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장순금 시인의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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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장순금 시인의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1.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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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시간은 원래 영원한 것이다. 지금도 영속적이다. 그런데 인간이 시계를 만들고 시간을 촘촘히 쪼갠 후 시간에 의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시간은 우리에게 쪼개진 철망처럼 우리를 갈라놓는다. 특히 연말연초가 되면 쪼개진 시간은 우리에게 파편이 되어 우리 심장을 후벼파며 우리를 반성케 한다. 그나마 쪼개진 시간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이리라. 오세영 시인이 자천한 “내가 아끼는 10편의 시” 중 하나인 “그릇”의 결말부는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라고 되어 있다. 둥그런 그릇이, 만지면 촉감이 좋고, 안정감이 있었던 사기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어지는 그 어느 순간부터, 절제와 균형의 중심을 벗어나면서 칼날이 되어 세상을 피 흘리게 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그러면서도 우리의 이성은 그러한 칼날처럼 살아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는 시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시 한 편을 본다. 장순금 시인의 시 “골방은 하늘에 가깝다.”이다. “혼자 겨우 들어가는 혼자만 아는 골방, 때론 쉬어가고 울다 가고 얼굴 묻은 방, 내가 조그만 알처럼 둥글게 되는 좁은 방에 들어서면 산도 구름도 낮아지고 달빛도 내려와 둔 손을 모은다// 골방에서 일생을 걷던 내 발이 보이고 감춰둔 발톱도 보인다 더 크게 자세히, 갈라지고 튼 뒤꿈치로 걸어온 길, 길의 튼 살이 보인다// 무념무상의 얼굴로 골방이 나를 본다 나도 깃털처럼 앉아 골방의 복부를 연다 골방은 침묵하는 수다쟁이, 내가 하지 않은 말까지 다 말해 버린다 나는 몸을 숨긴다// 골방 속에서도 또 몸을 숨기는 나의 골방// 몸에 꼭 맞는 골방에 꿇어앉으면 꿇어앉은 당신이 보인다”(전문, 시집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에 수록, 문학아카데미 간).


골방은 기도하는 방이다. 골방은 기도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있다. 우리도 스스로의 영혼 속에 각자 자신만의 골방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가톨릭문인회 회원인 장순금 시인은 신과 대화하는 화자로서의 시를 많이 발표해 왔다. 저 시 제목과 같은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라는 시집에도 신앙적 고백시들이 몇 편 수록되어 있다. 오세영 시인의 시 “그릇”의 저 평범해 보이는 시어들은 세상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냥 그릇처럼 둥글둥글하게 살면서 균형과 절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 깨어진 그릇처럼 예리한 칼날이 되어 이성의 차가운 눈을 떠야 한다는 지식인들에 대한,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경고를 하고파 하는 시로 읽힌다. 장순금 시인의 시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라는 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골방은 기도하는 방이다. 시인이 거처하는 공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장소적ㆍ시간적으로도 하늘과 가장 가깝지만, 격리된 다른 공간으로부터도 가장 높은 곳이면서 하늘에서 볼 때는 낮은 곳이기도 하고, 집에서도 귀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버려진 방이기도 하다. 내 어렸을 때 신앙심 좋으셨던 어머니께서도 골방을 찾아 그곳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하시고는 하셨다. 무슨 기도할 내용이 그리 많으셨던지 온 가족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끝없이, 수없이 기도하셨던 어머니의 간절한 모습이 장순금 시인의 저 시를 통해 다시 절실히 느껴져 온다.


기도하는 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는 자이고 회개하는 자이다. 폭력이 아닌 비폭력을 통해 사회적 정의가, 하나님의 공의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간구하는 절박함이 있다. 특히 기도처인 골방에 올라가 홀로 고독 속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는 진실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있다. 예수도 십자가에 못 박히기 직전 제자들을 데리고 골고다 산에 올라가 무릎 꿇고 피와 땀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던가? “십자가라는 참형의 저 잔을 내게서 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소서,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님 뜻대로 하옵소서.” 하고 말이다. 간절히 기도하는 자에 대해서는 그러기에 인간이 용서하지 않을지언정 하늘은 용서하는 관용을 베풀 수도 있지 않겠는가? 골방에서의 기도에는 위로가 있고, 안식이 있고, 평강이 있다. 아파트 구조가 되면서, 현대식 가옥이 되면서 우리의 공간에서 골방이 점차 사라지고, 골방이 사라지는 것만큼 우리의 영혼 속의 골방도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기에 자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구체적 행위조차 드물게 되면서, 몰염치와 탐욕이 성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말기에 들어서서 “설날특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한 특사에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한때 군림했던, 그러면서 수많은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민의 공분 속에서 형벌에 처해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멘토 역할을 자임해 왔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금 일부를 책임졌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사촌처남 김재홍 전 케이티앤지 이사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부 차관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이 높다며 상소를 하며 다투었는데, 하나처럼 지난 연말에 갑자기 상소를 취하하여 형을 확정시키는 일사불란(?)한 이상한 행동을 보였었다. 이들이 이처럼 상소를 취하하는 일관된 행동을 보일 때부터 어쩌면 연말을 전후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중에 떠돌았는데, 이제 아마 구체화되는 모양이다. 일부 판사들 중에도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무절제한 특별사면권 남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허탈해 하고 있고, 일반 국민 및 야당의 분노는 “이명박 정권의 후안무치”라는 표현으로 압축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나 법무부 관계자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전권사항이므로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측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정부패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조윤선 대변인은 “최근 그 부분에 대해 특별하게 의견을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답변하였다고 한다(필자는 기본적으로 대변인들이 특정 정치인들의 말에 대하여 존칭어를 써서 표현하는 것은 어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에게는 상사일지 모르지만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래에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 답변에서도 “특별하게 의견을 말씀한 적이 없다.”라고 표현하면 되고,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춘 어법”이라고 지적해 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인수위측에서는 “대통합 차원에서 생계형 범죄나 노사 관련 사범에 대해선 청와대와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재계 총수 등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라디오연설에서 “부정부패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호언하였음에도 그 말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는지 자기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한 권력형부정부패자들의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니 야당의 지적대로 국민의 입장에서는 분노할 만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칠 수도 있으므로 박근혜 당선자도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줄기차게 “부정부패비리자들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특별입법”조차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대로 “반대의사를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증거조작이나 범행부인 등으로 어렵게 형벌권의 행사가 이루어진 부정부패연루자들에 대한 형사 집행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하루아침에 무의미하게 되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사법정의를 위해서도 올바른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특히 권력상층부나 재벌기업 총수들에 대한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기를 바라고, 평등한 법집행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전권이지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행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행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앞서 장순금 시인의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나 오세영 시인의 “그릇”처럼 특별사면권의 행사도 철저한 자기반성 후에, 예의염치를 차린 후에 있으면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임기말에 자신들의 최측근들로서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멸공봉사(滅公奉私)의 투철한(?) 정신으로 부정부패를 저질러 온 아주 나쁜 자들을 특별사면한다는 것은 오히려 국민대통합에 역행하는 “사리사욕적 특별사면권의 남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면권은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옳다. 정히 특별사면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자신의 정권 기간 중 반대세력으로 있다가 형사처벌을 받은 자들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통합을 마지막으로 이룬다는 의미로 특별사면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자기 식구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것은 바로 골방의 의미, 깨어진 그릇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상모리배의 행동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어머니께서 자신의 머리맡에서 새벽기도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 과연 골방에서 기도할 때 깨어진 그릇처럼 자신의 심장을 파고들어올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일지, 그게 바로 민심이 천심이라는 국민의 소리임을 제대로 듣고, 사적 동정심이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권력형, 재벌형 부정부패연루자들에 대한 사면권의 행사를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사면법에 의해 사면심사위원회는 정당한 이유 없이 위와 같은 부정부패자들에 대한 사면심사를 부결처리해야 할 것이고, 법무부장관도 사면상신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뭐 그럴 용기나 소신이 있을까 싶다만은.


어찌하랴, 힘없는 서민은 다시 골방에 들어박혀 기도할 밖에, 깨어진 그릇처럼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는 오세영 시인의 시어를 음미할 밖에. 그러면서 죄 없는 손가락이나 빨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세상 참 더럽다, 불공평하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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