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기준이 바로 서야 한다, 국정원 여직원의 정치관여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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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기준이 바로 서야 한다, 국정원 여직원의 정치관여행위
  • 법률저널
  • 승인 2013.02.0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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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이 세상에 과연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없는 기준을 사람들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만일 기준이 있는 것이라면, 이 기준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만일 기준이 있는 것이고, 있는 기준이 흔들리는 것이라면, 그 기준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국가정보원 줄여서 국정원은 우리 국민에게 별로 좋은 기억을 주지 못한다.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등 여러 차례 개명절차를 거쳐 현재 국가정보원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국가정보원은 왠지 국민을 감시하고, 간첩을 조작하고, 에먼(표준어인 엉뚱한 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국민을 고문치사하는 등 아주 나쁜 기억을 우리에게 심어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너무나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국가정보원법 제3조는 국정원은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ㆍ자재ㆍ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형법 중 내란죄, 외환죄, 군형법 중 반란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9조는 정치관여금지라는 제목으로, 국정원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로 ①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②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③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④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하여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또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자금을 이용하거나 이용하게 하는 행위, 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 등을 열거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은 소속 직원이나 다른 공무원에 대하여 위 ①부터 ④까지의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행위와 관련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이를 약속 또는 고지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정원법 제18조(정치 관여죄)는 위 제9조를 위반하여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일에 임박하여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을 통해 여당후보에 대한 유리한 여론 조작 및 야당후보에 대한 불리한 여론 조작을 하였음이 들통나 현재 경찰에 의해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선거 전날 경찰은 위 국정원 여직원의 여론조작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다급히 발표하여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가, 이제 수사과정을 통해 점차 국정원 여직원이 반복적, 주기적, 노골적으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야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을 하였음과 동시에, 그 국정원 여직원이 만든 아이디 다섯 개를 다른 제3자가 집중적으로 아이피 주소를 의도적으로 옮겨가며 사용하였음을 밝혀내어 소환하였으나, 종적을 감추고 잠적하여 수사의 진척을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 제3의 인물을 조사하다 보면 대추나무 연 걸리듯 계속해서 유사행동의 반복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야당의 고발내용에 의하면 국정원의 심리정보국 70여명의 직원이 여론조작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니, 과연 어디까지 수사결과가 밝혀질지 지켜볼 일이다. 수사경찰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진실을 규명해 낼지 아니면 저 대선 전날의 긴급수사발표처럼 꼬리자르기를 시도할 것인지는 지켜 볼 일이다. 모두 기준의 문제이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국가기관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하여 다른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수사토록 하고, 수사 받는 국가기관은 이를 감추기에 급급해 하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국민의 심정은 참으로 참담해진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국가기관이고, 수사경찰도 국가기관이다. 이는 마치 사람 신체의 오른 손과 왼 손의 기능 및 구조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오른 손이 한 것도 같은 사람이고, 왼 손이 한 것도 같은 사람인 것처럼, 국가정보원의 일도 국가의 일이고, 수사경찰의 일도 국가의 일로 같은 몸이 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의 수장인 대통령이 한쪽에서 들추고 한쪽에서 감추는 꼴불견 같은 행위를 수수방관하며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치행위를 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정원에 대하여 스스로 내부감사를 실시토록 하여 그러한 정치행위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감찰하여 청와대에 보고토록 하면 되고, 대통령은 이를 스스로 밝히면 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법 제14조(회계검사 및 직무감찰의 보고)도 국정원원장에게 자신의 책임 하에 소관 예산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원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감찰을 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직무감찰을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오히려 상급자에 의해 직원에 대한 정치관여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조직적으로 감추려 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런 경우를 사람들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기야 청와대도 어디 한두 번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은폐하려 하였는가? 가까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사찰을 둘러싸고 청와대의 관련 비서관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관련공무원들을 돈으로, 새로운 직장알선으로 회유하고, 민정수석비서를 통해 검찰에 수사축소지시를 암암리에 전달하고 등등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려고 거의 발버둥에 가까운 볼썽사나운 짓거리를 하여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였으니 두 말 해 무엇 하겠는가? 적어도 국가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저 남이 장군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기본정신만은 분명하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부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스스로 밝혀내고 도려내고 자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언감생심인가?
 

만일 국정원 여직원이 누군가 상급자의 조직된 지시에 의해 저러한 국내정치와 관련한 댓글달기 등을 국정원 밖 오피스텔에서 전업하였다면 이는 명백한 국정원법이 금지한 국내정치관여행위가 될 것이고, 이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에 해당되는 중범죄에 해당되어 그 행위를 한 여직원은 물론이고 관련 상급자도 함께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인 대북정보수집, 적대외국에 대한 정보수집, 대방첩작전 등의 임무에 충실하기 바라고, 앞서 국정원 여직원의 정치관여행위 여부에 대하여 자체적인 내부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밝히고 스스로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만일 경찰에 의해 타의적으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에 대한 비난여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양심선언과 같은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의 고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기준이지 않겠는가?
 

국정원은 국내정치관여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정치관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기준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 기준이 무너지고, 국가기관에 의해 범죄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의 뇌리에 박히게 되면 참으로 암담해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갑자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였다. 인사청문회 후 보름이 넘도록 종적을 감추고 있더니 갑자기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는 3억 원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통해 특정업무경비개선의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인터뷰가 있기 이삼일 전부터 “국가공금으로 콩나물을 사면 안 되지!”라고 비난을 퍼부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이동흡후보자에 대한 국회표결 필요성의 포문을 열고, 덩달아 박근혜 당선인도 국회표결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될 것이라거나 지나치게 신상털기식의 청문회는 문제가 많으니 고려되어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통해 경우에 따라서는 이동흡 구하기 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하였다. 만일 흠도 많고 탈도 많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국회동의가 강행되어 통과된다면 아마 헌법재판소 내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만일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나름대로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아온 헌법재판소가 만신창이가 될까 봐 심히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전효숙헌법재판소장의 그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필자의 법률가로서의 지식과 양심에 의하면 결코 절차상의 하자는 없었다는 결론이다)와 조용환 헌법재판관의 양심적 발언(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가조사보고를 신뢰하지만 보지 않은 것이기에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로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을 빌미로 그들을 자진사퇴시키거나 국회에서 부결처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역시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처사인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도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표결을 끝까지 반대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이 역시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준이 자기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세상은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용납되어서는 아니 된다.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게 되어 국민의 행위규범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게 재판규범의 기준이 무너지게 되면 예쁜 놈은 떡 하나 더 주고, 미운 놈은 교도소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은 더더욱 엄격해야 한다.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세상, 기본이 튼튼한 나라, 행위규범과 재판규범이 정립된 세상에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살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은 당장 국정원에 대하여 국정원 내의 정보심리국이 이번 대선과정에 개입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직무감찰을 실시할 것과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을 명령하여야 한다. 아, 또 내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겠구나. 공허한 메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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