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번복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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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번복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 법률저널
  • 승인 2013.02.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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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0.6.15.선고 99도1108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8.3.경부터 같은 해 5.경까지 사이에 D금속(주)를 경영하던 K로부터 위 회사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 등에 관하여 청탁교재비 명목으로 6회에 걸쳐 금2억2,300만원을 교부받아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다.
 
나. 사건경과


(1) 검사 직수사건에서 K는 1998.5.21. 진술서를 작성하고, 같은달 25. 제1회 진술조서에서 피고인의 변호사법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부합취지로 진술하여 피고인은 공소가 제기되었다.


(2) 1심 제4회 공판기일에 K는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피고인에 대해 무죄 부합취지로 제1회 증언하였고, 이에 검사는 K를 검찰청으로 다시 소환하여 제2회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는데, 이때 K는 제1회 증언 내용을 번복하여 피고인에 대해 유죄 부합취지로 진술하였다.
    

검사는 제2회 진술조사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며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K는 제2회 증언을 통해 제2회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였으며, 피고인측은 K에 대해 반대신문까지 하였으나 K는 피고인에 대해 유죄 부합취지로 증언하였다.
     

1심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6회 중 5회에 걸쳐 금1억9.300만원을 받은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여(일부 무죄부분은 유죄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기에 이유 무죄로 판결함) 피고인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3) 피고인의 항소에 대해 항소심은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양형부당을 이유로 감형하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4) 피고인은 K에 대한 진술조서 중 공판도중에 작성된 제2회 진술조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K를 법정 외에서 추궁하여 법정에서의 증언을 번복하게 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고, 대법원은 위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항소심(원심)에서 인정한 것은 잘못이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로도 유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쟁 점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 등 수사기관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증언한 내용을 번복시킨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근거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다수의견 (대법관 8인 의견)

(1)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2)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3)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8.18.선고 92도1555 판결 및 ②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8.23.선고 83도1632 판결, 1984.11.27.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4) 따라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의 증거의 하나로 삼은 원심 판결에는 증언 번복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진술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원심이 저지른 위와 같은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바 없고, 결국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귀착한다고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에의 보충의견 (대법관 1인 의견)


(1) 헌법은 제12조 제1항에서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에서 법관의 법률에 의한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각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제161조의2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포함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함과 동시에, 제310조의2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형사재판에 있어서 모든 증거는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심리되어야 한다는 직접주의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는 반대신문할 수 있는 권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에서 정한 예외 규정인 제312조와 제313조가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하고,


(2) 형사소송법은 ① 공소제기 이전 단계에서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는 법 제312조에서, ② 제1회 공판기일 이전 단계에서 수소법원이 아닌 판사가 행한 증거보전절차 등에 따라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는 법 제311조 후문에서, ③ 제1회 공판기일 이후에 수소법원에 의하여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는 법 제311조 전문에서 각 그 증거능력을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는 공소제기에 따라 피의자가 피고인이 됨으로써 피의자라는 개념이 없어진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예정하는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같은 법 제313조도 같은 법 제311조와 제312조 이외의 진술서 등 서류를 규정한 것으로서 역시 위 진술조서와 같은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위 진술조서는 같은 법 제312조의 조서나 제313조의 진술서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3) 형사소송법 제312조나 제313조가 규정하는 조서나 서류는 수사기관이 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성하거나 수집한 증거를 말하는 것인데, 증인을 위증 혐의로 입건·수사한 바 없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서 증인의 종전 증언을 탄핵할 목적으로 증인을 상대로 재신문을 행하되, 법정이 아닌 자기의 사무실에서 증인신문절차가 아닌 임의의 방법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러한 검사의 행위는 수사기관이 행하는 수사라기보다는 공소유지기관인 당사자가 행하는 재신문이라는 소송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봄이 마땅하고, 그 결과 작성된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나 제313조가 규정하는 조서나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할 것이며,


(4) 참고인이 증인으로 소환되어 법관의 면전에서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직접 진술한 바 있고 그 후에도 재차 증언이 가능한 경우, 수소법원으로서는 그 증인의 종전 증언 내용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권이나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그를 다시 소환하여 증언을 직접 들으면 되고 또한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종전 증인을 상대로 진술조서를 작성하여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면, 그것은 법원의 직접 심리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전문증거로서 직접주의에 역행하는 산물임이 분명하므로, 여기에 제312조나 제313조를 내세워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이다.

 

4. 반대의견 정리 (대법관 5인 의견)


(1) 증언 이후의 진술조서 작성 과정에서 위법함이 개재되지 아니한 진술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의하여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고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면 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되 그의 증거가치에 관하여는 재판부의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되게 할 이치로서, 같은 취지인 대법원 1992.8.18.선고 92도1555 판결을 비롯한 여러 판결들의 견해는 사안을 달리하거나 정당하기에 변경될 이유가 없다 하겠다.


(2) 이 사건에 있어서 한번 증언을 한 증인의 최초의 진술조서의 내용과 그 후의 증언의 내용, 검사가 그에 대한 재차의 진술조서를 받게 된 이유와 그 절차 경위, 그 진술조서의 내용 등을 조사하여 거기서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는 위법사유가 있는지의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기에, 다수의견이 한번 증언한 자에 대한 진술조서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그의 증거능력을 부정한다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
 
5. 검 토
 

먼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서 대법원 1984.11.27.선고 84도1376 판결(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이 그 증언을 한 후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다시 그를 법정 외에서 신문하여 공소사실에 부합되게 진술이 번복된 경우 그 진술을 담은 검사나 사법경찰관 작성의 동 증인에 대한 진술조서는 위 증거가 수집된 경로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희박하다고 본 사례)과 대법원 1992.8.18.선고 92도1555 판결(검사의 갑에 대한 진술조서가, 갑의 법정증언 후 검사가 증언내용을 추궁하여 갑으로부터 증언이 진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낸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후 공판기일에 갑을 다시 증인으로 환문하면서 그 기재내용에 관하여 피고인측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위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한 사례) 등이 사실상 폐기된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즉, 위와 같은 진술조서는 ① 증거능력은 인정하면서 증명력이 희박하다며 부인하거나 ②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없이 증거능력 자체를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이 점에서 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604면은 위 전합 판결의 취지와 달리 위 변경된 판결들의 취지도 병존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어 혼선이 일어날 수 있기에 유의하여야 할 것임).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한 증인을 수사기관이 검찰청 등에 다시 소환하고 추궁을 통해 증언을 번복하게 하는 것은 위 다수의견과 같이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등의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기에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위 소수의견과 같이 증언 이후의 진술조서 작성 과정에서 위법함이 개재되지 않았고 이후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권까지 보장이 되었다면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할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위 진술조서는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되고, 이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②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③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어야 하고, ④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이어야 한다.
   

여기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는 진술자의 간인과 서명날인이라는 형식적 진정성립 뿐만 아니라 구두변론주의(형사소송법 제275조의3)와 같은 공판절차의 기본원리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이 법정에서 증언한 증인을 다시 검찰청 등에 소환하여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것은 구두변론주의에 반하므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성된 진술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할 수 없어서 위 ①의 요건에 위반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하겠다(신동운, 판례분석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07, 618면).
   

위와 같이 번복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경우라도 어쨌든 법정에서 다시 이루어진 증인의 증언에 의해서 피고인이 유죄가 될 수는 있는 것이기에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의 검찰 소환은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진다.

 

* 핵심사항 : 변호사법위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구두변론주의, 참고인 조사,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적법한 절차와 방식.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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