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SNS와 정당정치의 미래 (1)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SNS와 정당정치의 미래 (1)
  • 법률저널
  • 승인 2013.05.0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한국정치의 가장 흥미로운 이슈가 다시 안철수 의원에게서 시작되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부터 한국정치에서 태풍의 중심에 선 안철수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후보사퇴를 통해서 대선정국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대선직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4월 24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귀국하여 서울 노원구에 출마하였다. 그리고 연고가 없는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60.5%를 획득해 32.8%를 얻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석이 된 지역에서의 선거에 출마하는 것과 대선후보가 국회의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등을 두고 수많은 설전이 오갔지만, 안의원은 정치적으로 재기하였고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의원이 당선된 것을 두고 한국정치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한국정치에 대한 불만이 높은 득표율로 이어진 것이고 이러한 지지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안철수메기론’으로 이어진 것도 이 맥락 속에서이다. 마치 미꾸라지통에 메기를 넣어 긴장을 유도하는 것과 같이 한국정치의 지지부진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안철수라는 인물이 메기 역할을 하며 한국정치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라 것이다. 한 심야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모방송사의 논설위원이 메기론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오징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징어론은 메기는 뼈대가 있지만 오징어는 뼈대가 없다는 것으로 안철수 의원이 줏대가 없다는 것을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논쟁은 안철수 의원의 역할과 이념적기준이 무엇인가에만 있지 않다. 이 보다 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다른 각도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만들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신당에 대한 지지는 놀라운 속도로 증대하고 있다.
 

실제 여론 조사를 보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등장을 가정한 정당 지지율 조사를 했는데 여기서는 안철수 신당이 30.9%로 가장 높았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각각 30.7%, 15.4%를 기록했다. 다른 여론 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33.8%, 안철수 신당 27.7%, 민주통합당 9.6% 순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안철수 의원이 정당을 만들면 기성정당인 민주통합당이 흡수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과거 야당의 전통을 어느 정도는 이어오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기루정당에 대패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정부를 꾸리고 있는 새누리당 역시 이 신기루 정당과 비교해서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이 다투고 있는 것이다. 유령과도 같이 존재가 없는 정당이 기성정당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인터넷의 발전과 SNS를 통한 의견전달이 중요해진 정보화사회/네트워크 사회의 특성과 함께 전통적인 오프라인 조직인 정당정치가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인식되는지를 보여주는 위의 사례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정당정치에 대단히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SNS시대에 답이 될 것인가? SNS가 민주주의의 지형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과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는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저항운동에서 SNS를 통한 투표독려운동과 특정 후보자 중심의 지지자운동으로 전환되어 왔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는 다른 한편 안철수 의원이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조직부족에 대한 지지자들 중심의 바람이자 압박이다. 신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들라는 지지자들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 현상 속에서 사회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SNS가 수행하는 기능의 변화와 진화를 살펴볼 수 있다. SNS는 정당정치가 수행하던 역할 중 정보를 전달하고 대표되지 않은 새로운 이슈나 요구를 반영하고 대표로서 기준을 제시했고 이것이 SNS의 초기 역할이었다. 낙천낙선운동이나 촛불시위는 SNS가 보편화되기 이전에 인터넷에 기반한 정치를 보여주었다. 인터넷이 광범위한 네티즌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SNS는 인적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SNS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2010년 지방선거나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SNS와 관련된 다른 형태의 기능이 부각되었다.
 

인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짧은 의사소통과 연대가 중요해진 것이다. 인적 연결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는 대표적으로 팔로워가 얼마나 되는지와 어떤 집단과 주로 연결되는지를 통해서 정치적 색깔과 소통의 가능성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었다. 한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 이들과 인적으로 연결되었는지와 SNS유력자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정치무대에서 정치인들과의 의사소통과 정당과의 의사소통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의 힘이 강력한 지지율로 연결되었다. SNS의 짧고 강력한 영향력은 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때문이다. 선호의 강도가 높은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이슈를 프레임화(framing)하는지가 어떤 각도에서 정치인과 정당과 이슈를 이해하게 하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SNS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유권자의 의사와 이슈를 반영하게 한 것이다.
 

최근 선거들에서 보인 SNS를 통한 투표인증샷과 투표독려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정치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 새로운 기능이다. 이것은 앞서 본 시민이 정당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수평적으로 시민이 다른 시민에게 영향을 주면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정치참여부재가 정치적 의견의 배표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자신들과 동떨어진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작동하면서 투표독려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보여지는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신당지지율은 새로운 조직과 정당을 만들라고 하는 요구라는 점에서 좀 더 적극적이다. 민주주의를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두 축과 수요축-공급축의 양자를 이어주는 과정들로 파악할 경우 현재 상황은 시민들의 수요측 요인이 SNS라고 하는 새로운 정치과정을 이용하여 공급자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수요중심적 정치를 구축하려는 오랜 동안의 움직임 속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공급 측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중간고리로서 SNS에 관한 부분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이 중간 고리의 역할은 정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당은 수요 측의 시민들의 요구를 공급 측의 국가와 정부에 연결해주는 트랜스미션벨트 역할을 해왔다. 영국의 정치학자 바커(Ernest Barker)는 정당을 “사회와 국가를 연결해주는 교량이며,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고와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토론이 정치기구라는 물레방아로 흘러들어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수로이자, 수문”이라고 했는데 정당에 대한 이러한 규정은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다시 정치현실로 돌아와 보자. 시민들은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식료품가격의 상승과 비정규직문제와 저출산과 육아문제와 청년실업문제가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생활전선의 변화가 북한의 미사일위협보다 더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생활의 이슈가 정치권에 반영될 기미가 안보이자 이제 시민들은 새로운 생활정치를 사회적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뿐 아니라 정치권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을 재편하라는 요구를 통해서 정치적 변화를 주도해가려는 것이다. 정당이 수행하는 수문장역할 혹은 전달벨트 기능이 대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여론 조사를 보면 정당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낮은지를 볼 수 있다. 2011년 12월에 실시한 동아일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7%이고 ‘정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9%이며 ‘양쪽을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시간에는 SNS가 보여주는 시민상의 변화와 정당에 대한 역할변화를 통해서 민주주의에 대한 영향을 진단해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