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의 최초의 판례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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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우리의 최초의 판례집은?
  • 법률저널
  • 승인 2003.06.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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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동국대 법대교수·법학박사


미국법을 처음 공부하게 되면, 판례집의 검색방법, 특히 west사의 key number 시스템을 필두로 한 General Digest 나 National Report System의 주도면밀함에 경탄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예를 들어 직접 미국의 로스쿨의 로라이브러리의 판례집 서가를 본다면, 그 웅장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거의 질·양면에서 세계 최고라 말할 수 있는 미국의 판례집의 현주소이다. 미국은 독립후 개인의 손에 의해, 1800년대 후반에는 주가 공식적으로 판례집을 간행하기 시작하였다.
 
미국법의 모법인 영국에서도 현재 질·양면에서는 미국에 떨어지지만, English Reports의 역사적 위용을 본다면 마찬가지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1권을 보면 1220년경부터의 판례가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은 판례법국가인 영미법국가에 국한 된 것이 아니고, 법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동소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판례집의 정비가 그 나라의 법의 발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준이 되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이 점은 법률가라면 누구나 아는 유스티니아누스제의 로마법대전 - 하이네는 악마의 성서로서 증오해야 한다고 했지만 -에서 물론 찾을 수 있다.
 
한편 우리의 판례집은 어떠할까. 우리도 대법원판례집이 간행되고 있고, 또한 법원에 의해 만들어진 '법고을'이라는 CD에 의해 쉽게 대법원판례를 찾을 수 있다. 더 올라가 대법원 탄생 이전에는 어떠할까. 이 부분도 기록 남기기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일본인의 손에 의해, 조선고등법원판결록이 간행되어 남겨져 있다. 조선고등법원판결록 제1권을 보면, 1913년에 간행되어 민사·형사 사건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이 제1권에는, 1908년8월부터의 구한말의 대심원판결도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1908년부터의 판례집은 지금 우리도 쉽게(?) 도서관에서 찾아 볼 수 있고, 판결요지의 인덱스화도 잘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조선고등법원판결록이 우리의 근대적인 재판제도가 시행된 후의 판례를 수록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하지 않다. 우리의 근대적인 재판제도의 시작은, 1895년에 제정된 법률 제1호 재판소구성법에 의해 만들어진 고등재판소(기타 다른 명칭의 법원을 포함)에서 비롯된다. 그 후 고등재판소는 1899년까지 존속하고, 같은 해에 고등재판소에서 평리원으로 명칭이 변경(기타 관할사건의 변경도 포함)되어, 앞서 본 대심원이 시작된 1908년 7월까지 재판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렇다면 1895년부터 1908년까지의 약13년간의 판결은, 조선고등법원판결록이 커버하지 않은 것이 된다. 그때의 판결을 정리한 판례집은 과연 존재할까?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그 당시에 간행된 판례집은 아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판결문은 남아 있을까? 다행이도 판결문 원본은 남아 있다. 필자는 조선고등법원의 생성과정을 연구하는 도중에, 대전에 있는 정부기록보존소에서 1895년의 고등재판소의 판결문을 일부 찾아 낼 수 있었다. 짐작컨대 당시의 판결문 원본은 거의 다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본 판결문 원본은 인쇄부분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보존상태는 양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기록보존소가 100% 커버할 수 없다 하여도, 법원의 문서보관소, 기타 국사편찬위원회에도 상당부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법률가들이 할 일은 명확하다. 구한말의 고등재판소와 평리원의 판례집을 지금이라도 간행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인쇄기술이 발달한 시점에서는 쉽게 출판하는 점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인덱스작업도 관련 연구자들을 통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시대의 판결, 판례의 역사적 의의는 앞으로의 연구과제로서, 우리 법의 독자성을 알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구한말 고등재판소와 평리원 판례집의 간행을 위한 법원측과 변호사협회측의 적극적은 역할을 기대하고 싶다.



※필자가 촬영한 고등재판소 민사판결문 문서철(1895년부터 1897년까지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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