에는 2천46명이 응시했으며 경쟁률은 1.33대 1이었다. 합격자 중 올해 처음 시험을 치른 초시자(로스쿨 2기)는 1천477명, 지난해 불합격한 재시자(1기)는 61명이다. 합격률은 초시자(1천829명 응시) 80.8%, 재시자(217명 응시) 28.1%다. 평균 점수는 1천660점 만점에 843.62점이며 100점 기준으로 하면 50.82점인 셈이다. 합격 기준 점수(커트라인)는 1천660점 만점에 총점 762.03점이다. 특정 과목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한 과락 인원은 응시자의 16.76%(343명)였다.

하지만 로스쿨 대학이나 일반의 관심은 이런 수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의 최대 화두는 ‘로스쿨 대학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였다. 지난달 26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각 로스쿨이 해당 대학의 합격자 수와 관련된 문의가 이어졌고, 각 로스쿨 관계자들 또한 해당 대학의 합격자 명단 파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로스쿨 대학 자체 조사로 이뤄지다 보니 통계가 부정확하고, 심지어 일부에선 수치가 부풀려지고 있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데는 ‘깜깜이 변호사시험’ 탓이다.

변호사시험은 합격 여부만 알려 주고 성적은 불합격하지 않는 한 응시자 본인도 자기 점수를 알 수 없는 시험이다. 세상에 이런 시험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변호사 자격을 주는 변호사시험이 바로 서열화와 과다경쟁을 막는다는 취지로 주요 정보를 막고 있다. 현재 변호사시험법 제18조(시험정보의 비공개) 제1항은 “시험의 성적은 시험에 응시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시험의 합격자 발표일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본인의 성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스쿨별 합격률 통계도 비공개로 붙여진 것은 대학간의 서열화를 방지하고 로스쿨 제도의 안착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법무부가 검사로 임용한 로스쿨 1기 졸업자 중 85.7%가 SKY대, 즉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었다. 2010~2012년 임용된 사법시험 출신 검사 중 SKY대 비율(64%)과 비교하면 학벌 서열화가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김앤장·태평양·광장 등 상위 6개 로펌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81%가 SKY대 로스쿨 졸업자다. 성적이 감춰지면서 오히려 출신 대학이 주된 잣대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성적 비공개가 대학의 서열화를 막기는커녕 학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공고한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 과거엔 어느 대학을 나오든 학벌과 관계없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검사로 임용되고 대형로펌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대학 간판’에 의해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셈이다.

실력을 객관적 지표로 보여 줄 수 있는 건 시험 성적이 유효한 수단 중의 하나다. 로스쿨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해서 그것을 방증할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의사자격시험은 물론 운전면허시험도 성적을 알려 준다. 미국, 독일, 일본, 어디에도 법조인 자격시험 성적을 알려 주지 않는 나라는 없다. 성적표가 사라지니 지방대 출신은 아무리 시험 성적이 좋아도 실력을 입증할 길이 없어 눈물을 삼킨다. 패자가 실력이 아니라 학벌 탓, 제도 탓, 부모 탓을 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문제는 ‘깜깜이 변호사시험’이 이런 일을 부추긴다는 사실이다.

로스쿨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숨겨질 사안도 아니거니와 비공개의 논리도 실익도 없는 억지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특히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지 아니한 이상 대학별 합격률 공개는 불가피하다. 이것마저 공개하지 않는다면 로스쿨 지원자들은 그냥 대학의 간판만 보고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시험 결과에 대한 정보 비공개로 기존의 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키는 폐해가 우려된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면 소비자는 오히려 품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을 하게 된다. 역선택이라는 것은 결국 소비자 피해를 의미한다. 법률소비자의 역선택을 막기 위해 하루빨리 변호사시험 관련 모든 정보는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