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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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0)
  • 법률저널
  • 승인 2013.03.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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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북한의 위협이 연일 강화되고 있다. 한미 간 군사훈련이 11일 시작되었고 이에 대응하듯이 북한의 위협발언이 강화될 뿐 아니라 몇 가지 실제적 행동으로 현실적인 위협 조짐도 보이고 있다. 북한 공군의 출격횟수가 늘어나고 분주한 장사정포대의 움직임도 북한의 위협이 현실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대응도 강경하다. 게다가 중국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불만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하면서 북한을 개로 묘사했다.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도끼만행사건에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고 했던 것을 연상하게 만든다. 확실히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국제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북한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한편 중국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불만들이 나오고 있다. 비공식적이지만 중국공산당 고위관계자는 북한에 3대 돼지가 있는데 첫째 돼지가 김일성이고 둘째 돼지가 김정일이고 셋째 돼지가 김정은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그중에서 셋째 돼지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너무 나댄다고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비판을 해댔다. 이번엔 ‘개’가 아니고 ‘돼지’가 됐다.
 

중국내 공산당에는 70대에서 80대 고령의 간부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이들은 북한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뒤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세대는 50대에서 60대이다. 그 중간 세대는 문화혁명으로 인해 공백이 있다. 후진타오와 시진핑의 4세대와 5세대 지도부와 이들을 돕고 있는 이들은 입장이 다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전쟁과는 거리가 멀뿐 아니라 실용주의입장을 보인다. 또한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이들이 많고 이들 중에는 자연과학을 공부한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북한은 머릿속에서만 “피로 맺어진 동맹”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북한은 전통적으로 중요한 나라지만 미국과 한국과 국제사회의 이목을 무시하고 지지할 나라는 아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중국도 북한으로 인해 부담을 받고 있다. 권위주의를 공유한다는 점과 순망치한으로 표현되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여전히 북한을 지지하지만 나쁜 행동에 대해서까지 일방적인 지지를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중국은 세계 초강대국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는 연성권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미국이 하듯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지는 중국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 인권문제 등에서 중국이 보인 강경한 자세로 인해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나쁘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군사력 증대는 중국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이 대한민국의 새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 북한은 서울 불바다발언을 통해서 대남 위협을 원색적으로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뿐 아니라 미국까지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서 북한은 자신들의 은하로켓이 대륙간탄도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자랑하였다. 한미 간에 키리졸브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마치 도발이라도 하려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미동맹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과 한미 간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치킨 게임 혹은 비겁자 게임이라는 것이 연상된다. 이 게임에서는 두 사람이 누가 더 용기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차를 마주보고 모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자동차 충돌이라는 상황을 가정하고 누가 먼저 핸들을 돌리는 지로 배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핸들을 먼저 돌리는 사람이 치킨(chicken) 즉 비겁자가 되는 것이다. 반대편 사람은 영웅이 되는 것이다. 이 논리는 핵 게임 상황을 묘사한다. 두 사람으로 묘사된 국가들은 핵을 사용하는 일은 피하면서 상대방을 비겁자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이 게임의 논리대로라면 두 나라는 절대 핵전쟁을 일으키거나 대규모 전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공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게임 논리대로라면 두 나라는 협력을 할 일도 없다. 이미 칼을 꺼내 들었기 때문에 둘이 동시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칼을 칼집에 넣을 일도 없다. 누군가는 비겁자가 되어야 하고 그 마을을 떠나야 한다. 
 

현재의 대치 국면은 키친게임 상황과 같다. 전쟁으로 가기에는 양측 모두 부담이 크다. 반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갑자기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국면을 전환할 수도 없다.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상황이 오래되면 북한은 스스로 꺼낸 칼을 거두어들일 수 없다. 주변의 이목을 고려할 때 대치국면이 오래될수록 북한은 자신이 꺼낸 칼을 집어넣을 수 없게 된다. 체면을 구기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북한은 한미훈련이 끝나고 나면 스르륵 칼을 집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한미 간에 양보를 하는 제스처를 보이면 자신의 위협이 먹혀들었다고 선전을 하면서 이 게임을 끝내고자 할 것이다.
 

게임이 진행될 방향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게임이론의 결론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에 운명처럼 결정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예상을 깨고 도발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번 도발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도 강력한 제지를 당하는 것으로 북한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키는 김정은에게 있다. 그런데 김정은이 너무 어리다는 점과 경험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김정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예상하기 위해서 과거 젊은 지도자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1888년에 독일에서 왕이 된 빌헬름 2세는 당시 나이가 28세였다. 1859년에 태어난 빌헬름 2세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빌헬름 1세가 사망하자 일찍 죽은 자신의 아버지대신 왕위를 계승했다.
 

이 젊은 황제는 황제자리에 올라와 비스마르크라고 하는 재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오랜 연륜과 많은 경험과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무장한 노재상의 영향을 못 마땅하게 여긴 황제는 결국 비스마르크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 그리고 빌헬름 2세는 그동안 독일을 절제하게 하면서 국력을 증대시킨 유럽중심주의와 현상유지정책을 버리고 제국의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자신 어머니의 고향인 대영제국의 황제를 부러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허영심’이 문제였다. 대영제국이 받는 존경과 위엄을 가지고 싶었던 이 젊은 황제는 대영제국을 따라서 독일도 세계 속에 식민지를 만들고 싶었다. 대륙국가인 독일이 식민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자를 싫어 나르고 필요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해군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막대한 전함을 구축하는 해군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서 허영심으로 가득 찬 황제는 영국이 틀림없이 자신의 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독일의 해군력 증강이라는 위협에 대해 영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이 위협을 무마하기 위해 독일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자신이 가진 영국에 대한 동경과 독일내 친영파들의 낙관적 기대에 힘입어 빌헬름 2세는 해군증강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역사는 독일의 바람대로 영국이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의 성장과 위협에 대항해 영국은 대독강경책을 수립하고 대응했다. 독일의 위협이 점차 강화될수록 영국은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동맹을 체결하고 결국 러시아와도 동맹을 체결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3국 협상이 완성되었고, 이 3국 협상은 독일이 중심이 된 3국 동맹과 결국 1차 세계대전을 치르게 된다. 빌헬름 2세의 허영심이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현시점에서 북한을 우려하는 것은 젊은 지도자가 가질 수 있는 허영심과 만용 때문이다. 젊은 혈기에 북한의 나이든 노장 관료와 군부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면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될 것이 걱정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기대하는 것은 김정은의 허영심에 기반을 둔 용기가 아니라 신중함(prudence)이다. 그래야 빨리 ‘개’와 ‘돼지’에서 사람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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