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폴 크루그먼 교수의 숭실대학교 특별강의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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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폴 크루그먼 교수의 숭실대학교 특별강의를 지켜보며
  • 법률저널
  • 승인 2012.10.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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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교수가 지난 수요일 오후 숭실대학교가 개최한 “숭실대학교석좌교수특별강좌”를 통해 “경제 민주화,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두 시간 동안 특강을 하였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예일대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1977년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교수의 지도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예일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를 거쳐 2000년부터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를 이어 그는 2008년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신자유주의무역이론이 안고 있는 강자독식이론을 비판하며, 기존의 비교우위이론으로만 무역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다양하고 규모의 경제성에 의해 경제력이 다른 국가 사이의 무역을 통해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무역이론을 주장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이론을 주창하여 왔다.


그는 숭실대학교에서의 석좌교수강의를 통해, 금융경제인들이 집중된 경제력을 이용한 유력 정치인에 대한 지원강화로 정치적 발언권을 얻은 후 이를 악용하여 정치인들의 정책결정에 깊이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들에게만 유리한 왜곡된 금융정책을 실현시켜 그들만을 위한 정책시행으로 부의 편중현상을 가속화시켜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즉 “증세와 복지확대”라는 정치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민주주의가 1인 1표제이기 때문에 가지지 아니한 다수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들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들 소수만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재벌, 즉 대기업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한 통제를 가할 필요가 있으며, 그럴 경우에만 중소기업도 살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의 말은 칼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며 어떻게 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흉기도 될 수 있고 이기도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민주적 소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경제적 문제로 인하여 교육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지 않도록 공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1대 99로 나뉜 현재의 미국 사회를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수퍼스타 이론”을 통해 비판하며, 구체적 예로 “펀드 매니저나 교사의 교육기간이 비슷한데도, 25명의 고소득 헤지펀드 매니저의 연봉을 합한 금액이 8만명 뉴욕 교사의 3년치 연봉과 맞먹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양극화가 더 큰 소득격차를 낳는 모순으로 이어져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하위 소득자 3분의 1의 정치적 목소리가 정치에서 무시된다.”고 강조하며, 이런 소득의 불경제는 정치의 불경제로 이어져 폐해가 극심하게 되므로, 보편적 정의실현을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이론적으로 민주주의 사회는 1인 1표제이기 때문에 다수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던 것처럼 시민 스스로 견제세력이 되어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약하더라도 교육받은 시민이 자신들이 행사하는 민주적 절차인 1인1표의 위력을 정치인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소수인 경제적 강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로 하여금 다수인 경제적 약자들의 투표권을 의식하게 만들 때 경제민주화 정책의 수립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그 동안 경제적 강자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노조 약화와 금융 규제 완화, 세율 감소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의 누적된 결과가 21세기에 들어와 사회적 양극화와 소득불균형으로 나타나게 되었음을 강조하였다.


그는 미국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옴으로써, “부시 저격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국제무역론과 국제금융론, 산업정책 분야에서 독보적 연구 업적을 쌓아 온 그는 “경제학의 향연 Peddling Prosperity(1995)”, “불황 경제학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1999)”, “미래를 말하다 The Conscience of a Liberal(2007)” 등의 저서와 200여 편의 논문을 통해 “따뜻한 경제”를 주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불황을 끝내야 한다 End This Deflation Now”라는 최근의 저서를 통해 강력한 정부의 재정정책이야말로 불황의 늪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 경제에 숨통을 트여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신자유주의정책을 신봉하며 추진해 온 대규모 감세정책, 기업규제완화, 공공기업의 민영화정책의 문제점을 주장하며, 정부의 재정정책, 즉 케인즈경제이론의 새로운 해석 및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18대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에게도 경제민주화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노벨경제학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숭실대학교 특별강의는 대단히 의의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진보 대 보수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며, 보수정당이 집권한 영국에서도 경제민주화정책이 많이 수립되었음에 비추어볼 때 정치인들이 정책을 잘못 수립하지 않도록, 다시 말해 금융 자본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도록 행사하여 소득이 상위 1%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지 못하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서 소득 분배의 불균형이 해소되도록 국민들의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제민주화는 실천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진 자들이 자기 가진 것을 스스로 내어 놓아 이를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주장을 내어 놓는 순간 몰매를 맞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가장 합리적인 경제이론을 수립하여 이를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폴 크루그먼 교수의 강의를 듣고자 2,000여 명의 학생과 외부인사가 “한경직 기념관”을 가득 매우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에서도 “경제민주화”가 화두 중의 화두로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갖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에 절망하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운 고실업사회에서, 부의 편중현상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최근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구체화시키고자 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재벌의 입장을 대변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내었다.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119조제2항, 즉 경제민주화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담판을 벌려 헌법조문화에 성공한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여든이 넘은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평생 신념인 경제민주화정책을 현실정치에 구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 온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제민주화정책에 대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무를 거부해 가면서까지 박근혜 후보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경제민주화를 이번 대선의 화두로 내세운 박근혜 후보로 하여금 자신을 내쳤다가는 이번 대통령선거의 최대화두인 경제민주화정책에 대한 신뢰성 없는 후보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토록 하여, 결국 이한구 원내대표를 대통령선거에서 2선으로 후퇴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정책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하여튼지 간에 경제민주화정책이 어떻게든 추진되기는 될 모양새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보다 먼저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온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생각에서 경제민주화정책을 주장한 안철수 후보도 역시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경제정책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제 유력한 모든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대선 화두로 던지고 있는바, 이들 중 누구의 경제민주화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을지 우리 모두는 지켜볼 일이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의 거짓 공약에 속지 않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1년 전 뉴욕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번져 나갔던 1%의 탐욕에 대한 99%의 월가점령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금융자본가들의 탐욕이 결국 수요자를 발가벗겨 빈 털털이로 만듦으로써, 수요가 불가능하게 되어 생산이 불가능하게 되는, 그래서 모두가 함께 망해버리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경제학자 및 정치인들이 본능적으로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위기가, 유럽의 경제적 위기가, 아시아의 경제적 위기가 상호연결될 수밖에 없는 세계화의 현상, 모든 것을 강자가 독식하는 것이 허용되는 신자유주의물결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우리나라 역시 폴 크루그먼 교수의 “경제민주화가 대한민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애정 어린 한 마디에 위로를 받는다. 빈부격차 문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놓아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어떤 철학을 가진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개선될 수도 개악될 수도 있다.”는 폴 크루그먼의 말에 우리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지출 삭감, 소득세율 인하, 친기업ㆍ반노조 정책” 등을 앞세운 로널드 레이건 정권, 부시 정권에서 근로자 임금이 크게 하락했다는 그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폴 크루그먼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누구를 뽑는가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성공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폴 크루그먼 교수에게 사인을 받겠다며 달려드는 수많은 숭실대학생들, 제자들을 지켜보며 교수로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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