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권과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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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권과 검찰개혁
  • 법률저널
  • 승인 2012.12.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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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어수선한 가운데 사정의 칼날을 쥔 검찰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을 일련의 악재가 터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검찰개혁안이 못물을 이루고 있다. 검찰의 상징인 다섯 개의 검은 이제 정의를 위한 검이 아니라 무딘 놋쇠로 변하고 있다. 사정의 중추기관이 자체 내부의 문제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칼날을 만지작거리던 검찰 수장은 결국 대선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도 낙마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권위주의 시절에 사정과 정보 기관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국가정보원(구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기무사령부(구 보안사령부), 경찰, 검찰이 각기 그러나 다소 경쟁적으로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문민정부로 들어서면서 국가정보원과 기무사는 각기 대공과 같은 특수업무와 군사기밀업무로 한정되어 민간부분에 대한 개입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그 사이 사정기관은 검찰과 경찰 몫으로 한정되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이 수사권독립 문제로 이전투구하고 있는 이면에는 제도적으로 경찰이 검찰에 종속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민주화 이후에 검찰은 무소물위의 사정기관이 되었으며 검찰의 독주는 검찰이 권력기관으로 전락하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이 와중에 검찰에 대한 견제장치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소홀한 틈을 타서 일부 검찰의 일탈행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왔다. 외부 개방직으로 감찰본부를 구성하여 자체 감찰을 강화하여 왔지만 제 식구 감싸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벤츠검사, 성추문검사, 사건알선검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은 검찰의 자체 정화능력에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의 대오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안으로는 내부 부패로 밖으로는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검찰개혁을 요란하게 부르짖다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예외가 될 것인가. 여야 대선후보 모두 검찰개혁을 중요한 어젠다로 제시한다. 공약대로라면 검찰의 꽃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수명을 다하고 대신 상설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가 이를 대신할 것 같다. 심지어 검찰총장도 인사위원회를 거쳐서 하도록 하여 대통령의 인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한다. 54명에 이르는 차관급 검사도 절반 이하고 줄인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고강도 검찰개혁안이 시행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담보될지 모르지만 검찰이 더더욱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배가될 수도 있다.

대검 중수부는 언젠가는 폐지하고 대검은 정책부서로 남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실상이 과연 그러한가. 지검 특수부에서 거악 척결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상설특검이나 고비처도 마찬가지다. 나라꼴 제대로 갖춘 OECD 국가 중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의 특검제도뿐이다. 그나마 미국에서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의 성추문 특검을 실시하였으나 ‘부적절한 관계’라는 결론 하나 때문에 엄청난 예산만 사용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여 근 20년째 시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검제도를 시행하였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삼성특검은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천문학적인 경제적 혜택만 안겨주었을 뿐이다. 고비처도 마찬가지다.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고비처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 고위공직자비리 첩보가 경찰이나 검찰에 생기면 수사단계에 이르면 고비처로 넘겨야 한다. 검찰이라는 거대조직도 정치권과 재벌의 로비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데 하물며 고비처 몇몇 수사인력으로 거악척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결론은 너무나 간단하다. 검찰 내부의 뼈아픈 자정의 회오리가 있어야 한다. 그 후에 정치권이 검찰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다. 대선 후보 중 누군가가 당선되면 스스로 검찰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세력 균형은 제도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은 수사에 전념해야 한다. 법무부는 문민화하여 검찰로부터 독자적인 법무행정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법원행정처는 행정공무원에게 맡기고 판사는 법원에서 재판에 전념해야 한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문민화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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