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우리 모두를 살리는 생명줄, 正義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우리 모두를 살리는 생명줄, 正義
  • 법률저널
  • 승인 2013.03.15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철쭉이 꽃몽오리를 피운다. 저 꽃이 피어나면 두어 달 가까이 내게 기쁨을 주리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꽃몽우리 하나를 만져 보았다. 사랑스럽고, 고귀하다. 생명은 그렇게 경이롭다. 7년 전에 샀던 철쭉꽃화분에서 어김없이 또 꽃이 핀 것이다. 매해 겨울이면 말라 죽은 것처럼 가지가 앙상해졌다가도 봄이면 저렇게 어김없이 꽃을 피우니 어찌 경이롭지 않겠는가? 겨울, 그 초라한 가지를  볼 때마다 혹시 죽지 않았을까,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좁은 베란다 공간배치를 생각하다가, 그래도 지난 봄 피었음을 상기하고 내년 봄에도 피겠지 생각하며 한쪽에 잘 보관해 놓았던 화분이다. 주인인 나로부터 겨울 동안 신뢰를 받지 못했던 철쭉꽃뿌리는, 나의 불신과 상관없이 올봄에도 어김없이 생명의 부활로 화답한다. 그 곁 동양란에서 피어나는 난꽃은= 역시 겸손하지만 향기롭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유독 나만 세상사에 민감한 것일까? 아니면 어딘가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답답한 세상사에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번 주에도 굵직굵직한 세상사들이 난마처럼 얽혀 서로를 물어뜯고 있다. 모두가 독자적 문제인 것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그 근원을 뚫고 들어가면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부족함 하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새 학기를 맞아 몇몇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삼스레 깨닫는 것은, 이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이 인간이고 끝 역시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인간의 정신이 살아 있으면, 진정한 스승이 존재하면 이 세상은 맑고 깨끗해질 것이고, 인간의 정신이 썩어 있으면, 모두가 탐욕스런 거짓 선생만 있으면 이 세상은 아비규환의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엇 때문에 경제개발을 하는가? 무엇 때문에 국가안보를 철저히 하는가? 무엇 때문에 교육을 하는가? 답이야 여러 가지로 나오겠지만, 나보고 말하라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겠다.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고 국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특정 계층의 경제적 부의 집중현상이 심화된다면, 그래서 그 집중된 경제적 부가 가지지 못한 자들을 압박하고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그 경제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국부증대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며 미워하는 세상이 되어 서로 죽이고 죽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이 작동하는 무서운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강의시간 어쩌다 학생들과 법학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우리가 공부하는 법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正義를 定義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려고 노력한다. 경제학은 무엇이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가를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학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지를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법학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를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예부터 신학, 철학, 법학은 가치 있는 학문으로 존중받아 왔다고, 그런 학문을 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강변하곤 한다. 어찌 보면 내 자신, 그러한 가치관에 함몰되어 간혹 앞뒤가 막힌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학교 선생이기에 학생들에게 그 가치를 놓치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허공 속 메아리가 될지언정,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해야 하고, 옳다고 생각되면, 손해가 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그 옳음을 붙들고 나아갈 것을 권면한다. 법학을 하는 사람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학문하는 사람이 그것을 놓아버리면, 누가 과연 그 일을 할 것인지, 이 세상에 그 일을 해 줄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며, 마지막 정의의 저울추를 맞추는 자가 될 것을 당부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였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법학교수의 양심으로 권면한다. 대한민국은 국방부장관이 며칠간 공석에 의해 흔들리는 그런 나약한 갈대가 아니다. 대한민국 60만 강병의 눈빛이 살아 있고, 무엇보다 국가안보관에 투철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 있는데, 그 밑 국방부장관이 며칠간 공석이라고 해서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에 내몰린다는 것은 지나친 엄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군통수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능력과 자질을 겸비한 국방부장관을 임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김병관 국방부장관후보자는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의 실질적 지휘관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과정에서 밝혀진 수많은 비리의혹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말에 배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단장시절 공병대장이 공사비리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공사를 둘러싼 공사업자나 납품업자들 사이에 뇌물비리가 오고갔음을 추단케 한다. 공병대라는 것이 군대 내의 각종 공사전담부대 아닌가? 마치 건설회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공병대인데, 그 공병대관련 금품비리가 있다면 이는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부나방처럼 군부대 관련 개발정보가 나도는 근처에 부동산투기를 일삼아 일신의 이익을 취하러 다니면서, 본인 스스로 겨우 두 건 투기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변명할 만큼 염치를 모르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퇴역 후 외국무기회사에 고용되어 고문이라는 명목으로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이 사실 아닌가? 무기납품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그 회사가 김병관 후보자를 고문으로 고용한 후 갑자기 몇 건의 대형 무기납품계약을 체결한 결과론적 정황증거가 그가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가 체결한 고문계약의 내용 중 중요한 특약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 다시 말해 로비스트로 활동할 경우 지급하게 될 리베이트에 관련되는 그런 중요부분에 대한 내용을 가린 부실한 고용계약서를 내놓을 정도라면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무기로비스트는 명목을 어떻게 가져다 붙이든간에 철저하게 외국무기상을 위해 일해온 사람이다. 그를 위해 불필요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납품하기도 하고, 100원짜리 무기를 1,000원짜리로 둔갑시켜 납품하기도 한다. 그러한 비리가 수없이 국방부 관련 납품비리에서 자주 있어왔었지 않는가? 평생 돈을 쫓아 살아온 삶의 형태가 국방부장관이 되어서 갑자기 바뀌겠는가? 1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의 최고집행권자로서 적당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는 것이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 실천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권한다. 이 세상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력이 국방부장관이라면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을, 옳지 않은 일을 한 자를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좀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는가? 젊은이들에게, 아 사회지도자가 되려면 저런 일을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기준을 좀 잡아주었으면 한다. 강의실에서 아무리 교수가 정의가 어떻고 불의가 어떻다고 떠들어 봐도, 대통령이 그런 기준을 안 잡아주면 다 공염불이 되고, 아 저리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전도된 가치관을 젊은 학생들에게 심어주지 않겠는가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언이 불여일행이다.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마디 행함이 더 큰 교육적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한 대통령의 정의로운 행함을 보고, 학생들이 배우고 행하면 그 교육적 효과는 얼마나 클 것이며, 그것이 공무원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 것이며, 군에서의 사기와 명예진작에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 오겠는가? 필자는 대통령의 코드인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적 철학이 같은 자들을 모아, 그 철학에 기반을 둔 정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선거에 승리한 정치가로서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코드인사라 해서 부적격자를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는가? 주변을 좀 둘러보고, 김병관 후보자 말고 국방부장관을 할 만한 인재가 정말 없다면 그때 가서 “국민 여러분, 내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김병관 후보자보다 더 국방부장관으로 적당한 인재가 없습니다. 그래서 써야겠습니다.”라고 한 다음에 임명한다면야, 국민들도 “아, 대한민국에 정말 훌륭한 인재가 없구나, 어찌할 수 없다.”하면서 승복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주변사람들은 더 훌륭한 인재가 많이 있다며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인물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혹시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가질 것이 많이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한 두 사람의 참모를 잘못 쓰는 것 때문에 “그 나물에 그 밥”으로 평가되는 것이 진짜 싫고, 사심 없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이 땅의 수많은 예비역군인들의 명예가 진짜 아쉽고,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군인들의 사기추락이 진짜 안타까운 것이다. 북한의 젊은 통치자 김정은은, 철딱서니 없이 미국에 핵폭탄을 발사할 수 있다는 등 황당무계하게 전쟁운운하고 있고,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화재참사를 일으키면서까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은 7년만에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건국 이래 최대의 탐욕의 잔칫상으로 재앙이 되어가고 있고, 수많은 범죄,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파산 등 슬프고 답답한 일이 많은데, 이런 것의 해결의 첫 단추는 바로 “대통령의 정의실현 의지”에서부터여야 한다는 것이 법학자인 필자의 확고한 신념이다. 정의가 살면 도덕이 살고, 예의염치가 살고, 인의가 바로 세워져 인간이 살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슨 조선시대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무시하지 말고, 정의를 세우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임을 깊이 사색하였으면 한다. 정의는 영원히, 한 시라도 놓칠 수 없는 우리 정신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살리는 생명줄......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