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사회대논쟁 :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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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사회대논쟁 :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3)
  • 법률저널
  • 승인 2013.04.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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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북한의 위협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위협카드를 꺼내든 이상 소기의 성과를 얻을 때까지 위기를 지속시킬 것으로 보여 현 상황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공관에 철수할 것을 권하기까지 하는 초강수를 쓰는 북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사람같아 보인다. 북한은 정말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계산된 위협일까? 북한 사태의 본질은 결국 북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번 시간에는 대한민국의 대외환경 변화를 다룰 것이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에서 출판한 『한국사회대논쟁』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현재 위협과 연결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앞서 이야기하던 북한이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부터 다뤄보자.
 

북한의 현재 외교정책은 북한이 바라보는 미래상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미래를 예상하고 그 미래에 대한 예상에서 현재의 대외정책을 수행한다는 주장은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라고 하는 이론에 근거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전망이론은 미래에 대한 전망(prospect)이 현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심리학이론이다.
 

현재 북한 문제를 설명하는데 전망이론의 설득력이 높기 때문에 전망이론을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한다. 전망이론은 카네만(Daniel Kahneman)과 트베르스키(Amos Tversky)라는 심리학자들이 1979년 Econometrica에 발표한 논문 “Prospective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를 기원으로 한다. 이 논문에서 이들은 경제학에 있어서 전통적인 합리주의 모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결정은 위험상황하의 선택이며 위험상황에서의 선택은 모험주의적이 될 수 있다는 심리적 입장을 밝혔다. 전통적인 경제적 설명대신에 심리적인 경제행동 설명으로 관점을 돌린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실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으로서 그 결실을 맺었다.
  

전망이론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손실이 크다는 것이 명확함에도 도박에 빠지는 개인들의 선택이 어떻게 내려지는지와 비싼 비용과 낮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왜 보험을 들어서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하려고 하는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되었다. 심리학에서 경제학으로 건너가 인간의 심리적 조건으로 경제행동을 설명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전망이론이 국제정치학에 도입된 것은 1992년 정치 심리학 잡지인 Political Psychology 에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부터이다. 국제정치학 분야에 들어온 전망이론은 전쟁연구들과 국가들의 외교행동관련 연구들과 미국 대외정책과 위험감수적인 사례들의 분석들로 확장되어 왔다. 최근에는 탈리아페로라는 학자가 전망이론의 가설을 통해 ‘위험의 균형이론(balance of risk theory)’이라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여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탈리아페로는 강대국이 주변부지역에 개입할 때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관리들이 대외정책에서 얼마나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얻을지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학문적으로 볼 때 이런 연구는 방어적 현실주의라고 하는 탈냉전이후 좀 더 체계화되고 있는 현실주의와 전망이론이라는 심리학 모형을 결합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국내정치구조를 통해서 설명력을 높이려한다는 점에서 신고전현실주의(Neoclassical Realism)라는 현실주의의 다른 분파의 논리를 강화해주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전망이론의 내용 중 가장 핵심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면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인 행동을 하지만 자신의 현재 상황과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처지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위험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지가 나쁜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비용을 로또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에 기인한다. 마찬가지로 국가의 지도부가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할 때 이들은 미래보다는 지금이 조금이라도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62년 쿠바 위기에서 케네디는 만약 미국이 이념의 차이와 이익의 불일치로 인해 소련과 반드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면 나중에 소련이 좀 더 힘이 센 상태보다는 1962년 상황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쟁까지도 결심한 채 미사일 사태에 대처했던 것이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북한은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남한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통해서 현재 위기상황을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의 낙후한 경제상황은 아직도 북한이 2010년대로 나오지 못하고 1970년대에 머물러 있거나 1960년대로 후퇴하고 있게 만들었다.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고 노동력의 일부를 파견함으로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이것은 북한이 중국에 대해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중국이 “거의 유일한”지원세력이지만 중국의 발언권 강화는 내부 통제력이 떨어진 북한에 커다란 부담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전쟁도발발언이나 중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북한이 위기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미국-중국에 대해 북한이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여전히 독립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전망이론이 주는 정책대안은 단순하다.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불안한 행동을 하고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바꾸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전망이론이 제시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도 진행되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꿀 수 있는 보상구조를 장기화시키고 제도화시켜야 한다. 북한 문제를 전망이론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북한에 대해 한국-미국-중국이 장기적인 경제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이를 규칙적이게 함으로서 제도화시켜 주어야 하는 것으로 북한 지도부를 설득해야 한다. 과거 한미가 공유하던 북한의 조기 붕괴시나리오를 폐기하고 대화상대로 북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이 문제의 주체가 되게 만든다. 현 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변화를 전제로 한다. 북한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이면서 지원의 대상과 수혜를 받는 피원조국이라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향후 같이 미래를 그려갈 동반자라는 인식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민국과 미국 내의 분란을 조장한다. 보수파들의 입장에서 잘못한 북한대신에 자신들의 입장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국사회대논쟁』의 제 1장이 다루는 것이 G2 시대의 한국의 대외정책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이 국제무대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에만 쏠리지 않고 중국에 지나치게 편승하지도 않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과 러시아를 고려하면 판을 작동시키는 게임의 규칙은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나 중국의 대미 ‘반접근’ 정책과 함께 강대국외교 지향성사이에서 한국은 분단관리를 통해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가능성을 줄이면서 지역관리 정책을 만들기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의 전망이론이 제안하는 전략은 상당히 흥미롭다. 만약 국내적인 거부세력이 강해져서 북한에 대한 미래상을 같이 그릴 수 없게 한다면 지역공조정책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국제적 협력구조가 만들어졌고 이 방안이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대내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을 북한 지도부의 심리상태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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