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거증책임과 증명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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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거증책임과 증명방법
  • 법률저널
  • 승인 2013.03.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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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1996.10.25.선고 95도1473 판결 등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인들을 포함한 아파트 재건축 주택조합의 대의원들이 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위 조합의 재건축사업 추진을 방해하여 온 피해자(아파트 전 자치회장)의 행위에 대하여 논의한 끝에 피해자의 방해행위로 인하여 아파트 지역이 소란스럽게 되고, 관할구청에 대하여서도 조합인가와 관련하여 조합원간에 마치 내분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여질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주민들에게 사실대로 홍보하여 재건축사업에 적극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의를 하고, 이에 따라 위 조합의 조합장 또는 이사인 피고인들이 그들 명의로 피해자에 대하여 "강탈 도용", "악의에 찬", "행패", "협박과 공포조성에 혈안이다" 등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표현방법을 사용한 유인물을 작성하여 주민들에게 배포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들을 고소하였고 검사는 피고인들을 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다.

 

나. 사건경과
 

공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아파트 규약, 피해자 작성의 서신, 대의원회의록 등을 증거로 제시하였고 이에 대해 검사는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으며 원진술자에 의한 진정성립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심(항소심)은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입증에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위 증거를 인정하였고,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유인물을 제작·반포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피해자의 방해행위를 조합원들에게 통지하여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위 조합 또는 조합원들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검사는 형법 제310조의 ‘사실의 진실성과 공익성’에 대한 거증책임은 피고인에게 있고 그 증명은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가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므로 형법 제310조가 적용될 수 없다며 상고를 제기하였다.
 
2. 쟁 점
 

형법 제310조의 ‘명예훼손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거증책임의 전환을 인정한 것인지 여부와 그 증명이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거증책임의 전환 인정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8.10.11.선고 85다카29 판결, 1993.6.22.선고 92도3160 판결, 1996.5.28.선고 94다33828 판결 등 참조).

 

나. 자유로운 증명 가능
 

그리고 그 증명은 유죄의 인정에 있어 요구되는 것과 같이 법관으로 하여금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때에는 전문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의 제한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의 의미
 

형법 제310조에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고, 이 경우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구체적인 내용,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대법원 1994.8.26.선고 94도237 판결, 1995.11.10.선고 94도1942 판결, 1996.4.12.선고 94도3309 판결 등 참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9.2.14.선고 88도899 판결, 1993.6.22.선고 92도3160 판결, 1993.6.22.선고 93도1035 판결 등 참조).
   

위 유인물에서 "강탈 도용", "악의에 찬", "행패", "협박과 공포조성에 혈안이다" 등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표현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피고인들이 위 유인물을 제작·배포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위 공소외인을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없다.

 

4. 대법원 2007.5.10.선고 2006도8544 판결  [명예훼손] 
 
 가. 사건개요

(1) 피고인은 2005.7.28. 21:30경 방송된 광주문화방송 뉴스시간에 ‘A유통’이라는 납품업체와 관련된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보도함에 있어 당일 A유통의 구 사무실 간판이 촬영된 영상 중 ‘가공식품 (주) A유통, 018-612-4556’ 부분을 ‘(주)상의ㅠ, 식품 유통 18-612-4556’으로 편집한 화면과 함께 ‘공산품을 납품하는 이 업체는 5%의 리베이트를 조건으로 6개 학교에 납품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약 8초간 내보냈다.


(2) 항소심(원심)은 위와 같은 방송보도를 접한 일반 시청자들로서는 학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여 급식업체로 선정된 대상업체가 A유통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판결내용


(1) 방송 등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처벌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거나 적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며(대법원 2002.9.24.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한편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은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10.25.선고 95도1473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14개 교육·시민단체가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학교급식제도 개선촉구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배포한 기자회견문 중 제11항의 ‘공산품 관련 모 업체는 학교 급식업체 선정 과정에서 5%의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을 제시하여 6개 학교에서 선정되었으며, 그 중 1개 학교에서는 그 리베이트로 간식을 넣어주고 있다’라는 사실이 진실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기관 소속 보도기자인 피고인이 위 교육·시민단체의 담당자 또는 위 ‘공산품 관련 모 업체’로 지목된 A유통을 상대로 진위 확인을 위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기자회견문 및 그 질의응답과정에서 알려진 추가적 사실만을 기초로 하여 마치 독자적인 취재에 의하여 A유통이 6개 학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대가로 급식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을 확인한 것처럼 단정적인 기사를 작성·보도하였는바, 이 사건에서 신속한 보도가 요구되거나 취재원의 신빙성이 담보되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교육·시민단체가 제공한 기자회견문의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형법 제310조가 규정하는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5. 검 토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해석에 대해 학설은 위법성조각사유설(거증책임전환 부정설)과 이원설(거증책임전환 긍정설)로 나뉘어진다.
   

위법성조각사유설은 형법 제310조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할 뿐이고 증명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형법 제310조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목적에서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이라는 입장이고(이은모,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606면; 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538면), 이원설은 형법 제310조의 법적 성질을 실체법과 소송법의 이원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실체법적으로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한 것이고 소송법적으로는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적시된 사실의 진위를 증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거증책임의 전환을 규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12, 1040면; 임동규, 형사소송법, 법문사, 2012, 468면).
   

결국 위법성조각사유설에 의하면 거증책임의 전환이 부정되어 거증책임이 검사에게 있게 되고 이원설에 의하면 거증책임의 전환이 인정되어 거증책임이 행위자인 피고인에게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에서의 진실성과 공익성이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한다면 이는 형벌권의 존부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므로 엄격한 증명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판례는 형법 제310조의 성격에 대해 거증책임전환 규정임을 분명히 하면서(위 판결들 외에도 대법원 2004.5.28.선고 2004도1497 판결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고, 법원이 적법하게 증거를 채택하여 조사한 다음 형법 제310조 소정의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그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이다.’고 판단하고 있음) 행위자인 피고인의 입증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적시된 사실의 공익성과 진실성에 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여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이은모, 위의 책, 607면).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실무의 입증곤란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거증책임전환을 긍정하느냐, 아니면 부정하느냐에 따라 어느 일방에 극단적 불리함을 초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거증책임전환을 긍정하여 피고인에게 거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면서도 증명의 방법에 있어서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아서 적절하게 절충함에 따라 실무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대안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핵심사항 : 위법성조각사유, 명예훼손, 엄격한 증명과 자유로운 증명, 거증책임의 전환.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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