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고시출신’ 편애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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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고시출신’ 편애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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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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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법조인 등 고시 출신 ‘관료 사랑’은 남다른 것 같다. 낙마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40여년간 법조계에 몸담았던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되면서 박 대통령의 법조인 선호 현상이 재차 입증됐다. 사실 박 대통령의 ‘법조인 선호’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판사 출신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첫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2011년 5월에는 당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 출마한 황우여-이주영 의원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도 판사 출신이다. 황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는 당 대표로, 이 의원은 대선 당시 특보단장으로 활동하며 박 당선인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검찰에서 활동했던 권영세 당시 사무총장은 대선에서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선대위에서도 박 대통령은 ‘법조인 선호’는 계속됐다. 공동 선대위원장에 예상을 깨고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중용했다. 또 ‘차떼기 수사 검사’로 유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삼고초려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했다. 대선 승리 후에는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김용준-진영 라인업’을 재등용해 신뢰를 입증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차관급 이상,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국가정보원장·금융위원장 등을 포함한 인사에서도 ‘고시출신’ 편애는 남달랐다. 권력 ‘투톱’인 내각과 청와대 모두 고위 관료 중심으로 모양이 잡혔다. 고위 관료 집중은 고시 출신 초강세로 이어졌다. 전체 60%를 넘는 55명이 사법시험과 행정·외무·기술·입법고시 합격자다. 상대적으로 ‘행정관료’ 기용에서 자유로운 청와대도 52명 중 25명(48%)을 고시 출신으로 채웠다. 특히 13일 발표한 차관 인사 에서는 무엇보다 고시 출신들이 차관직에 대거 포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전체 20명 중 무려 18명이 각종 고시 출신이다. 행정고시 출신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무고시와 기술고시 출신이 각각 2명을 차지했다. 사법시험 출신은 1명이었다. 행시의 경우, 26회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28회(3명)가 이었으며 25ㆍ27회가 각각 2명이었고 24ㆍ29회 출신 차관이 각각 1명이었다. 외부 인사는 나승일 교육부차관과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2명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이나 국가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다른 직군보다는 상대적으로 법조계 인사들이 더 많이 발탁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인 출신의 강점은 균형감이다. 법조인들은 오랜 기간 법정에서 사건을 다루면서 원고와 피고 양쪽의 주장을 듣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된다. 반복된 연습으로 형성된 습관이 결국 매사에 균형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 엘리트집단의 일원으로서 몸가짐을 조심한 탓에 비행을 저지른다든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점 등 법조인 특유의 안정감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고시출신의 엘리트 관료들이 중용되는 것은 바로 전문성이다.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과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고시출신자들의 우수한 기획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새 정부에서 고시출신들이 적재적소에 중용되는 것은 반길 일이다. 전문가들을 집중적으로 기용함으로써 ‘효율성’을 행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문가 기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새겨들어야 한다. 관료 등 전문가 기용은 민간 분야에 비해 정부 기관이 월등히 앞선 역량을 보유했던 과거 개발 시대에나 통했다는 것이다. 관료들이 자기들만의 논리로 문민 통제를 거부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국민 시각에서 정무적으로 판단하는 인물들의 내각 기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강하다. 특히 근자에 더 높아 보이는 자리, 더 폼 나는 권력을 걸터듬다 반면교사가 된 법조인들과 엘리트 관료들이 늘면서 이들이 중용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도 크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법조인, 엘리트 관료이기 이전에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상찬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국가의 동량이 되겠다고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사회적, 윤리적 기준에 걸맞은 좋은 인성을 기르는 노력도 자못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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