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북한핵실험에 대한 신중한 대응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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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북한핵실험에 대한 신중한 대응책 필요
  • 법률저널
  • 승인 2013.02.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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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이명박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가 딱 열흘 남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 인간의 최대 정점이 막을 내리고 있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각 부 장관 후보자들을 계속하여 발표하고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여태까지 나름대로의 삶을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들임을 인정하면서도 왠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여 변화를 앞장서서 추진하기에는 생각이 굳어버린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얼마만한 도덕적 삶을 살아왔는지, 공직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이 밝혀질 것인바,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켜볼 일이다.
 

지난 12일, 북한이 제3차핵실험을 강행하였다. 북한은 핵실험 일정을 미국과 중국에 사전통보하였고, 우리 정부도 미국으로부터 이를 사전 통보받았다고 한다. 1998년 미 국방부가 비밀리에 히로시마에 투하된 1만5000t 위력의 핵무기가 서울 용산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를 가정하여 시물레이션을 해보았더니 반경 150m 이내 건물은 완전히 증발해 버리고, 1.5㎞ 이내 사람은 전신 3도 화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사망자는 약 62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북한의 제3차핵실험에 사용된 핵이 그 절반 정도인 6톤 내지 7톤 정도로 추정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하면 폭파지점으로부터 반경 2킬로미터 이내의 건물이 파괴되고, 약 20만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무서운 위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이러한 핵실험에 대하여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대북추가결의제재가 논의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하여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대북강경정책을 고수하여 왔다. 그러면서 북한이 저절로 망하고 말 것이라며, 그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한 남북 간의 대화나 어떠한 협력도 있을 수 없다는 강경책을 고수한 5년 동안의 결과가 그의 퇴임 열사흘을 앞둔 제3차핵실험임을 생각할 때 국제역학관계의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북한은 왜 자꾸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일까? 북한은 이를 자위수단의 확보라고 강변하고, 우리나 미국 등은 국제분쟁을 유발하려고 한다며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북한은 다른 나라가 자국을 침범해 올 것에 대비한 자위수단의 확보라는 것이고, 북한을 제외한 세계 다른 나라는 북한이 위성개발과 핵실험을 하는 것은 공격용무기를 개발한 것이라는, 상호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냐 하면 양쪽이 모두 다 맞다. 눈먼 무기에 공격용이 어디 있고, 수비용이 어디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물론 창과 방패처럼 공격용과 수비용이 처음부터 구별되어 있는 것도 있지만, 수비가 강해지면 공격도 더불어 강해지는 것이고, 수비가 약화되면 공격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이치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로서는 더 이상 써볼 수 있는 수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없다. 그냥 제3차핵실험을 한 북한을 멀뚱히 바라본 채 임기를 마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될 박근혜 당선인은 어떤 정책을 써야 할 것인가? 필자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을 여덟 번째 읽고 있다. 내가 스무 살일 때 처음 읽은 후 육십이 되도록 지난 사십 년 동안 20권짜리 대망을 여덟 번째 읽는 셈이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17년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소설을 사십년에 걸쳐 여덟 번째 읽고 있는 필자도 참 어지간하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십대 때 느꼈던 감동이 여전히 되살아나면서 인간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하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다. 천하포무를 꿈꾸며 난세를 통일하겠다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끊은데 서슴치 않았던 오다 노부나가, 그 뒤를 이어 일본을 통일하고 조선정벌에 나서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오시, 패전 후 일본을 안정시키며 메이지 유신 때까지 유지된 일본 막부의 기초를 다진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하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대망의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저 소설을 통해 이 세상에 하고픈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를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대망이라는 소설 속에는 수많은 강경론자가 나오고, 주전론자가 나온다. 그들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끝없이 상대방을 죽이고, 정벌한다. 반면에 그러한 죽임과 정벌 속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아녀자와 노약자, 피난길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민초들의 고통과 굶주림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온건론자와 주화론자가 나온다. 그들은 전쟁이 무익한 것이며, 전쟁을 통해서는 이 땅에 극락정토를 이룩할 수 없다며 참고 또 참으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간다. 전자가 오다 노부가네로, 후자가 도꾸가와 이에야쓰로 상징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오다 노부가네에 대해 죽이기 위해 전쟁을 하는 자가 아니라 살리기 위해 전쟁을 하는 자라는 숭고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 땅에서 전쟁이 없어지려면, 최고 강자가 나타나야 한다는 천하포무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 최고 강자에 의해 이 땅의 질서가 잡히게 되면 모두 그를 두려워하여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다 노부나가는 최고 강자가 되기 직전에 부하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또 다시 찾아온 혼란 속에서 히데요시를 거쳐 이에야쓰로 이어지는 전쟁, 전쟁의 끝길에서 평화갈망의 시대정신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야마오카 소하치는 극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북한은 제3차핵실험을 감행하였다. 우리가 부정하고 싶지만,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핵기술도 점차 고차원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단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여전히 강경론을 고수하며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는 고립정책을 쓸 것인지, 아니면 싫든 좋든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를 선택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전자의 정책을 고수할 경우, 북한은 더욱 고립무원이 될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 더 이상 도망갈 길을 잃은 쥐가 고양이를 물 듯 핵을 가지고 이판사판의 장난질을 쳐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북한과 즉각적인 대화를 재개하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하겠다. 핵실험을 통해 대외적 강경책을 쓰는 북한의 진짜 의도는 어찌 보면 우리 대한민국 및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체제유지 및 평화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북한체제유지만 보장받는다면 구태여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험한 불장난을 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이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강경책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가동하여 온건책도 함께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필자가 그전부터 계속해서 주장해 온 것처럼 남북 간의 긴장관계는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정부 사이의 외교관계수립”, “북한과 미국 사이의 외교관계수립”, “북한과 일본 사이의 외교관계수립”이 이루어지는 날 궁극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도 대한민국의 일부라는 교조적 해석에 억매이게 되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국제적으로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하는 순간 대한민국과 북조선인민공화국은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 분리되었음을 사실상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유엔 가입은 독립국가가 아니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대만이 유엔안전보장이사국으로 있다가 중국(당시에는 중공이라 약칭되었다)이 유엔가입하면서 대만이 회원국에서 축출된 사례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즉시 북한과 대화채널을 가동하여,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어 남북휴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고, 한국, 미국, 일본 등과 북한이 국교수교할 수 있도록 어려운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길을 걷도록 유도하고 핵무기를 가지고 분탕질을 하지 못 하도록 함과 동시에 대한민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6개국이 평화협정체제를 체결할 수 있도록 남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하겠다. 물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난망하고, 그 최종 목적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 불편한 길을 우리는 걸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평화공존, 민족공존의 길을 통해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부흥시키고, 경제부흥을 통해 북한 주민 스스로 정치민주화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배고플 때는 독재권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배가 부르게 되면 독재권력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면 남북수교, 북미수교, 북일수교를 통해 전쟁을 억제하고, 경제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의 경제력 향상, 이를 통한 내부적 정치민주화수립, 남북 간의 평화적 왕래 및 교류, 종국적인 남북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통일비용의 최소화정책이 될 것이고, 우리 헌법상 최고가치 중의 하나인 남북통일의 비원이 실현되는 길이라 믿는다.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을 밉다고 내쳐버리는 것은 최악의 선택일 뿐 결코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최선이 아닌 차선의 길이라도 우리는 택할 수밖에 없다. 방법은 현실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어느 길이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인지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삼십여 년 전 돌아가신 내 어머니, 매일 새벽 기도제목이었던 남북통일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언제쯤 남북이 평화로운 나라가 되어 모든 국민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북한의 핵실험 속에서도 그 날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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