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치의 발견』에 대한 짧은 생각 1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정치의 발견』에 대한 짧은 생각 1
  • 법률저널
  • 승인 2012.10.12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대선 경쟁이 본격적이 되었다. 3자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대선 경쟁은 이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통해서 정권교체라고 하는 목표를 이룰 것인지에 모든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후보단일화라는 이슈 외에도 다양한 정치적 이슈를 한국정치에 던져주고 있다. 먼저 국민경선제를 거친 문후보가 언제든지 당의 지분을 가지고 안후보에게 구애를 해야만 할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 대선경쟁은 과연 민주적 절차가 인기투표를 위한 들러리가 되어도 되는지라는 문제를 던져준다.
  

한편으로 정당에 기반을 두지 않은 후보에 대한 지지가 비현실적일 만큼 높게 나오는 것 역시 향후 정당기반이 없는 대통령이 과연 가능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또한 안철수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무엇인지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여론 조사에서 과거 30%대에 가까웠던 무당파가 5%대로 축소된 것 역시 한국정치의 큰 흐름에서는 그저 놀라운 일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변화의 갈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안철수라고 하는 인물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이라는 수요측 요인에 더해 참신한 인물이자 시대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안철수라는 새로운 정치적 공급요인이 더해지면서 현실적으로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크게 보면 한국정치에 다시 한 번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열망의 정치’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2002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가 그랬고 2007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그랬던 것처럼 기성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는 새로운 인물들과 만나면서 열망의 정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장집교수가 주장한 ‘열망과 실망의 정치’로 포착될 수 있다. 정치적 열망의 증대는 정치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이런 인적정치에 대한 이해는 제도정치에 대한 이해부족과 병행된다. 현실정치가 몇 몇 사람에 의해서 변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선거 이후 빠르게 배우면서 열망을 넘어서는 실망이 나타나게 된다.
  

안철수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열망의 정치 속에 있다. 이런 상황을 좀 더 체계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책이 박상훈 박사의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2011년, 폴리테이아출판사)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0년 11월에서 12월에 걸쳐서 했던 강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5회에 걸친 강의는 책에서 1강부터 5강까지로 만들어져 있다. 맑스 베버의 신념윤리(1강)에서 시작해서 오바마의 의사소통(2강)과 샤츠슈나이더의 정당민주주의론(3강)와 셰리 버만의 정치우선론(4강) 과 최종정리(5강)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 중 현재 상황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3강에 나오는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넓게 이해하려는 입장과 정치를 이상적으로 파악하려는 입장이나 정당에 기반하지 않은 정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존재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재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 3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3강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두 가지 입장인 실질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 사츠슈나이더라는 이론가를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로서 대의민주주의 특히 정당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넓혀서 이해하는 것이 가지는 문제점과 함께 현실에서 ‘작동가능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지평을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의 저자인 박상훈 박사가 주장하는 것은 확고하다. 민주주의는 작동가능해야 하며 제도안에서 실행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절차적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작동가능한 민주주의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할 경우 민주주의는 측정가능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만약 민주주의가 복수의 정당과 복수의 대안적 정보와 공정한 선거라는 요소들이 작동하는 제도들의 복합으로 이해된다면 민주주의는 측정가능할 뿐 아니라 인민들은 민주주의가 가진 현실적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진 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인민들의 열망을 구체적인 보완지점으로 향하게 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확장해서 도달해야 할 가치와 이념이자 당위로 이해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 이전에 민주주의를 넓게 이해하고 참여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떤 장점이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자. 민주주의의 확장적 이해 혹은 실질적이해는 민주주의를 지향해 나갈 그 어떤 것으로 보게 한다. 이것은 현재 작동하고 있는 현실양태로서 민주주의를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게 해준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를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민주주의를 작동해야 할 그 어떤 가치나 이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가지는가? 먼저 민주주의를 이념적으로 확장할 때 생기는 문제는 정치를 도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치를 도덕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정치의 도덕화’는 다른 문제이다. 즉 정치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고 당위적 측면에서 이해할 때 인민들은 현실정치에서 제기되는 권력을 통한 지배와 권력을 통한 더 나은 사회개혁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등한시 하거나 죄악시 한다.
  

정치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과 의지만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선의의 의지와 함께 현실적으로 악마와도 타협할 수 있는 권력적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정치공동체에서 권력 없이는 어떤 순수한 목적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정치에서 권력을 통해서 그리고 국가를 통해서 정치현상을 개선하고 사회적 선을 실천하는 것을 죄악시해서는 안된다. 모든 인간을 선한 존재로 규정하고 이들 간의 합의가능성만을 고려한 채 권력을 배제하는 것은 인간 현실에 대한 몰이해일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인간현실의 부정이다. 추악하고 권력 지향적 인간들과 순수한 인간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정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현실에 기반한 정치이해가 정치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정치에는 순수한 의도와 좋은 결과가 모두 나타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를 도덕적으로 이해하면 현실정치에서 필요한 권력과 권위와 리더십 등을 무시하기 쉽다. 이상주의자들이나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은 사회적 갈등의 존재를 부정하기 쉽다. 또한 갈등을 죄악시 하면서 이것에 도덕적인 굴레를 씌운다. 이렇게 정치에서 가치가 다를 수 있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면 사회는 다원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이러한 사회는 도덕적 전체주의로 가게 된다. 이런 사회는 ‘도덕’과 ‘부도덕’으로 정치적 편을 가르게 된다. 결국 도덕이 정치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반면에 정치의 도덕화는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정치를 운영하는 이들의 도덕성을 키워서 진정한 리더로 만드는 것이다. 현실정치에 있는 실체로서 정치인들을 도덕적이 되게 하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발을 딛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정치의 도덕화와 별개로 앞서 본 것처럼 도덕적인 기준을 통해서 정치를 이해하는 것은 현실의 인간상황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민주주의의 이념적 이해의 문제점과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샤츠슈나이더의 입장을 살펴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