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의 현실참여
상태바
법률가의 현실참여
  • 성낙인
  • 승인 2013.02.28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새 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법률가들에게 한편으로는 시련이, 한편으로는 영광이 겹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박근혜 대통령은 법률가들을 중용하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군과 법률가를 합친 육법당이라는 비아냥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시절 법률가들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후유증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였던 법치주의를 구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법률가들의 전면 배치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지만 사회적 논란거리도 제공된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총리 후보를 자신 사퇴하면서 다시금 고위 검찰관 출신의 정홍원 총리 시대를 열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분이 새삼스럽게 정치의 장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국무총리에 지명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외견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간 헌법재판소장을 지낸지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 아니라 ‘재판의 한 길’(김용준 소장 화갑기념논문집 제목)을 벗어나서 국가 정치행정의 중심축인 국무총리로 나서는 것에 대해 굳이 비판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국무총리 직이 갖는 그 정치적 성격에 비추어 본다면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 헌법재판소장이나 대법원장에 부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언젠가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우려가 불식되는 시점에 이른다면 대법원장은 몰라도 전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대선을 직접 관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나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임하는 것 또한 자칫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직뿐 아니라 변호사 개업까지 마다한 김능환 전 위원장의 처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후임으로 이동흡 전 재판관이 지명되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진사퇴로 귀결되었다.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관련하여서는 새삼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 일반의 시각에서 본다면 후보자가 몇 가지 도덕적 흠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결정적인 위법이나 중대한 흠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위법성 논란의 핵심인 특정업무경비는 제도적 미비로 보아야지 후보자만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장의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권한대행인 송두환 재판관마저 퇴직하는데 아직까지 후임 소장과 재판관 지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장과 재판관의 공백상태가 작년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하여 헌법재판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것은 중대한 헌법위반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와 관련하여 새삼 논쟁을 촉발한 것은 전관예우 문제다. 오랜 검사생활 덕분에 비교적 높은 연금을 수령하는 분들이 로펌에서 작게는 월 2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수령하였다.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한 시점이라 더욱 그러하다. 변호사 숫자 증대에 따라 변호사들이 취업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급여도 매우 낮아 변호사업계의 저항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 여진은 전국 변호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울변협에 30대 회장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연봉 5천만원도 안 되는 변호사가 수두룩한데 월 1억 이상을 벌어들이는 변호사 또한 한 둘이 아니다. 유능한 변호사는 월 1억 아니라 수억을 벌어들일 수도 있다. 기업의 CEO들만 연봉 수십억원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법원검찰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 후 1년 또는 2년 동안에만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 자체가 전관예우의 오해를 받게 만든다. 정홍원 총리도 인사청문 과정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때 후배 검사에게 전화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인지상정이 법조계의 부조리한 현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일찍이 퇴임 후 모교 교수로 부임한 조무제(동아대), 배기원(영남대) 전 대법관이나 최근에 이용훈 전 대법원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이 석좌교수로서 대학 강단에 선 모습은 신선해 보인다. 이제 돈과 명예를 동시에 누리려는 데서 오는 부조리 현상을 걷어내야 할 때가 되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