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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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어디로 가는가
  • 방희선
  • 승인 2013.03.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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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선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새로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여러 논의가 분출하면서 교육문제도 주요 의제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그에 따라 보편적 복지 논의와 아울러 영유아 보육이나 대학등록금 및 사교육비 부담의 문제도 논란거리다.


특히 최근에는 재벌가나 국회의원 등 상류층 자녀의 자사고나 특목고 특례입학과 같은 시비거리까지 불거져 논란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답게 날이 갈수록 사교육 비중이 커질 뿐 아니라 취학 전 아동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까지 몰아쳐 사회 전체가 온통 교육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 속에서 과연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근본적 회의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좋은 인격과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교육이라면 과연 우리네 현실은 그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건전한 노력과 경쟁을 통한 능력의 향상은 간 곳 없고 맹목적인 주입과 방향 없는 이기적 생존술의 범람만이 넘치는 꼴이다.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되는 온갖 학원과 학습에 인성과는 무관한 끝없는 사교육으로 초·중등교육의 현장은 황폐화되고 기계적 학습만 남은 격이다. 오랜 법조생활을 뒤로 하고 교육현장으로 옮긴 필자의 눈에 비친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현상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마다 불어 닥친 계량화되고 물질화된 졸렬한 성과주의와 물신주의로 교육장인지 사업장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지 오래다. 마치 건설사의 수주실적 경쟁처럼 프로젝트연구비 수주 실적이 높아야 훌륭한 교수이고 유능한 연구자인 듯 캠퍼스마다 실적공시에 눈이 멀 지경이고, 강의평가니 업적평가니 하는 조잡하고 천박한 기계적 잣대로 얻어진 수치를 마치 새로운 발전의 지표인 양 내세우고 있다. 이런 외형 위주의 형식주의와 싸구려 포퓰리즘 속에서 학생은 학생들대로 진지한 노력과 연마보다는 그저 학점세탁이나 편의주의적인 점수관리에나 치중하여 진지한 교육자는 외면 받고, 시류에 영합하는 요령 좋은 교수들이 마치 우수한 교육자인 양 대접받는 기이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런 까닭에 쉽고 편한 수업으로 대다수 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강의나 쫓아다니며 대다수 학생이 A나 B학점을 받는 학점인플레가 만연하여 맹목적인 학점 포장과 스펙쌓기가 어느덧 대세요, 유행이 되고만 지경이다.


이는 새로운 법조양성교육을 표방하며 도입된 로스쿨이나 법과대학의 법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종래의 재래식 강의에 상투적 평가방식이 그대로 가해져 내실없는 형식논리의 교육행태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이런 조잡하고 실질 없는 내용의 교육에서 무슨 발전의 동력을 기대할 것인가. 문득 얼마 전 강남의 고급아파트 단지 내 목욕탕에서 목격한 기괴한 행태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급시설에 부유층 자녀들이 들락거리는 그곳에 들어온 아이들이 마구 떠들고 시끄럽게 굴더니 급기야 샤워기 앞에서 대놓고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너무 놀란 필자가 아이들을 나무라며 이를 지적하자 초등학교 고학년의 제법 큰 아이임에도 뭐가 문제냐며 말대꾸를 하는 지경인데 주변의 다른 어른 누구도 함께 나무라는 걸 보지 못했다. 더구나 이런 소동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어른들은 쉬 마렵다는 아기를 화장실에 데려 가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들어 올려 배수구를 향해 소변을 보게 해주는 일까지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본질을 잃고 물질과 계량주의에 물든 잘못된 세태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요, 정향 없는 교육이 낳은 허망한 비극이 아닐까 생각하니 과연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심각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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