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야누스의 두 얼굴, 나로호 성공과 특별사면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야누스의 두 얼굴, 나로호 성공과 특별사면
  • 법률저널
  • 승인 2013.02.01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벌써 2013년, 계사년의 1월이 지나가 버렸다. 새해 첫날, 새로운 희망을 제대로 이야기해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가다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1월, January의 어원은 로마 신화의 Janus에서 유래되었다. 야누스는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문에는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여 문안과 문밖에 각각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신이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문안과 문밖에 각각 하나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를 섬겼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에 들어와 야누스의 두 얼굴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를 일컬을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두 명의 법조인에 대해 야누스의 두 얼굴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그렇고, 총리 지명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그렇다. 겉으로 드러난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법관으로서의 공직생활과 달리 속으로 감추어진 지저분한 부동산투기나 공금횡령과 같은 명예스럽지 못한 문제가 만천하에 밝혀짐으로써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안으로 행동해 온 모습이 너무나 달라 모든 국민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종놈으로부터 존경받는 상전은 없다.”는 말이 있다. 상전을 모시는 아래 사람의 눈에는 상전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라, 상전의 치부를 포함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존경심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자에 대한 자질구레한 흠들은 그와 함께 법원생활을 했던 동료나 법원직원들로부터 제보된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김용준 총리지명자에 대하여도 그의 아들이 병역기피를 위해 일부러 체중을 줄였다는 말을 아들의 친구들이 증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이 세상 모든 비밀은 모두 그 비밀의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다는 사실이다. 김용준 총리지명자의 아들 역시 그의 친구에게 군대 가지 않으려 체중을 줄이고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니,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을 스스로 실토하고 말았던 것이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나로호가 드디어 우주를 향해 발사되었고, 인공위성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도움을 많이 받은 나로호 발사에 대해 앞으로 10년 후에는 100% 한국형 발사체를 달성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얼마였을까 생각하니 고마울 뿐이다. 한국인의 의지와 노력은 시작을 안 했으면 어떨지 몰라도 일단 시작한 이상 기필코 끝장을 보고 마는 기질이 있는바, 그 기질을 존중하면 될 것이다. 7전8기의 불굴의 정신이 우리에게는 있으니까. 나로호는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데, 박근혜 정권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단행된 첫 번째 인선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은 자격미달이라며 청문회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스스로 자진사퇴해주기를 바라지만 그의 뚝심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완전 강심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용준 총리 지명자는 자신의 결격사유들이 밝혀지자 스스로 인사권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자진 사퇴를 하고 말았으니, 박근혜 당선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듯하다. 이러한 인사정책의 실패에 대해 주요 언론들이 하나같이 박근혜 후보의 밀실인사, 불통인사, 수첩인사 등 많은 지적을 하면서 제도에 의한 인사검증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박근혜 당선자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이번 두 사태를 보면서, 청문회가 개최되는 공직에 감히 나서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하기야 일평생 살아온 한 인간의 치부를 까발리려고 하다 보면 어찌 한 두 개 흠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지금 공직 후보군에 이르는 사람들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러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30년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부정과 부패가 일상화되었던 시대일지도 모른다. 우선 국권을 침탈한 군부독재세력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후 자신들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갖은 무리수를 총동원하였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고 했지만, 당시에는 예쁜 놈에게는 떡을 무제한으로 주고, 미운 놈을 철저히 짓밟아버렸던 시절이었으니, 독재권력에 충성하여 부와 권세를 누리고자 했던 이는 그렇게 불의와 부정의 편에 서서 독재권력을 옹호하는 홍위병구실을 할 수밖에 없었고, 반대세력은 반대세력대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권모술수를 총동원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무기로 하여 통화팽창을 유도하고, 그것을 통해 자본을 조성한 후 국가 파이를 키워온 경제정책 사이에서 각종 개발계획을 사전에 입수하여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뇌물을 주고받으며 자기 자신의 부흥과 영달을 도모했던 사회였음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세대에서 키워지고 성장한 오늘날의 5-60대에 대해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시대정신으로 허물을 뒤집어 까기 시작하면 견뎌낼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세상이 참으로 많이도 변했다. 모든 것이 전자화되어 있는 세상에서, 과거의 모든 것까지 전산처리되어 있기에 이제는 일거수일투족이 전자레이다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의 권위가 무너져, 권위를 부르짖는 사람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하며 “당신이 뭔데?”하는 젊은이들의 째려보는 눈빛이 아직은 아날로그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회지도층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과거의 잘못이 있으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반성하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권위는 영원히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야의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임기 중 측근비리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였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하여 천신일 나모그룹 회장 등 자신의 대선을 돕고 자신의 정치적 멘토역할을 했던 많은 사람들을 판결이 확정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특별사면을 단행였다. 이를 두고 후안무치하다고까지 평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목소리에 철저하게 자물쇠를 걸어 잠근 채 대통령의 특권을 행사해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저 30년 동안 건설이라는, 어찌 보면 부정부패가 가장 많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 산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공사를 수주받기 위해 입찰단계에서부터 담합을 하고, 공사자재를 부실한 것을 사용하고, 관계공무원들을 구워 삼고 등등 별의별 부정한 방법이 총동원된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었음은 우리에게는 상식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수많은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젊은이들의 의식을 조사해 보면 부정부패를 저질러 교도소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목돈이 생길 수만 있다면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앞서 보았듯이 사회지도층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끼리끼리 한 통속이 되어 처벌을 하였다가도 곧바로 사면을 해주고 풀어주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강한 의식은 “평등권”이다. 너와 나의 가치는 평등하니, 어른이라 해서 권위적이지 말 것이며, 약하다고 해서 도와달라고 하지 말라는, 최초의 평등권이 주장되던 것에서 상당히 변질된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한 평등권의식은 우리 모두를 외딴 섬으로 만들고 만다. 


January가 지나갔다. 야누스의 두 얼굴도 함께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과 안에 감추어진 얼굴이 서로 달라, 진실과 거짓이 사람을 혼란케 하는 세상이 이제 좀 멈추었으면 싶다. 모 신문의 기획보도를 통해 고려대학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고대 출신의 검사들을 검찰 고위직에 앉히고, 그들을 통해 정권수호를 획책하였다고 한다. 한상대, 권재진 등 검찰 고위간부들이 모두 고려대 인맥으로 형성되고, 그들이 공사구별 없이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이명박 대통령의 정권 수호를 위해 야당을 탄압하고, 정부에 부정적인 사항은 감추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김종익 씨를 둘러싼 공직지원윤리관실의 민간인사찰 수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왜곡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일에 협력적인 검사들은 승승장구 승진을 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애를 쓴 검사들은 좌천 또는 사표를 던지는 슬픈 자화상의 검찰 실상이 그대로 보도되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더불어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이 나서서 선거에 개입하였음이 국정원 여직원수사과정에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나로호는 창공을 뚫고 하늘높이 날아 우주를 비행하는데, 땅을 밟고 사는 인간들은 여전히 추접스러운 일에 몰두하고 있으니,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이 현실을 과연 어떻게 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김용준 총리후보지명자의 자진사퇴에서 그나마 위로를 얻는다면 모순일까?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아 물러설 줄만이라도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여전히 권력의 주변에 기생하며 한 자리 낙점되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정상모리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니 어찌할꼬. 이제 서서히 개학준비를 해야겠다. 또 새로운 제자들을 만나 서로 호흡을 주고받는 기쁨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으랴? 제자들과 함께 우주를 훨훨 날찌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