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火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어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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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火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어찌 해야 하나?
  • 법률저널
  • 승인 2013.03.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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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아름답다!” 하는 감탄은 “깨끗하다!”라고 느낄 때 저절로 나온다. 우리는 지난 10일 열린 ISU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프리 종목에서 선보인 “레미제라블”에서 아름다움과 깨끗함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맛보았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지극에 달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의 극치, 그것은 크고도 잔잔한 감동이었다. 우리는 그녀가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넘어졌을 수많은 상처를 잘 알지 못한다.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하고 땀을 흘렸으며 또 좌절의 시기를 보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아름다운 최고가 되기 위해 흘렸을 땀과 눈물을 생각하니 그것도 감동이다. 우리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스스로 아름다워지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갈고 닦았는가고. 내가 질문한 대답에 나는 감히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김연아의 그 날 아름다움은 스케이팅 연기에서 오는 완숙한 아름다움이기도 했지만, 그가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음악 “레미제라블”이 있었기에 더욱 아름다움이 절실해지는 것은 아니었을까? “비참한 사람들”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레미제라블”은 빅톨 위고가 쓴 소설명이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다시 나폴레옹 황제의 왕정복구를 거쳐 공화정체제가 들어서는 역사적 과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대혁명의 케치 프레이즈는 “자유, 평등, 박애”였다. 지금 프랑스 국기인 3색기 색상이 이를 하나씩 상징한다. 프랑스대혁명, 제3시민계급이 중세의 절대왕정체제를 물리치고 승리한 시민혁명이었다. 절대왕정의 탐학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갈아엎겠다고 시작된 프랑스대혁명, 성공하였으면 시민계급의 삶이 향상되었어야 옳다. 그렇지만 빅톨 위고의 눈에 비친 프랑스사회는 “장발장”으로 상징되는 주인공,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빵 한 조각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배고픈 사회일 뿐이었다. 사회는 개선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악화되었던 것이다.


빵 한 조각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장발장이 넘쳐나는 사회가 프랑스대혁명의 산물이었다. 프랑스대혁명은 성공한 것 같지만 다시 나폴레옹황제체제로 회귀되고, 그 결과 백성들은 가난과 헐벗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산업혁명의 대격변 속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며 병들어 죽어갔다. 그래서 1832년과 1848년에 공화정체제를 향한 재혁명이 일어나는 과도기에 “레미제라블”은 태어났다. 통렬한 사회고발이었고, 어느 역사가도 남기지 못한 처절한 역사서가 되었다. 지금도 변하지 않은 우리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고발하며 세상을 바꾸라고 소리치고 있다. 저 200년 전에 나타났던 사상,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이 지금 한반도에서 요동치고 있는 사실을 목격하면 나는 또 장발장이 되고, 마리우스가 되고, 코제트가 된다. 저 2세기 전에 세상을 지배했던 자유와 평등의 사상적 대립이 대한민국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상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남쪽은 자유민주주의라며 평등을 부르짖는 북쪽을 향해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북쪽도 평등하지 않으면서도 평등한 척 자신들을 포장한 채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남쪽을 비난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가치의 대립일 뿐이다. 자유와 평등은 대립개념이 아니라 융합되어야 할 가치이지 않는가?


냉혹한 법집행자 자베르 경감은 장발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가석방된 자가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다시 범죄자가 되었다는 이유이다. 그때의 전과자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자였다. 사회는 전과자가 다시 재기할 수 없도록 족쇄를 채웠다. 다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자베르 경감에게 인간은 없다. 그렇지만 인간이 없는 법집행은 잔인한 죄악일 뿐이다. 인간이 없는 정의는 정의를 위장한 권력 남용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지 4주가 지났다. 2013년 3월 대한민국은 “과열된 난로”가 되어 있다. 火氣가 넘쳐나고 있다. 모든 것이 뜨겁다. 냉정하기로 소문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4주만에 대한민국은 뜨거움이 넘쳐 모두가 데일 정도로 과열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火氣기 넘쳐나 수분이 극도로 고갈되어가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것을 냉정하게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하는데, 그 냉정한 단호함이 뜨거운 열기로 변해버리니 참으로 귀신 곡할 노릇이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상징되는 내각의 인선이 상당한 흠결을 지닌 자들로 구성되어 도덕성 타격을 입었다. 하기야 세상에 어디 흠 없는 사람이 있는가? 수십 평생 살아오면서 그 정도 흠이면 평균적으로 양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들에 대한 평가가 이중적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열을 받는 것이다. 원칙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균적으로 적용되는 정의여야 하는데, 자기에게 불리할 때는 철저하게 그 원칙(자신이 일방적으로 내세운)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배척하는 수단으로 쓰다가,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또 철저하게 원칙을 바꾸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해버리는 이율배반적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기에 강물 흘러가듯 자연스럽지가 않고, 빙판을 미끄러져가는 김연아의 스케티잉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김병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계속 보류되고 있다. 자진 사퇴를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여론이 조금 수그러들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속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검은 것은 결코 흰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검은 것은 그냥 검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여론이 조용해진다 하더라도 검은 것은 검은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거기에 한미연합사령부에 의해 진행된 키리졸브훈련에 대항하여 북한의 불바다 엄포가 나오고 핵무기 공격이 나오더니, 이에 대응한 미국의 B-52폭격기의 한국상공에서의 폭탄투하 훈련이 진행되었다. 어찌 보면 전쟁즉발의 위험상태에 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는 KBS, MBC, YTN 등 주요 방송국과 신한은행 농협 등의 전산망이 일시에 마비되는 사이버테러가 있었다. 아직도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다이하드4”가 주요 스토리로 삼았던 사이버전쟁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온다. 거기에 원세훈 국정원장의 국내정치관여 지시공문이 폭로되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4대강공사, 노조활동, 정치적 의사표시 등 커다란 국내정치 주제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미주알고주알 지시사항이라며 이를 전직원들에게 하달하였고, 그러한 하달사항이 공공연히 국정원 내부 전산망에 올려 놓았을 정도니, 이는 국내정치관여를 규정한 국정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과감한(?), 아니 어리석도록 조심성 없는 불법행위를 공공연히 하였다는 자기고백이 아니겠는가? 모두 권력의 행사에 도취되다 보니 배꼽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자기교만의 결과이다.


화기가 넘쳐나면 사람은 충동적이 된다. 사소한 것에도 화를 벌컥벌컥 내게 되고, 남과 다투게 된다. 성정이 절제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러한 순간적 충동이 개인에게 있어서는 극단적 자살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자기보다 약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과 부녀자들에 대한 성폭행으로 나타나거나, 힘없는 급우에 대한 왕따 및 폭력과 갈취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동네 구멍가게 사이의 힘의 불균형이 화를 돋우고,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다. 화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화기를 가라앉혀 和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옳은 길을 대통령부터 걸어가면 된다. 그래서 김병관 후보자 같은 부적격자를 과감하게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들의 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직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기고 있는 김기용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을 이미 경찰청장으로 내정하였지만 이를 철회하여야 한다. “임기제”라는 것은 그 임기 동안 형사상 처벌이나 징계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자리를 보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소신껏 법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말이다. 그렇다면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임기를 대통령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바꾸어서는 아니 된다. 이번 기회에 임기제의 “법률적 의미”를 심도 있게 논의해 보아야 한다. 물론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이므로 임명권자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임기제는 “더 이상 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임기 내에는 그 자리에서 쫓아내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런 목적에서 법률로 임기를 정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임기 동안은 임명권자라도 함부로 보직해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일 보직해임한다면 김기용 경찰청장은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 국가에서 부당하게 임기 내 해고당한 근로자(?)로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火氣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에 차분함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뭔가 모르게 들떠서 열을 받을 대로 받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북한의 전쟁위협, 사이버테러, 국정원장의 국내정치개입, 대기업들의 무단 해고, 극렬화되어가는 각종 사회범죄 등의 화기를 이 땅에서 몰아내고, 화기애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흘러가는 강물을 말없이 바라보며, 하늘 한 번 쳐다보는 멈춤의 여유를 회복해야 한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을 보고 또 보면서, 아름답다고 감동하며, 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님,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화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이 장발장이 아니라 김연아 선수이게 해 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도 봄날은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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