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에 대한 법원의 직권 인정의 의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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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공소사실의 축소사실에 대한 법원의 직권 인정의 의무성
  • 법률저널
  • 승인 2012.11.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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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5.14.선고 2007도616 판결 등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때리고 양쪽 손과 발목을 테이프로 묶고 베란다로 끌고 간 후 베란다 창문을 열고 피해자를 난간 밖으로 밀어 12층에서 떨어지게 하여 살해하였다는 살인 혐의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나. 사건경과
 

피고인은 피해자를 때리고 양쪽 손과 발목을 테이프로 묶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기에 베란다 창문을 통해 피해자를 밀어서 떨어지게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였고,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쟁 점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가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하는 여부와 함께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그 근거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1)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①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② 범행의 동기, ③ 피해자의 키와 이 사건 아파트 베란다의 높이, ④ 피고인의 행적 등 유죄의 의심이 가는 여러 정황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의 범행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여러 합리적인 의문점을 배제하기가 어렵다.
     

원심이 그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수긍할 수가 있으므로, 거기에 주장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의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9.12.24.선고 99도300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상해치사 또는 감금치사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도 이유가 없다.

(3)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가볍지 아니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5.13.선고 2003도1366 판결 등 참조).
     

원심 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과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①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피해자를 베란다로 끌고 간 후 베란다 창문을 열고 피해자를 난간 밖으로 밀어 12층에서 떨어지게 하였다는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② 피고인도 피해자를 때리고 양쪽 손과 발목을 테이프로 묶었다는 등 살인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전부 시인하고 있어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 그리고 ③ 피고인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어 서로 신뢰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범행을 한 점, ④ 그 구체적 행위의 태양이나 전·후의 경위, 피해자가 발이 묶인 채로 추락하기까지 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와 같은 범죄사실만으로도 살인죄에 비하여 결코 사안이 가볍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나머지 범죄사실로 처벌하지 아니하는 것은 적정절차에 의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의 공소장 변경이 없더라도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그보다 가벼운 다른 범죄사실인 폭행이나 상해, 체포·감금 등의 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 그 죄로 처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공소장 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법원이 축소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경우
 

가. 대법원 2008.10.9.선고 2007도1220 판결 【명예훼손】 

(1) 사 안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피고인이 2005.5.11. 11:00경 경기도 용인군 양지면 소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00주년 기념관 채플실에서 1,2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위 대학교수이자 목사로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A교회 목사인 고소인 B에 대해 “A교회의 B는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그는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 그것도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에서 법원의 심리결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범죄사실이 인정되었다. 
 
(2) 판 단
(가)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 중에는 같은 조 제1항 소정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공소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에 대한 입증이 없다면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직권으로 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나, 다만 법원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이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을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2.14.선고 96도2234 판결 참조).
 

(나)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점에 있으므로, ② 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변경이 없음을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③ 원심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대부분의 심리과정 및 피고인의 방어방법 제출이 위 허위성 여부에 집중되어 왔던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심이 공소장 기재 적용법조의 변경 없이 위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직권으로 판단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이 직권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서 검사에게 이를 석명하지 않았다 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바(대법원 1999.12.24. 선고 99도3003 판결 참조), 원심판결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나. 대법원 1997.8.26.선고 97도1452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갈】

(1) 사 안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강간의 점은 인정되지 않고 상해의 사실만 인정되었다.

 

(2) 판 단
원심이 위의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를 심리한 결과 강간의 점은 인정되지 아니하나 상해의 점은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여도 공소장 변경이 없는 이상 이를 상해의 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대법원 1993.12.28.선고 93도3058 판결, 1996.2.23.선고 94도1684 판결 참조), 원심 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5. 법원이 축소사실을 직권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위법하다고 본 경우
 

가. 대법원 2006.4.13.선고 2005도9268 판결 【사기미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등】

(1) 사 안 
 

(가) 공소사실의 요지 (사문서위조 부분) 
피고인이 공소외 5와 공모하여 2001.9.경 군포시 당동 OO번지 소유자 공소외 6을 매도인으로 하고 공소외 5를 매수인으로 하여 위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 1장을 위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공범 공소외 5의 일관된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조된 위 부동산매매계약서 행사 및 이를 통하여 국민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편취하려 한 사기미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여 그 부분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위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위조하였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문서위조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판 단
 

(가) 법원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이 공범과 공모하여 사문서위조죄를 저지른 것으로 공소제기되었으나, 피고인이 제3자가 실제 사문서를 위조하였다고 주장함에 따라 그에 관하여 증거조사 등 심리를 진행한 결과 피고인(OO회사의 기획실장)이 공범 및 위 제3자(OO회사의 대표이사)와 함께 공모하여 사문서위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면, 원심으로서는 따로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직권으로 피고인, 공범 및 위 제3자의 공모에 의한 사문서위조죄를 인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만연히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대법원 2002.11.8.선고 2002도3881 판결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1) 사 안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999.10.중순 일자불상경부터 같은 해 11.3.까지 사이에 부산 강서구 대저 2동 6004-3 소재 공소외 1의 집 창고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을 제조, 판매하여 영리를 취할 목적으로 그 원료가 되는 물질인 에칠 에텔(Ethyl Ether) 30ℓ, 염산(Hydrochloric Acid) 1ℓ(이하 '이 사건 화공약품'이라 한다)를 숨겨두어 이를 소지한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화공약품을 구입하여 공소외 1의 집 창고에 보관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같은 해 9.말경 메스암페타민을 판매한 일로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되어 있던 중, 검찰에 메스암페타민 제조범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위 기소중지사건에 관하여 선처를 받아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메스암페타민 제조기술자인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화공약품을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도록 한 후 수사기관에 신고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지 결코 피고인이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판매하여 영리를 취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 그 판시와 같은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변명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영리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제조의 목적으로 이 사건 화공약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검사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 판 단
 

(가) 관련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영리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원심의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의 위배의 잘못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영리의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나)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11.9.선고 99도3674 판결 : 히로뽕 투약죄의 기수범으로 기소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실행행위에 착수한 사실은 인정되나 기수에 이른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마약류의 심각한 폐해와 마약사범의 급속한 증가현상에 비추어 볼 때 히로뽕 투약의 경우 그 미수범도 기수범에 못지 않게 그 사안이 중대하다고 할 것이어서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여겨지므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그 미수의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면 법원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히로뽕 투약 미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한 사례).
 

(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변소에 의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화공약품이 제조기술자인 공소외 2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인식 아래 그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소지하고 있었음은 명백하고(구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40조 제1항 제3호, 제3조 제3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가 되는 물질을 소지하여서는 아니되고, 이를 위반한 때에는 그 동기 여하에 관계 없이 죄책을 면할 수 없다.), ① 마약류의 심각한 폐해와 마약사범의 급속한 증가현상에 비추어 볼 때,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를 다량 소지한 경우 사안이 중대하다고 할 것이어서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여겨지고, ② 이 사건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이 사건 화공약품을 소지한 범죄사실로 인정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라)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에게 영리의 목적이 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을 참작하여 위 공소사실에 포함된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할 목적으로 그 원료가 되는 물질을 소지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증거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대법원 1990.12.7.선고 90도128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1) 사 안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운전 중 피해자 김은수를 치상에 이르게 하고도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죄로 공소제기가 되었으나 위 범죄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업무상과실치상죄만 인정되었다. 

 

(2) 판 단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죄는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자가 피해자를 구호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형법 제268조 소정의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이 정한 죄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한 결과 위 범죄는 인정되지 아니하나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인정된다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도 그 죄로 처단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0.3.13.선고 89도2360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원심 판결은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잘못하여 피해자를 치상한 점이 형법 제268조 소정의 업무상과실치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6. 검 토  
 

판례는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서 공소장변경이 없는 경우에 법원이 반드시 축소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고 축소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그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 그리고 판례는 축소사실의 인정 외에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사실의 인정의 경우에도 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대법원 2007.12.27.선고 2007도6650 판결 등).  
   

이에 대해 학설은 축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해야 하는지 또는 공소장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축소사실이 법원의 현실적 심판의 대상인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내용이라고 보고 축소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된 사실로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되었으므로 축소사실이 인정되면 유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거나(이은모,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466면; 이재상, 형사소송법, 박영사, 2012, 442면) 법원의 공소장변경 요구에 대해 예외적 의무설의 관점에서 검사에게 공소장변경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신동운, 신형사소송법, 법문사, 2012, 604-605면). 
   

공소사실에 대한 축소사실은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되었음이  분명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축소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변경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당연히 법원은 축소사실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법무법인 세인 변호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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