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엄격히 제한하라
상태바
특별사면, 엄격히 제한하라
  • 김현
  • 승인 2013.02.08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억울한 혐의로 사형장에 끌려가 총살 직전이다. 집행인이 사형수의 눈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사형집행을 알리는 북소리가 둥둥 울린다. 고개 숙인 대문호의 눈에는 비탄의 뜨거운 눈물이 고이고 군인들은 사형수를 향하여 조준 개시.  이때 다급하게 말발굽 소리가 들리며 ‘집행을 중지하라!’는 황제 특사의 일갈. 도스토예프스키의 천재성을 애석하게 생각한 황제가 그를 특별사면한 것이다. 특별사면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최근 이대통령이 측근, 정치인, 기업인 55명을 특별사면했다. 대통령은 임기 동안 여섯 번의 특별사면을 한데 이어 임기 말에 또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감동도 명분도 없는 ’대통령 마음대로 사면‘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고뇌하며 성실하게 재판한 법관을 허탈하게 한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사면법이 특별사면에 대해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사면의 대상과 기준이다. 특별사면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나 그 권한 행사에는 엄격하고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 기업의 돈을 빼돌려 선량한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준 기업 총수, 대통령의 친구들을 빼내주라고 헌법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의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 특별사면권을 대통령이 자기가 신세를 진 사람에게 빚을 갚거나 주위 인물에게 특혜를 주는 권한으로 오해해서는 더욱 안된다.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사면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삼권분립의 취지에 배치되므로 대통령은 특별사면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대상자 선정도 공정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사면법에는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그러니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국민 화합이란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반복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 사면권 행사 기준을 법에서 정하고 있어 대통령 마음대로 사면을 할 수 없다.  미국은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석방 이후 5년,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확정일로부터 5년이 지나야 사면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 선거법 위반 사범, 15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행범, 정치적 차별 범죄자를 사면 금지 대상으로 못 박아 놓았다. 독일에서는 사면은 수사과정 오류의 시정을 위해서만 행사가능하고 지난 60년 동안 대사면 조치가 4차례에 불과했다. 덴마크는 행정부 장관 출신 인사를 사면 금지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 확정일로부터 1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야 사면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도 부정부패범과 성폭행범 등 악질적 범죄는 사면에서 배제하고, 형 확정일부터 최소한 5년이 지난 후에만 사면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마음대로 사면’ 외에, 사면이 적절하지 않은 사람까지 유명인을 사면할 때 슬쩍 묻어서 함께 사면시키는 경우가 있다. 사회정의에 맞지 않다. 사면법은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사면심사위원회를 두어 특별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그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공무원인 위원이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자의적인 사면권 행사를 반대할 수 있을까? 특별사면권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려면 변호사단체 대표, 양심적인 재야 법조인, 언론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자문기관이 아닌 의결기관이어야)를 구성해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법무부가 작성한 사면대상자 리스트를 한 사람 한 사람 죄명과 사면이유를 깐깐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면제도의 취지는 사상범이나 확신범 또는 법률상 처벌할 수밖에 없으나 법 감정상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예컨대, 장발장같이 정말 불쌍한 사람의 생계형 범죄를 용서하라는 것이다. 사면자의 수도 예컨대 연 10명과 같이 최소한으로 해야 사법권의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민여론에 정면으로 맞서 일방적으로 행사한 이번 특별사면을 계기로 하여 박근혜 신임 대통령이 사면법을 개정함으로써 악습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