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뇌부의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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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뇌부의 새바람
  • 성낙인
  • 승인 2013.02.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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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법조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업계에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장은 간접선거로 선출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변호사협회를 대표하는 인사가 대한변협 회장으로 당선되는 게 유사 이래 관례가 되었다. 그런데 변협회장 선출 규정의 개정으로 금년부터는 변협회장 직선제가 시행되었다. 4명의 후보자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룬 끝에 2명의 후보자가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투표에서 예상 밖으로 전 수원변협 회장인 위철환 변호사가 전 서울변협회장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서울변협 소속 변호사가 대한변협 회장직을 맡아오던 관례가 무너진 것이다.


변협회장 직선제가 바로 지방변협 소속 변호사의 변협회장 시대로 진입케 한 것이다. 게다가 대한변협회장은 대체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차지해 왔는데 신임 회장은 비록 성균관대를 졸업하기 했어도 야간대학 출신이라 사실상 독학자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더욱 이채롭다. 여기에 더하여 전국 개업 변호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울변협 회장에는 약관 36세의 나승철 변호사가 재수 끝에 당선되었다. 전임 회장에 비하면 연령상으로도 대한변협회장과 서울변협회장 모두 열 살 이상의 나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 차이를 실감케 한다.


변호사단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전문직업단체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단체는 그간 원로들을 중심으로 작동되어 왔다. 대한변협 회장은 대체로 60대 원로가, 그 규모면에서 대한변협 못지않은 서울변협회장도 50대에서 선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변협 회장은 50대 중반, 서울변협회장은 30대 중반이라는 점에서 연령과 세대의 혁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변호사단체의 새로운 바람은 젊은 변호사들의 새로운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1948년 건국 이래 50년 넘게 전국의 변호사 숫자는 몇 천 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어떤 해에는 사법고시에 열 명도 채 안되는 합격자를 배출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 2천 년대에 들어서서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50년간 배출한 법조인 숫자보다 더 많이 배출되었으니 변호사 업계에도 가히 충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2천 명에 이른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 변협회장 직선제는 숫자상으로 압도적인 젊은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시점에 이른 것이다.


변호사의 대량배출은 전통적인 변호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젊은 변호사의 취업대란이 이를 반영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양극화 현상이 변호사업계에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덩달아 평생 직업으로 알아 왔던 원로 변호사의 은퇴시기도 앞당겨진다.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한숨소리가 깊어진다. 하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개혁과 개방의 물결은 변호사시장에도 마찬가지로 밀려온다. 외국로펌의 물량공세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엘리트들이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침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법치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법률가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대변화에 따라 변호사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도 생산성 향상만이 부국의 지름길로 생각하던 사고를 벗어나서 법치주의가 바로 국부 창출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예컨대 준법지원인 제도가 마치 법률가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의 일환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좋은 법률가를 옆에 두고서 사전·사후에 일어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를 굳건하게 다지는 지름길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기업들에서도 자발적으로 법률가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법치주의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경찰에서도 전국 경찰서에 법률가를 옴부즈만 형태로 배치하기 위한 ‘롬부즈만’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법률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한 법치주의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 법률가의 숫자상 증원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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