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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지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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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 지명에 대한 단상
  • 법률저널
  • 승인 2013.01.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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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이동흡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고 발표되던 날 저녁 필자는 우연히 몇 사람의 법조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들 그의 지명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식당에 모였는데, 뒤늦게 온 한 분이 “이동흡 변호사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뉴스”를 모두에게 알렸다. 그 순간 그 자리에 동석하고 있던 분 중 이동흡 변호사와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냈던 한 분이 “아니 어찌 이동흡이가!”라고 한탄했고, 다른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아니 어찌 그런 사람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순식간에 식사자리의 흥겹던 분위기가 가라앉아버렸고, 나누던 술잔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 자리에서 내가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한 사람의 인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사람에 대해 쌓여온 평판은 참으로 무섭도록 일치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수십 년 동안 개인적으로 그를 겪고 알아온 사람들이 풀어놓는 수많은 사적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지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그의 행태를 능히 증명하는 것이었다. 
 

오래 전 사법고시 공부를 하면서 가장 흥미를 갖기 어려웠던 법과목을 꼽으라면 필자는 헌법을 꼽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민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가장 흥미있었던 과목이라면 그때에도 민법이었던 것 같다. 민법은 재산과 신분을 둘러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과목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나오게 되어 있어 공부하기 재미있었지만, 헌법은 뜬구름 잡듯 “이상론”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해 흥미가 반감되었었다. 더군다나 당시 적용되던 유신시대 및 군부독재시절 하의 헌법은 독재권력에 의해 마음대로 재단된 만신창이헌법이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국민을 보호하기 보다는 권력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고,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의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던 당시에 유효성 있는 구제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의실에서 들려오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등에 기초한 천부인권론이나 민주공화국의 존립기반인 주권재민사상 등의 헌법이론은 공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는 헌법을 “헌 법”이라고 자조하며, 새 법이 되지 못하고 ‘헌’ 법에 머물러 있는 헌법을 조롱거리로 삼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하기사 그때까지 군ㆍ경 등 공무원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국가배상법이 유일하게 대법원에서 평등권침해라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받았을 뿐 헌법재판이 유명무실하던 시절이었으니 헌법의 구체적 규범력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수많은 위헌판결을 통해 헌법이론을 정립하였고, 그 결과 헌법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조차 학자나 법관들이 공부하러 올 정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기에 이르고 있다. 국민의 인권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고, 헌법규범이 구체적 법규범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늘날, 헌법재판소장은 단순한 법기술자나 법전문가에 불과하여서는 아니 되고,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인품과 덕망을 갖춘 철학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 필요한 최고 수장은 법에 대한 전문적 소양과 법을 준수하는 스스로의 철저함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도덕적 순결함을 지닌 인격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에 기대어 부당한 결정을 내린다거나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헌법적 양심을 파는 정상모리배여서는 아니 된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국민의 보편적 정의관념에 유리되거나 반대되는 결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겠다. 국가예산의 사리사욕적 집행을 당연시한다거나 공사관계가 불분명하여 작은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은 결코 헌법정신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 존경받지 못하는 자가 국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수장이 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에 대해 철학적ㆍ정신적 지주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비열한 인격자가 입법부와 행정부에 의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통제한다는 것을 더더군다나 기대할 수 없다.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당시 내렸던 주문 결정 내용을 면면히 살펴볼 때 결코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오죽하면 퇴임을 며칠 앞둔 점잖기로 소문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에둘러 그의 취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였을까 싶다. 마지막까지 피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된다면 그 멘붕상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러저러한 인간관계를 통해 그의 인품을 겪어본 적이 있는 수많은 법조인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건 아닌데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강행된다면 그로 인한 사법부 구성원들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도 난망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그 혼란하던 시절, 이승만 정권의 부당한 행정권 행사에 과감히 맞서며 사법부의 기틀을 닦았던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정신이 그리워지는 까닭이다. 청빈과 강직한 자세로 젊어서는 일본식민지배시절 대구학생비밀결사, 광주학생사건, 단천농민학살, 간도공산당 사건과 안창호 변론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변호를 하였고, 초대대법원장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필요한 수많은 입법을 도왔으며,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맞서 의연히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던 가인 김병로 선생의 “법관의 몸가짐론”이라는 당부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1953년 10월 제1회 법관훈련 행사에서 가인이 당부했던 말씀은, 첫째, 세상 사람으로부터 의심을 받아서는 아니 되며, 둘째, 음주를 근신해야 하며, 셋째, 마작과 화투 등 유희에 빠져서는 아니 되며, 넷째, 어떠한 사건이든지 법정에서 판결주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법정 내외를 막론하고 사전에 이를 표시해서는 아니 되며, 다섯째, 법률지식을 향상시키고 인격수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가인 김병로 선생의 지론은 법관은 법관으로서 올바른 몸가짐을 갖추어야만 스스로 떳떳해질 수 있고, 개인적 약점이 없어야만 겁박하는 외부세력에 대항할 힘이 생겨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 미련스럽게도 어떻게 하면 법학지식을 학생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에 골몰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필자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이다. 그러면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매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결과 지식전수를 교육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학문적으로 법학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진정한 교육이라고 한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훌륭한 인품을 가진 인격자가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스스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내리게 되었다. 敎育이라는 한자어가 회초리를 들어 자녀를 훈계하며 학문을 가르치는 敎자와 갓 태어난 아이를 살찌게 한다는 育자의 결합임을 생각할 때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훌륭한 인격자로서의 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맹자는 그의 저서 <孟子>에서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을 논하며 得天下英才 而敎育之라고 하여 천하의 영재를 득하여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특히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공사구별의 개념이 없으며, 자기희생과 헌신의 정신이 없다면, 그리하여 단지 법을 취급하는 자로서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부당하는 자라는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그 사회적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한 명에 불과한 필부이겠지만, 법조인도 크게 보면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되는데, 인권의식이 투철하여 남의 인권보장에 민감하여 자신의 생활태도 역시 극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매사에 근신하는 사람과, 국가공권력의 행사자로서 막강한 권한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 그러하다. 이러한 인품의 차이는 법률지식의 문제와는 무관한 개인적 인격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헌법재판소 소장은 현재로서는 17ㆍ8세기의 천부인권론을 주장하며 절대권력에 대한 천부인권을 주장했던 루소나 몽테스키외에 버금가는 사상가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단순히 법률해석능력을 갖춘 것에 불과한 법률기술자, 임명권자인 정치인에 줄을 대고, 그를 위해 사법정의를 애써 무시하거나 부정하며 편파적 판결을 해대는 전력이 있는 자, 국가예산과 조직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사용하며, 공사구별이 없는 도덕적이지 못한 자가 임명되어서는 결코 아니 된다. 존경받지 못하는 자가 임명될 경우 그의 어떠한 견해도 공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국가 갈등의 최종 조율자로서의 올바른 역할을 이미 상실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동흡 후보 지명자는 자진사퇴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니 그 이전에 그를 후보자로 지명한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당선자는 그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씨를 뿌린 자가 거두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의 임명이 강행되어 새누리당의 다수결로 동의를 얻어 임명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임명의 성공이라는 짧은 승리는 박근혜 당선자의 5년 임기 내내 덫이 되어 분쟁거리를 제공하는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 짧은 승리 후의 긴 갈등을 유발할 것인가, 아니면 겸손한 양보로 긴 화해를 도모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해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지만, 인생길도 첫 걸음마부터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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