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의 위협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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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의 위협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1)
  • 법률저널
  • 승인 2013.04.0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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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나쁘다. 북한이 위협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대한민국과 미국의 대응 역시 초강경수위로 가고 있다. 북한이 군사훈련을 늘리고 있고 최근에는 중거리 미사일 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해외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하와이에 있던 미사일 요격용 레이더를 이동시키고 요격 미사일을 싫은 구축함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배치하고 있다. 비겁자 게임이라고 불리는 치킨 게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겁자게임은 게임이 지속될수록 게임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겁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점차 자신을 기만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힘의 관계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하더라도 비겁자가 되면 안된다는 평판을 신경쓰느라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위험성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에서 이러한 치킨 게임이 극단적이 되어 결국은 약자가 강자를 공격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걱정인 것이다.
  

일본이 1941년 21월 7일에 진주만을 공격한 상황도 정확히 말하면 치킨 게임의 마지막에서 일본이라는 ‘상대적 약자’가 미국이라는 ‘상대적 강자’를 공격한 사례이다. 당시 철강생산량이나 공업능력을 비교했을 때 잠재적 국력에서 10배 정도의 열위에 있던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이후 지속된 미국과의 갈등에서 자신을 기만하고 결국은 이길 것이라는 승산이 없이 전쟁을 개시하였다. 상대적 약자(weaker state)에 의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객관적 국력상 남한에 대해 열세에 놓여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이 안되고 인구에서 대한민국에 비해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남한에 대한 경제력은 50배정도 차이가 난다. 북한의 군사예산은 5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군사예산이 300억달러를 넘는다는 점에 비추어 1/6정도에 불과하다. 전적으로 남한과 비교했을 때이다. 한미동맹으로 연결된 미국을 합산해서 대비했을 때는 북한의 전력이라는 것은 더욱 볼품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본토에 미사일 운운하는 것의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을 주고받는다고 했을 때 누가 더 타격을 받을지는 명확하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안에 선제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위협을 강화하는 것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중국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최근 중국의 자세를 볼 때 중국도 북한을 견제하고자 한다. 미국이 B-52 폭격기, B-2 폭격기, F-22 랩터 전투기를 동원해서 한반도에서 훈련을 했음 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전과 달리 이런 훈련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이것은 중국의 새정부 입장에서도 억지가 안되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중국이 북한을 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를 하면서 더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초강수를 두는 것은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정치적 고려의 결과이다. 북한입장에서 미국과 남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와 어느 정도 결속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부를 길들여보면서 중국의 대응을 살펴보는 것이다. 대외적인 측면에서 자신들의 상황을 객관화하면서도 국내정치적으로 김정은이 물려받은 선군정치의 유산을 이어간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철저히 하는 것이다. 어리고 경험이 적은 지도자입장에서 강경한 이미지를 통해서 국내적인 정당성을 고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군부와 결탁(log-rolling)을 하면서 군부를 자신의 편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것이다. 군부의 최고 지도부를 모두 바꾸면서 자신에게 충성을 하는 강경파를 등용하는 것은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세력이 군부밖에 없다는 점과 고모부 장성택의 후원이 없이도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을 노리고 이들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외교적 계산으로 볼 때 위협의 강화는 위기를 극적으로 만들어서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 통 큰 양보를 하면서 위기를 극적으로 해소하는 것으로 김정은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최종적인 경제적인 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걱정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게임이 악화되다 보면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일상화되면서 ‘위기 피로감’이 생기는 것이다. 즉 위기가 일상적이 되면서 이 위기를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차라리 빨리 푸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합리적 계산을 방해하는 것이다. 1941년 일본인들은 대미전쟁이 발발하자 오히려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하면서 축제분위기가 되었다. 10년에 걸친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이 전쟁을 통해 실제로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번째 걱정되는 점은 위기가 오래가면 나름의 내부동력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위기가 되면 강경파 목소리가 커진다. 이들은 위기에서 자신의 발언권이 증대하고 자신의 결정력이 강화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들 강경파는 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기가 강화되면 이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보다는 위기를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다. 정책결정구조의 내부적으로 강경파들이 득세할수록 정책전환이 일어날 가능성은 줄어든다. 태평양전쟁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던 시기 일본의 해군과 육군도 강경파 위주가 되었으며 미국에서도 혼벡과 같은 강경파가 일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일 교섭을 거부하게 한다. 결국 위기가 만들어낸 강경파들의 희생물이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간지대의 붕괴와 중재가능성이 약화되는 것이다. 외교는 타협의 영역이다. 따라서 타협을 위한 공간(room)이 필요하다. 상대방과의 양보가능한 범위가 겹쳐지는 중간지대가 있을 때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기가 지속되면 중간지대는 점차 좁아진다. 중간지대가 줄어들수록 협상을 통한 자체적인 해결이 어려울 뿐 아니라 3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든다. 직접적인 대립의 강화는 비겁자 게임에서 자신의 평판에 대해 더 목을 매게 한다. “더 이상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심리가 작동하면 위기는 폭발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의 전망이론적 함의가 고려될 수 있다. 전망이론은 미래의 전망을 고려하여 현재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앞으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면 현재 막 사는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미래가 없기 때문에 현재 막사는 것이다. 그래봐야 잃을 것이 없다. 왜냐하면 가진 것이 별로 없고 앞으로는 더 가지게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한 말로 깽판을 치는 것이다. 미래가 없어서 현재를 버리는 사람에게는 양보와 설득이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하지를 설득하고 미래가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이야기 해봐야 이 말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예를 들자면 노숙을 하는 이들이 희망을 잃고 재기를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아지는 것도 미래를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아는 북한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에게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모두 무산시켰고 무산시키고 있다. 이런 경험들은 포기를 당연시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첫 번째는 깽판을 칠 경우 심난하게 피해를 보게 해서 아예 깽판치는 것 자체를 고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적으로 말하면 ‘억지’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강력한 위협이 답이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식프레임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심리적인 문제는 심리적인 인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인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주변국가들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난관이다.
  

현재 상황에서 위기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억지에 있다. 매일 대한민국과 미국이 내놓는 강경정책은 억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다. 인식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런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북한에게 알려져야 한다. 이 위기 상황에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외교적 공조를 강화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각주)-----------------
1)지난 시간까지 이어오던 한국사회논쟁은 이번 주에는 북한에 의한 위기고조로 인해 다음 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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