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국제)정치학 답안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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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국제)정치학 답안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 법률저널
  • 승인 2012.1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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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최근 강의를 하면서 확인한 것이 있다. 국제정치학이나 정치학에서 답안이 요구하는 것 즉 답안이 필요로 하는 것을 수험생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당연하다. 정치학을 전공하든 전공하지 않지 않든 답안을 만드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답안을 쓰는 것과 같은 글쓰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답안을 쓰는 방식이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좋은 답안들은 있다. 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채점을 하다보면 잘 만들어진 답안이 있고 그렇지 않은 답안이 있다. 법학이나 경제학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학은 하나의 모범답안이 없다. 다양한 논리를 가진 답안들이 있다. 다양한 방식의 논리와 시각을 가진 답안들 사이에서도 확실히 좋은 점수를 받는 답안이 있다. 그래서 국제정치학을 포함한 정치학 답안쓰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답안을 채점하고 평가하는 작업과 논문을 쓰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답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좀 더 명확해졌다. 우선 정치학에서는 논문을 쓰면서 논리적인 글쓰기를 많이 배울 수 있다. 특히 학위논문과 같이 호흡이 긴 논문을 쓰다보면 이론이 왜 필요하고 이론을 어떻게 도입해서 답안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논문은 호흡이 길고 분량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실제 써야 하는 답안은 길어야 5페이지이고 짧으면 3페이지 정도에 글을 써야 한다. 한 페이지 당 32줄을 감안할 때 많이 써야 120-150줄 정도를 쓴다. 이런 짧은 분량이라는 조건은 답안을 만들 때 많은 부분을 압축하고 요약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국제정치학을 포함해서 정치학에서 좋은 답안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논리적이면서도 짧은 분량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답안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치학자들을 만족시키면서 좀 더 높은 득점을 위해서는 4가지가 필요하다. 이것은 한편으로 내가 얼마나 수험적으로 준비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4가지는 무엇인가? 첫째, 시험문제가 나온 이슈의 학문적배경과 현실적 쟁점. 둘째, 논리적 근거가 되는 이론. 셋째, 구체적 답안을 만들 수 있는 현실 사안의 사실관계(fact). 넷째, 정책방안 제안이 각각 그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섹시한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와 같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년 전 한국을 강타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정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는지와 같은 것이다. 출제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수험생의 답안은 이 부분에 대한 공감과 함께 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답안의 첫 번째 조건인 학문적 배경과 현실적인 쟁점이다.
 

서론에서 이러한 배경과 문제제기가 잘 드러나야 한다. 실제 답안을 빠른 시간안에 채점해야 하는 관계로 채점자들은 빠른 속도로 답안을 읽어간다. 정치학분야를 최소한 20년 이상한 채점자는 답안을 사선으로 읽듯이 읽어 내려간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주제로 문제를 제기하는지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먼저 보고 나서 전체 구성도가 되는 목차가 그에 타당한지를 따져본다. 업계의 비밀이지만 이것이 정치학자들의 습관이다. 그래서 서론에서 자신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서론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다.
 

다음으로 답안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되는 이론이다. 정치학 분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이론이다. 따라서 학계가 발전시켜놓은 이론을 통해서 현상을 추상화하여 이해하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이론을 적용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결론부터 내려두고 이론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목차를 구성하여 논리적인 뼈대를 만드는 것과 이론을 도입해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다음 세 번째로 신경 쓸 것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가령 중국성장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안이 무엇인가를 질문받았다고 하면 중국성장의 지표가 필요하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연성권력자원은 어느 정도인지를 실제 가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을 통해서 제시하여야 한다. 최근 중국의 항모보유와 2번째 항모 건조한다는 것이나 중국의 군사비가 미국달러로 환산하면 1,000억불을 넘어섰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어야 자신주장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이런 수치가 없다면 답안지는 “중국이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압도적인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동아시아에는 불안이 감돌고 있다.”와 같은 뻔한 이야기를 동어반복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채점하는 (국제)정치학 전문가들이 이런 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래서 답안을 살붙인다고(구체화시킨다고) 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론적 설명을 통해서 “왜”를 설명했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이 문제를 치유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를 다루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예상되는데 그 핵심에 중국의 불만족이 있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만족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책처방이 된다. 결론이 되는 부분에서 문제제기 된 것에 대한 처방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책방안을 제안해 볼 수 있다.
 

이상의 4가지가 실제 답안이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따져보아야 막연하게 공부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런 대비없이 여전히 책에만 의존해서 책을 암기하는 것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정치학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따져보고 그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자기 만족적인 공부가 되지 않으려면. 
 

답안이 필요로 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한다. 흔히 이론을 적용해서 답안을 쓰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론을 적용해서 답안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북한이 왜 핵을 보유하려고 하는지 논쟁을 시험에서 만났다고 해보자.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 현실주의이론을 차용해서 설명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먼저 공격적 현실주의이론의 내용 중 실제 현상을 분석할 개념들을 통해서 이론을 정리해야 한다. 이론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사이의 관계로 규정된다. 공격적 현실주의이론의 독립변수는 세 가지 이다. ‘① 무정부상태 ② 불신 ③ 일정한 군사력 보유’라고 하는 이론의 가정이 독립변수가 된다. 이 이론의 종속변수는 ‘상대적 국력의 증강, 패권추구’가 된다. 이 설명요인들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답안의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나서 이것을 현안에 적용해본다고 하자. 그렇다면 공격적 현실주의의 독립변수에 북한의 핵보유시도라는 종속변수를 대입해야 한다. 가시적인 설명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표를 이용해서 적용하는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 공격적 현실주의의 북한핵보유시도적용

독립변수   

종속변수

① 무정부상태 적용 : 상위권위체 부재와 그에 따른 불안. 탈냉전으로 북한 보호국들 사라짐. 미국의 한국전쟁이후 7차례의 핵공격 위협.

② 불신 : 1994년 이후 제네바회담의 경수로 제공 파기.

③ 일정한 군사력 보유 : 미국의 상당한 군사력과 한미동맹의 존재.

상대적 힘의 증강, 패권추구 : 북한은 패권추구는 아니고 힘의 증강을 통해서 대남 우위에 서고자 함.

 

위에서 본 3가지 독립변수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연결되면서 “왜(why?)”를 설명하고 있다. “무정부상태, 불신, 일정한 군사력보유라는 세 가지 요인(독립변수)에 의해 북한은 핵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 힘의 증강(종속변수)을 하는 것이다.”가 설명되는 것으로 이론적용은 마무리 된다.
 

이렇게 이론 설명과 이론적용을 마치면 정책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위의 예를 따라 공격적 현실주의의 대북정책제안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대북봉쇄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이 현상타파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을 힘으로 압도하여 절제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학 답안이 필요로 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수험생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그 분야의 학문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따라서 국제정치학을 포함한 정치학 분야가 원하는 답을 해야 한다. smart가 대세처럼 된 세상에서 smart한 수험생이 되려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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