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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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1)
  • 법률저널
  • 승인 2013.01.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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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추위가 매섭다. 이번 겨울은 처음부터 강력한 눈으로 출발하더니 범상치 않은 추위로 겨울이 어때야 하는지를 매우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추운 계절은 마음도 움츠리게 만든다. 꼭꼭 싸고 나가야 하는 날씨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에 망설이게 만들뿐 아니라 전에 하던 일도 미루고 싶게 만든다.
 

수험생에게는 겨울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시험이 당겨지고 시험일정이 가까워지면 추위를 더 느끼기 마련이다. 정말이지 몸과 마음이 모두 춥다.
 

새해가 된지 이제 한 주를 막 넘어가고 있다. 대선의 깊던 열정은 일상의 냉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인수위원회구성과 관련해 지난 대선시기 불처럼 타올랐던 인기의 끝을 잡고 싶어 하는 무수한 한국정치전문가와 시사평론가들과 미디어의 주도하에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70%가 넘는 유권자들이 매일 인수위에서 나오는 발표를 보면서 향후 5년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고 있다. 애초부터 있던 한국정치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희망 혹은 절망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 명의 노동자들이 세상의 냉담과 무관심에 호소하듯이 자살을 하였다. 한 편 제법 많은 단체들이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새로운 지도자를 통해서 정치를 변화하고자 하는 기대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축을 투표장으로 몰아세웠고 그 열기는 대단하였다. 틀림없이 이 열망은 차기 정부에 전달될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전임정부와 다른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과 정치의 속성상 변화는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가 가진 몇 가지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해 정치변화는 어느 정도 한계선상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단임제 대통령제도와 약해빠진 정당정치와 정당내부의 리더십 부재라는 요인은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요소들이다. 여기에 더해 시청률과 구독률에 목을 매는 미디어들과 이익집단과 시민사회를 오가는 수많은 단체들의 포퓰리즘을 이용한 정치적 공세는 정치변화에 저항하는 세력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예상되는 국정운영 초기의 적극적인 변화의 동력은 여당의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될 것인지와 안철수 전후보의 행보들에 의해 시들하게 될 것이고 단임 대통령이 가진 리더십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면 이것은 독재로 상징화 되면서 공격을 받을 것이고 이에 편승하여 정치적 지분을 강화하고자 하는 진보진영의 날선 공격은 정책간 격차가 적은 현재 진보와 보수의 대립상황에서 극단적인 언어의 전쟁으로 이끌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헌과 함께 제도개혁논의가 진행되면서 2015년부터는 정치는 제도개혁을 둘러싼 다툼 속에 묻힐 공산이 크다.
 

지난 정부들에서 보였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빠른 실망의 교훈은 이번 정부에서 얼마나 달라질지 모른다. 전임 정부와 현 정부처럼 빠른 실망과 교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단기적인 전망이 밝지 않다고 해서 장기적인 전망이 꼭 동일하지는 않다. 한국정치가 진보와 보수사이를 오가면서 정부가 구성된 것. CEO 대통령으로 상징화되는 한 시대의 욕구와 정서를 반영하면서 정치가 우여곡절을 거쳐 왔다는 것 자체가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학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수를 하면서 더 많이 배우기 마련이다.
 

한국정치에서 제도적 미비와 인적인 정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향후 한국민주주의를 변화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과거에는 일본과 북한이라는 외부적인 침략에 대항하였던 경험에서 최근 남남갈등으로 표현되는 내부적인 갈등이 오히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면서 어쩌면 한국은 유럽의 관용(tolerance)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시각과 가치관도 최소한 존중할 수 있는 가치다원성의 기준이 되는 관용이 유럽의 종교전쟁에서 만들어졌음을 기억한다면 한국의 현재 분열된 갈등도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 몇 개월 뒤의 한국정치를 생각해보는 것 보다 좀 더 큰 그림 속에서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은 과잉낙관과 과잉비관을 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좀 더 객관화된 자세로 세상을 살펴볼 수 있게 함으로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 에너지를 집중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의 고단한 문제들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겠지만 말이다.
 

한국정치와 사회를 좀 더 큰 틀에서 보기 위해 최근 나온 몇 권의 책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고 얼개를 그린 책들은 제법 많다. 하지만 이런 책들 보다 한국의 현실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책들에서 한국의 미래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최근에 나온 책 3권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권의 책은 각각 『한국 정치를 읽는 20개의 키워드: 신자유주의부터 포퓰리즘까지』(홍익표저, 오름, 2012년)과 『세계의 석학들,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다산북스, 2012년), 『한국사회대논쟁 : 한국의 대표 석학 51인, 미래를 진단하다』(한국사회과학협의회·중앙SUNDAY공동기획, 메디치, 2012년)이다.
 

먼저 『한국 정치를 읽는 20개의 키워드: 신자유주의부터 포퓰리즘까지』는 정치학자인 홍익표박사가 한국정치에서 현안이 된 20개의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과 ‘계급에 반하는 투표’의 문제와 ‘한국공화주의’의 문제점과 ‘사법부의 강화’라는 주제와 ‘보수주의의 변형’의 문제와 ‘정의담론’의 문제 등을 정치적 이슈로 하고 있고 ‘신자유주의’와 ‘복지’와 ‘세계화와 FTA’의 문제라는 정치경제의 문제와 ‘소수자와 배제’ 문제와 ‘인정투쟁’의 문제와 ‘촛불시위’의 문제와 ‘위험사회’의 문제와 ‘SNS의 의미’와 ‘교회의 정치화’라는 사회적 이슈 등을 다룬다. ‘북한 문제’와 ‘토건국가’의 문제와 ‘포퓰리즘’라는 주제들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각 주제에 관련된 사안들을 세밀하게 다루면서 이들이 가진 쟁점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부분과 함께 이 문제들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주제를 정리할 수 있게 하면서 이론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저자 한 사람이 매우 포괄적인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사안의 구체성과 이론적 실마리를 모두 잡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책이다. 각 주제에 관련된 이론가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실어 놓은 사진들은 낯선 이론가들을 친숙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각주로 처리한 구체적인 사안과 개념해석들은 초보자들이 이 주제들에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하게 해준다. 이러한 독자에 대한 배려는 책의 완성도 뿐 아니라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책이 오히려 정치학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문서가 되면 좋겠다. 너무 오래되어 화석처럼 된 이론들을 학생들이 배경도 모르고 배우고 암기하여 정치현상과 정치학 이론을 유리시키는 것은 그간 정치학이 해온 커다란 직무태만이다. 정치학을 “재미없게” 하여 학자들과 독자들 혹은 대중을 분리한 것은 어설픈 권력을 가지기 위한 방법이거나 독자에 대한 배려부족이 가져온 결과이다. 정치학에서 다루는 이론이 현실을 다룰 수 없다면 과연 그 이론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현실정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한 마디도 가지지 못한다면 그것 자체로 학문적인 존재의 의미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다루는 출발은 오히려 한국의 현실적인 이슈들을 고민하고 이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키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론은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일관되게 읽을 수 있는 주장은 정치가 한국의 문제를 푸는 중심축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의 복원이 이 문제들을 풀어가는 마스터키다. 그리고 정치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의식의 복원을 통한 시장질서에 몰입된 자유주의의 원자성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해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문제나 다문화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정당하게 대표들이 구성되고 이들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고서 사회의 저항에 맞설 수 없다. 개혁을 위한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접근하려는 자세가 저자의 입장의 신뢰성을 높인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두 권의 책이 다루는 중심내용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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