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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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4)
  • 법률저널
  • 승인 2013.02.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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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과 1월 29일 김용준 총리후보자 낙마와 같은 많은 사안들이 한 주를 장식했다. 사회가 살아있는 이들로 이루어진 이상 사회나 정치 모두 살아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실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것 역시 한국사회와 한국정치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펄펄뛰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면서 우리는 이번 시간에도 한국사회의 저류를 관통하고 있는 몇 가지 주제를 바라보는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세계의 석학들,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의 4장을 살펴보면서 한국의 현안이 되어 있는 고민을 보도록 한다. 이 책의 4장은 “남과 북, 통일의 길목에서”로 통일문제를 다룬다. 콜린 파웰 전국무부장관의 보좌관이자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안보를 가르치고 있는 로렌스 윌커슨은 이 장에서 남북통일문제에서 미국의 배제를 주문한다. 이 주장은 종북주의로 불리는 NL 계열의 미국배제와 남북간 민족통합과는 다르다. 윌커슨의 주장은 미국이 남북문제에 개입하여 미국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남북문제를 재단하기 때문에 남북 간에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안보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북한문제에 있어서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미국안보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고 이것이 남한의 대북정책의 입지를 좁힌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의 극동에 대한 관심과 중국의 동북 3성의 개발로 인해 주변국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지속적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것은 북한의 대중국의존도를 급격히 높였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파워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보를 강조하는 전통으로 인해 북한 문제를 세계적인 위협으로 부각시키면서 판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 윌커슨의 주장이다.
 

같은 4장에서 또 다른 인터뷰대상자인 존 페퍼는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남한의 새로운 시각을 주문한다. 남한이 북한의 호전적인 도발에 대해 바라볼 때 북한이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문제라는 점을 일관되게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북한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현재 상황에서는 남한에 절대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볼 때 북한이 위험한 것은 그들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 자신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바꾸고자 하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미래적 관점에서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뷰에 응해준 두 전문가의 의견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 입장은 북한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가로서 생존이 아니라 정권의 유지에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정권의 유지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것이 무엇일까? 북한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과 ‘미국의 무관심’과 ‘중국의 과도한 개입’이다. 
 

북한이 그동안 유지해온 정권의 기반이 되는 이념들은 무너져 버렸다. 사회주의는 모든 국가들의 실험에서 실패했다. 주체사상은 중국에 다시 의존하면서 정당성이 약해졌다. 경제는 피폐해있으며 많은 북한인들은 남한이 휠씬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김일성대학에서 돌고 있는 한류문화는 북한엘리트층 내에서 정권에 대한 지지가 경제적 정당성이나 문화적인 우월함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근근히 버티기(muddle through)’를 하게 하는 것은 체제와 제도를 유지하는 관성적인 힘과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보여주었던 것은 북한정권의 생존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절망적인 대응을 불러왔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을 끌어들였고 그 때 미국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핵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핵문제를 통해서 다 죽어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서 북한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고 패권국가 미국을 상대하면서 남한에 대한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은 북한을 다시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가로 격상하였고 그동안의 소원한 관계를 개선하면서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였다. 중국은 동북 3성을 개발하고 이 지역을 바다로 연결하기 위해서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필요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자원을 중국의 성장이라는 블랙홀로 밀어 넣었다. 게다가 중국은 강대국 멘탈리티를 가지면서 북한이라는 카드를 통해서 미국을 견제하면서 동북아에서 자신의 군사외교적인 발언권을 높였다. 북한은 중국이라는 카드를 이용해서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전적으로 중국에 안보문제를 위임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더라도 독자적인 안보위협이 될 수 있고 언제든지 미국을 끌어들이면서도 중국의 뜻에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은하미사일 발사와 최근 3차 핵실험여부를 볼 때 중국과 대치할 수 있다는 점은 북한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정권생존을 목표로 대한민국과 미국과 중국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것도 안보위협카드를 통해서. 안보위협카드는 미국입장에서도 손을 놓고 있기 어렵다. 또한 중국입장에서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공책을 지켜볼 수많은 없다. 대한민국 역시 천안함과 연평도에서 현실적인 위협을 인지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한편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안보카드를 이용하면서 외교적인 난제를 던지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통해서 개별국가들에게 개별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 세 나라가 공통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약해져 있고 이것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가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말 북한의 급변사태 시나리오는 북한 조기 붕괴로 인한 피해가 어떻게 주변국가 들에게 전파될 것인가를 다루었고, 논의의 결론은 어느 나라도 북한의 조기붕괴를 원치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을 떠안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윌커슨과 페퍼의 지적 중 북한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며 북한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은 체제 미래에 대한 북한의 암울함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렇다고 북한이 앉아서 붕괴를 당하거나 남한과 미국과 중국의 온화한 개혁의 움직임을 따를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김정은이 체제를 물려받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군부를 개편한 것이나 은하로켓을 쏘아올린 것이나 최근 핵실험을 암시하는 것은 그 행동들이 두려움에 기인했건, 헤겔 식의 인정을 위한 투쟁이든 북한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북한 문제를 다루는 첫 번째 작업은 북한에 대한 남북간 대화의 재개를 통해 남한이 다른 국가들과 독립적인 노선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라는 무대 위의 3명의 주연들이 어떻게 호흡을 맞추면서 북한이라는 동료배우를 어떻게 다룰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게 할 것인지를 연출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한이 해야 할 일과 미국이 할 일과 중국이 할 일을 구분하면서도 연대할 부분에서 같이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같이 풀어나가고 동북아에서의 영토분쟁을 조율하면서 지역안정이라는 더 큰 국가 이익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좀 더 작은 이슈에 대해 두 나라가 더 적극적인 협력과 조율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북한은 중국의 외교에서 첫 번째 블록(중국은 3개의 블록으로 국가들의 외교적 중요도를 구분한다)의 첫 번째 국가라는 특수한 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1949년 창설한 중화인민 공화국이 가장 먼저 외교를 맺은 것이 북한이라는 점을 따져볼 때 북한에 대해 가지는 중국의 특별한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면서도 중국이 한국과 미국과 공조하되 북한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는 외교적 논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에게 북한은 이중적인 존재이다. 부정하기 어려운 민족주의 정서와 함께 냉전의 반목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앙금이 남아있는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 이중성으로 인해 남한내부가 지난 15년 이상의 기간 동안에 남남 갈등을 거쳤고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북한 문제는 풀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적인 노선에 의해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냉전이 외부에 의해 규정되었지만 한편으로 남북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남북한 내부와 남북한 외부에 의해서 규정된 것처럼 해결 역시 내부와 외부에 의해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 국가들과의 관계를 조율해가는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외교의 헤드타워의 종합적인 통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과연 차기 정부는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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