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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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중요성
  • 문흥수
  • 승인 2003.06.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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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흥 수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우리 사회가 1987년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후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위한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1987년의 민주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였듯이, 2003년 현재의 시대 흐름의 변화 또한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금년으로 건국 55주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1987년 이전의 권위주의적 국가체제는 민주주의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역사는 불과 15년 남짓하다고 생각되고, 그만큼 아직도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고 판단된다. 민간부분의 경우 최근 SK그룹문제가 말해주듯이 IMF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취약한 점이 엿보이는 상태이다. 한편 정부부분은 민간부분보다 더 개선이 더디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상태에서 국민 저변의 민주화 욕구가 다시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당시 국민들의 민주화 욕구가 분출하면서 엄청난 갈등을 겪었듯이 금년 이후에도 그때만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갈등을 겪게 되리라고 예상된다.

필자는 법률가로서 민주주의의 완성은 곧 법의 지배의 확립, 법치주의의 완성이라고 믿는다. 사회가 선진화되면 될수록 복잡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사회의 여러 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해진다. 이것을 법률에 의해서 적절하게 조정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 정부부분 가운데 검찰과 사법부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다른 대부분의 국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검찰과 사법부의 후진성은 다른 정부부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나 사법부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개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필자가 이 자리에서 검찰의 경우를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법원의 경우와 함께 생각해보기로 한다. 우선 법원은 국민들에게 신비한 대상이다. 법관들은 일반국민들로부터 분리되어서 이를테면 법정에서의 법대만큼 국민들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 고고하게 재판제도를 운용해 나가고 있다. 법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재판을 하는지 국민들은 잘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절차는 거의 용두사미로 끝나고 있다. 처음 사건이 터질 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다가도 정작 피고인이 석방될 때에는 신문 한 구석에 나는 둥 마는 둥하고 만다. 이것은 냄비처럼 쉬 끓어 오리고 쉬 식어버리는 국민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형사사법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검사나 법관들이 조만간 옷을 벗고 변호사로 나가게 되어 있는 인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人事는 萬事이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검찰총장이나 검사장들이 그 직을 마친 다음에 대형 로펌에 팔려 가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시스템에 있어서 이를테면 민간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업계에는 공공부분인 현직 판, 검사들의 기라성 같은 거물선배들이 포진하고 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또 그러한 변호사가 되는 것을 꿈꾸면서 일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사법시스템에 있어서 정부부분이 민간부분보다 엄청나게 취약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검찰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서 검사장으로 승진할 경우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한다는 선서를 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퇴직할 경우 그 분들을 법원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사사법에 관한 한 검사들이 법관보다 전문가일 수 있다.

법원의 경우에도 고등부장 내지 최고호봉의 대우를 받기 직전에 변호사 개업을 포기한다는 선서를 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년퇴직 후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나 명예법관 등으로 일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위직 판, 검사들의 변호사 개업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기 전에는 우리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영구미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끊임없는 집단행동 내지 실력행사를 결과할 것이다. 그것이 선진화를 가로막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남미 등 여러 중진국의 예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고위직 판, 검사들의 개업을 막기 위한 비용이 1이라면 사법불신으로 말미암는 사회적 비용은 1,000일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위해서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 역할의 중요성이다. 모든 사회갈등의 뿌리에는 헌법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과거 헌법이 하나의 장식에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현재 심각하고 거대한 사회적 문제들이 헌법소원의 형태로 헌법재판소로 몰려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신속히 내려줄 수만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 번 미국 대통령 선거 재판의 경우를 보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 실력 있는 연구관 충원 등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진정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양심적이고 실력 있는 법률가들이 궁극적으로 사회를 책임질 수 있는 사회, 법률가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사회적 갈등을 법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 고위직 판, 검사들에 대한 파격적 처우개선과 함께 그 분들의 변호사 개업 포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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