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새 학기, 새 정부를 맞이하며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새 학기, 새 정부를 맞이하며
  • 법률저널
  • 승인 2013.02.28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3월 1일이다. 교수가 된 후 맞이하는 3월 1일은 언제나 새롭다. 새 학기에 맞이하게 될 새내기들에 대한 설렘 때문이다. 대학 교육 과정상 전공교수가 신입생을 가르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교양과목이 많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학년 전공과목을 맡다 보니, 필자는 신입생을 가르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까닭에 대학진학이 인생의 목표였던 새내기들에게 인생이란 게 대학에 입학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할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학문적 지식만이 아닌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 말이다. 오로지 대학 입학시험 스케줄에 맞추어 고교시절, 전 인생을 보내야 했던 신입생들,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입시공부를 해왔을 그들에게 자율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대학교수란 직업은 보람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직역의 임무를 수행하는 고된 직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생이란 아름다운 것일까? 많은 이들은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들 말한다. 아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적당한 권력과 경제적 부를 향유하는 이들에게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비율은 후자가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성공은 성공하지 못한 자들의 눈물과 고통을 전제하여야만 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은 실패에 비해 희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성공에 의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논하기 시작하면 불평등한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인생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까닭에 아름답지 못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는 전제 하에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살아야 하는 모순적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최근 대형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2013년 캠페인” 광고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다정한 친구 모습의 사진을 배경으로 하여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라는 편지 형식의 광고판이 일부 서울시내버스ㆍ마을버스 등에 붙은 채 서울시내를 누비면서부터이다. 일명 우정파괴광고라고 이름붙여진 이 광고는 친구를 버리고 공부에 올인하라는 메시아적 환상을 전파하고 있다.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라는 말이 “저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느낌으로 가슴을 때린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친구가 나의 인생을 함께 살아준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된다는 말을 귀가 아프게 들으며 살아왔다. 그만큼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말도 없다. 친구는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완재이자 인생의 동료이자 스승이기도 하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축복이다. 친구는 우리에게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설렘으로 다가온다. 어떤 때는 천둥번개처럼 다가온다. 친구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을 듣고 자신을 고치지 않는다. 마음이 닳아지는 경험도 자주 하지 못한다.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있기 쉽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책임지게 되었다. 제18대 대통령에 이르도록 국민이 성공한 정권이었다고 칭찬하는 정권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대한민국이기에 박근혜 정부가 진정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51%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정권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아니한 48% 남짓의 국민을 위해서도 눈물을 보여주는 따뜻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많은 글을 쓰기도 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필가들의 일반적 속성인 “사색하는” 본능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구중궁궐로도 표현되는 청와대 깊숙이에서 수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색에 잠길 것이다. 어찌 보면 권력의지가 강했기에 대통령직에 오르기까지 올인해 왔을 그녀가 이제 그 정점인 대통령직을 취득한 이후 어찌 보면 인생의 허무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강인한 의지로 내각 조각 및 새로운 정권의 방향타 설정에 여념이 없는 초기에는 외로움을 느낄 정신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주변에 친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부모의 비극적 삶을 체험한 청와대이기도 하니 그 심정이 오죽 착잡하겠는가? 그러기에 그녀의 주변에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자신이 잊고 있던 어렸을 적 이야기도 일깨워주는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소위 요즘 모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인 “휠링 캠프”와 같은 휠링의 역할을 해주는 그 누군가가 있어 그녀를 보좌하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그녀가 맑은 정신으로, 깨끗한 정신으로 재임기간 동안 충실한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선거공약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그녀가 재임기간 동안 집중할 국정현안이 대부분 정립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강조하고픈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대폭적으로 증대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임명한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부동산투기, 전관예우로 인한 단기간의 거액 재산 축적,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없는 변신을 도모해 온 저들이 국민의 그러한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수립에 앞장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앞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옛말처럼 그녀 주변에 포진하게 될 내각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과 행동이 결합되어 박근혜 정부의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4%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초기 통상 7-80%대에 이르렀던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율에 비하면 대단히 낮은 지지율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뚝심은 이러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그냥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소위 박근혜 스타일인 것이다.


이러한 박근혜 스타일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아니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지는 앞으로 펼쳐나갈 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박근혜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은 너무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처럼 지적인 면에서나 여론 형성면에서 똑똑한 국민을 가진 나라나 민족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지적 수준이 높고, 정보접근에서 앞서다 보니 누군가가 거짓말 하는 것을 금방 알고, 알게 되면 곧바로 집단화ㆍ행동화하는 민첩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그러기에 팥죽 끓듯이 방금 끓다가 또 금방 식어버리는 변덕쟁이가 된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그러기에 국가권력의 부정한 행위를 은폐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조삼모사식의 당근 하나로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된다. 사실대로 국민에게 고하고, 사실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국가권력의 불법적 권력남용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그러한 절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까닭에 박근혜 대통령은 더욱더 국가기관의 공정한 업무집행이 이루어지도록, 그러한 긍정적 효과들이 모든 국민들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직무수행을 해주기 바란다. 


이명박 정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상징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무려 1898일이라는 최장기투쟁 중인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의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복직요구투쟁으로 상징되는 비정규직문제, 쌍용자동차문제, 4대강공사문제, 국정원여직원사건으로 상징되는 국내정치관여문제, 젊은이들에 대한 고용문제 등의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교수된 자로서 새로운 신입생을 맞이하면서 며칠 전 학교문을 나선 졸업생들의 취업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입생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다. 졸업 후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실력을 쌓기 위해 친구를 짓밟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 박근혜 정부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파이를 어떻게 불공정하지 않게 나누어가질 수 있는가에 진력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상생과 경제민주화정책에 대해 대선공약과 달리 후퇴하는 듯한 대통령취임사를 접하며 한편으로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한 자들이 그 힘을 남용하지 않고 악용하지 않은 사회, 친구가 넘쳐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며칠 전 청춘남녀 4명이 가평에서 동반자살한 뉴스가 봄맞이 문턱에서 들려오는 슬픈 현실을 보면서도, 그래도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새 학기 첫 수업시간에 맞이할 새내기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는 지금 마음이 설렌다. 인생을 아름답게 살려면, 내 수업에 에프 학점을 맞더라도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친구와 우정을 쌓기 위해서라면 뭐 하루쯤 결석해도 된다는 말을 꼭 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