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의 적극적 자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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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적극적 자기개발
  • 성낙인
  • 승인 2013.01.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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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1895년 법관양성소 개설 이후 서양법의 수용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근대법학의 도입은 하나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일제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시작된 일본식 고등문관시험을 통한 사법관으로의 등용은 해방 이후 고등고시와 사법시험을 통해서 그 명맥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왔다. 지난 60년간 법률가는 교육을 통한 양성 보다는 시험을 통한 선발 시스템이었다.


2012년에 이어 금년에는 로스쿨 2기 졸업생을 배출함으로써 본격적인 로스쿨 시대에 접어들었다. 로스쿨을 도입한 기본적인 취지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법학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데 있다. 이는 종합과학으로서의 법학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프랑스·독일뿐 아니라 미국법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학부 법학교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백여 년 전부터 로스쿨이라는 대학원 법학교육제도를 통해서 다양한 전공의 학부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위한 논쟁을 거듭해 왔다. 결국 일본은 학부 법학부를 존치한 가운데 그 위에 로스쿨을 설치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일본의 계획은 사실상 로스쿨의 실패로 치닫고 있다. 20%대의 낮은 신사법시험(변호사시험) 합격률로는 로스쿨의 설립취지에 부응하기 어렵다. 심지어 최고의 명문 도쿄 대학조차도 과반수 합격자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대로 된 합격자를 내지 못하는 로스쿨의 자진 폐교가 속출한다. 제도의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우리나라의 로스쿨은 나름 일정한 합격률을 보장한다. 남은 과제들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과연 다양한 학문 영역을 전공한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제대로 된 법학교육을 이수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는 학부 법학이수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이라 속단하기는 이르다. 학부에서 4년 이상 법학을 공부한 학생들과 비법학도가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원래 취지가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 과도기적으로 일본과 같이 법학도와 비법학도 사이에 학습연한의 차등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조만간 법학도들의 로스쿨 진입이 희미해질 때쯤이면 다양한 학문 전공자의 경연장이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 이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사안이 변호사시험이다.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졸업생들의 통과의례가 될 정도가 되면 이제 학생들은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학문적 배경에 걸맞는 법학과목을 이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변호사시험의 장벽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보면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적정 수준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규모의 로스쿨에서 수많은 선택과목이 제대로 개설도 못해보고 폐강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합격자 제한까지 뒤따르면 변호사시험과목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늘려보았자 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고등룸펜만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결국 변시 합격자 중에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변호사뿐 아니라 회계사, 변리사, 의사, 약사 같은 다른 전문직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졸업자에 대해 6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데 대한 비판이 고조된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6급 공무원으로 지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수요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이제 법률가의 세계에서 첫 직장도 중요하지만 그 직장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복무하여 능력을 인정받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비록 첫 출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직장에 열정적으로 도전해 봄 직하다. 법률가의 자격증은 이제 법률가로서의 완결 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출발을 알리는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법률가로서의 끊임없는 자기개발만이 장래를 보장할 수 있다. 계사년 새해 법률저널 애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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