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의 위헌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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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의 위헌성 인정
  • 법률저널
  • 승인 2012.12.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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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2009.6.25.선고 2007헌바25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6.4.11. 04:40경 창원시 중앙동에 있는 이마트 북문 앞 노상에서, 피해자(여, 37세)에게 뒤에서 달려들어 흉기인 길이 20cm의 과도를 목에 들이대며 “말 안 들으면 죽인다. 가진 돈을 다 내놔라”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로부터 그 소유의 현금 172,000원과 시가 700,000원 상당의 피디에이 휴대폰 1대를 빼앗아 이를 강취하고, 계속하여 왼손으로 피해자의 유방을 주물러 강제로 추행하던 중 피해자가 두 손으로 과도의 칼날을 잡고 밀치면서 “강도야”라고 소리치자 위 과도로 피해자의 목을 1회 찌르고 왼쪽 어깨를 1회 찔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견갑부 등에 대한 다발성열상 등을 가하였다.
 

나. 청구인은 위와 같은 범죄사실에 관하여 2006.8.23. 창원지방법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8.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항(현행 제3조 제2항), 형법 제334조 제2항, 제333조, 제298조가 적용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항소하였으나 2006.10.26. 부산고등법원으로부터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았으며, 2007.2.8. 대법원으로부터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아 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항소심 법원은 형법 제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항소심의 미결구금일수 58일 중 28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고, 대법원은 상고심의 미결구금일수 105일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다.
 

다. 청구인은 상고심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과 형법 제5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형법 제57조 제1항은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에 반하고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3. 결정이유 요지 (위헌 : 재판관 8인 의견)
 

가. 형법 제57조 제1항은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나.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한다.
      

더욱이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다. 이와 같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재판관 1인의 보충의견)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바, 형법 제57조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4. 반대의견 정리 (재판관 1인 의견)
 

가. 미결구금은 헌법에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법정의 구속기간 내에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하여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바, 그 재량행사에 따른 입법이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부 본형에 산입하여야만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①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② 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체 미결구금기간은 다양한 성격의 기간이 합쳐져 있다는 점, 각 미결구금기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무상 심리에 필요한 기간, 심리지연미결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본형에의 산입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공평의 관점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검 토
 

위 결정 이전에 재판 실무에서는 피고인의 남상소를 막는 가장 적절한 수단으로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이 활용되었고 이 과정에서 같은 상소 법원에서도 개별 재판부에 따라 일부 산입 기준까지 제각각이었기에 혼란과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리하여 항소 내지 상고가 기각되는 경우에 미결구금일수 중에서 극히 일부만 산입되는 바람에 피고인들의 낙담은 엄청났고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서 사실상 피고인들의 상소권행사를 가로막는 엄청난 걸림돌이 되었기에 위 결정은 수감 중인 수많은 피고인들에게는 무지개빛 햇살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물론 위 반대의견과 같이 미결구금 중에서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피고인의 상소권에 실질적인 제약을 주고 심하게 보면 미결구금 일수를 거의 산입해 주지 않겠다며 합법적 협박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또한 미결구금 중에는 재판부나 검사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기간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취급해야 한단 말인가? 피고인에게 미결구금을 전부 산입하여 주기만 하면 된단 말인가?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미결구금을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같다고 보느냐, 아니면 본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는 다르다고 보느냐의 인식 차이에 있지만 미결구금이 미리 형의 일부를 집행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므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산입하는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하겠으며, 남상소를 막겠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은 채 오로지 피고인에게만 그 책임을 돌리고 피고인의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권리를 무시하여 피고인에게 상소기각에다가 덤으로 갑작스럽게 실질적으로 새로운 형벌을 추가하는 짓을 지극히 정의롭고 공평하여야 재판부에서 할 일은 도저히 아닌 것이다. 따라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산입하여야 한다는 위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라 하겠다. 

 

6. 참 고  
 

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현행 제3조 제2항) 중 “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 부분에 대해서는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이고,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에 따라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이 되었다.
     
* 핵심사항 :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신체의 자유, 재판청구권과 상소권, 미결구금일수, 전부산입과 일부산입, 특수강도,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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