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시생 자살 법무부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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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시생 자살 법무부 책임 크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3.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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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에 수차례 낙방했던 명문대 법대 졸업생이 스스로 35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서울의 명문 사립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줄곧 사법시험을 준비해 왔다. 5~6차례 고배를 마신 그는 고향에 머물다 최근 가족들에게 '부산에서 공부하겠다'면서 연고도 없는 부산에 와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줄 거라는 일말의 희망도 그는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족에게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현장에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투신 시각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까지 올라간 시각 사이 3시간 가량 공백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지막까지 삶을 고민한 것으로 보여 주의를 안타깝게 했다. 

사시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매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도 서울의 한 법과대학 나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사시생이 고시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려운 가정이었지만 집안의 희망이었던 그는 시험에 번번이 낙방했고 로스쿨을 갈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자 결국 자살을 택했다. 2011년에는 5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해 온 29세의 젊은 사시생이 1차 시험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험 전날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해 "시험 잘 보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오래 준비한 사법시험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처럼 2009년 로스쿨 도입으로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된 이후 줄곧 선발인원이 감축되면서 사법시험에 실패하는 수험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사시생들의 잇단 자살 소식처럼 꿈꾸는 자들의 안타까운 소식만 들려오는 것일까. 사법시험 대폭 감축으로 수년째 사법고시에 전념해 온 수험생들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없는 까닭에 가던 길을 계속 가야만 하는 현실이 캄캄한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학력과 경제력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오르지 실력으로만 경쟁하는 사법시험이라는 '외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만을 바라는 '외눈박이 행정'으로 일관하며 사시생들을 치열한 경쟁의 정글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보다 제도 안착을 우선'하는 법무부의 극단적인 행정이 사법시험 수험생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주된 원인이다. 지난 10월 법무부는 사법시험이 잔존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선발예정인원을 2014년 200명, 2015년 150명, 2016년 100명, 2017년 50명으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협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어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했다. 전국의 법과대 학생들과 수험생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7년 폐지까지 줄곧 200명을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법과대학협의회에서는 500명을 계속 유지하자는 의견을 냈다. 심지어 로스쿨협의회에서도 250-200-200-150명으로 제시했지만 완전히 무시됐다.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사법시험 제도는 마지막까지 틀어막아 바늘 관문으로 만들면서 출구없는 출구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그들에게 기회의 문을 옥죄며 빨리 다른 곳으로 가라고 내모는 게 정부의 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려고 하더라도 틀 곳이 없는 소위 '장수생'들은 오로지 사법시험에만 매달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다. 설령 법령대로 사법시험이 2017년까지 존치한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선발인원을 대폭 감축해야 하는 당위성은 없다. 로스쿨 조기 안착을 위해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억지 외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다.

마땅히 제대로 된 정부이고 공무원이라면 그들을 위한 대책을 먼저 세우는 게 우선이 아닌가. 양심이 있는 법무부라면 잇따른 사시생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하고, 하루 속히 대책을 내놓고 사법시험 출구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사법시험 잔존기간 최소 현재 수준의 선발인원으로 마지막까지 사시생들에게 기회균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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