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합동범에 있어서 공동정범의 성립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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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합동범에 있어서 공동정범의 성립 인정
  • 법률저널
  • 승인 2012.08.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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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1998.5.21.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속칭 삐끼주점의 지배인으로서 주점의 손님인 피해자를 때려 피해자로부터 신용카드를 강취하고,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상피고인 1(삐끼), 2(삐끼주점 업주) 및 공소외인(삐끼)과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삐끼주점의 분배관례에 따라 분배할 것을 공모하여,
 

피고인은 삐끼주점 내에서 피해자를 계속 붙잡아 두면서 감시하는 동안 상피고인 1, 2 및 공소외인은 피해자의 위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1997.4.18. 04:08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엘지마트 편의점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합동으로 현금 473만원을 인출하여 절취하였다.

 

나. 사건경과
 

항소심(원심)은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인용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엘지마트 편의점에서 범한 특수절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합동범의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상고하였다.
 
2. 쟁 점
 

현장에서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게 합동범인 특수절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 절도죄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이하 '합동절도'라고 한다)에 관한 규정은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현장에서 합동하여 절도의 범행을 하는 경우는 범인이 단독으로 절도 범행을 하는 경우에 비하여 그 범행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대규모적으로 행하여져 그로 인한 피해도 더욱 커지기 쉬운 반면 그 단속이나 검거는 어려워지고, 범인들의 악성도 더욱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행위를 통상의 단독 절도범행에 비하여 특히 무겁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합동절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 2인 이상의 범인의 공모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 요건으로 2인 이상의 범인이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야 하며, 그 실행 행위는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가 있음을 요한다.
 나. 한편 2인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내용의 공모를 하고, 그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면 그 공모에 참여한 사람은 직접 실행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범죄를 하였다는 점에서 자기가 직접 실행행위를 분담한 경우와 형사책임의 성립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형법 제30조).
      

이와 같은 공동정범 이론을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합동절도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2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1인의 범인만이 단독으로 절도의 실행행위를 한 경우에는 합동절도의 객관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합동절도가 성립할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3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적어도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공동정범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그 공모에는 참여하였으나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 대하여도 그가 현장에서 절도 범행을 실행한 위 2인 이상의 범인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는 한 그 다른 범인에 대하여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56.5.1.선고 4289형상35 판결, 1960.6.15.선고 4293형상60 판결 등 참조).
 다.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이 위와 같이 3인 이상이 공모하고 적어도 2인 이상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실행한 경우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공동정범의 성립가능성을 제한한다면 직접 실행행위에 참여하지 아니하면서 배후에서 합동절도의 범행을 조종하는 수괴는 그 행위의 기여도가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합동절도에서도 공동정범과 교사범 · 종범의 구별기준은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 범행현장에 존재하지 아니한 범인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장소적으로 협동한 범인도 방조만 한 경우에는 종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이와 다른 견해를 표명하였던 대법원 1976.7.27.선고 75도2720 판결 등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라. 비록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간 일이 없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라면 피고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현장에서 실행한 상피고인 1, 2 및 공소외인과 공모한 것 만으로서도 그들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합동절도 범행의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합동절도 범행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4. 위 변경된 대법원 1976.7.27.선고 75도2720 판결의 내용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1974.7.11. 16:00 부산시 용호동 소재 철거민 이주촌 건축공사장에서 상피고인 및 공소외인과 한자리에 모여 상피고인과 공소외인은 직접 소를 훔치기로 하고 피고인은 트럭을 대절하여 훔친 소를 함께 운반하는 등으로 서로 공모하여, 피고인은 A가 운전하는 트럭을 대절하여 그 익일인 같은달 12. 06:30경 경남 진양군 용산리 부락 앞 속칭 도래고개 국도상에서 같은날 03:20경 같은 마을의 피해자 집에서 황소를 절취하여 그곳에서 피고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피고인과 공소외인을 만나 위 트럭에 본건 황소를 싣고 부산까지 운반하였다.

 

나. 원심 판결
 

원심은 형법 제331조 제2항의 특수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의 공모사실과 객관적 요건으로서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며 그 실행행위 또한 시간적 장소적으로 합동관계에 있음을 요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은 본건 절도행위에 있어서 그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간적 장소적으로도 합동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수절도죄의 유죄 제1심 판결을 파기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 판결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에 규정된 소위 합동절도의 경우에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모 외에 객관적 요건으로서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어야 하고 그 실행행위에 있어서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협동관계가 있음을 요하므로(대법원 1969.7.22선고 67도1117 판결 참조) 피고인의 실행행위(훔친 소를 사후에 운반한 점)를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절취행위와 협동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그 소위를 합동절도로 문의할 수 없음은 원판시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위 공동정범에 있어서 범죄행위를 공모한 후 그 실행행위에 직접가담하지 아니하더라도 다른 공범자의 분담실행한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71.4.30선고 71도496 판결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본건 공소사실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지므로 피고인은 일반 절도죄의 공동정범 또는 적어도 합동절도 방조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위와 같은 원판시는 공동정범 내지 종범의 법리를 오해하여 공소가 제기된 사실에 대하여 심판을 다 아니 하였다는 허물을 면할 수 없으므로 이 상고는 결국 이유있어 원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5. 검 토
 

합동범에 있어서 합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는 공모공동정범설, 가중적 공동정범설, 현장적 공동정범설이 있기는 하나 시간적 · 장소적 협동을 필요로 한다는 현장설이 학계의 통설(배종대, 형법각론, 홍문사, 2010, 397면; 박상기, 형법각론, 박영사, 2011, 265면; 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 2010, 286면; 임웅, 형법각론, 법문사, 2012, 319면)이고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합동범의 의미에 대해 현장설을 따르면서도 합동범에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여 현장에서 직접 협동하지는 않아서도 합동절도 범행의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수절도죄가 바로 성립하지는 않아도 특수절도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의 통설은 합동범의 본질을 시간적 · 장소적 협동이라는 현장설에 의할 때에 현장에서 협동하지 않은 자는 특수절도죄의 정범이 될 수 없고 공동정범도 정범인 이상 결국 합동범의 공동정범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배종대, 앞의 책, 397면; 박상기, 앞의 책, 265면; 이재상, 앞의 책, 286면; 임웅, 앞의 책, 319면). 
   

합동범에 대하여도 공동정범의 일반 이론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직접 실행행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배후에서 합동범의 범행을 조종하여 정범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자를 엄벌하여 집단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에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하겠다. 
   

사안에 따라서는 범행 장소를 한 곳으로만 국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에서도 상피고인들이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편의점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계속 붙잡아 두면서 감시한 삐끼주점도 범행신고를 통제하는 등 범행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장소로서 범행장소와 같이 평가받을 수는 없을까?
 
 * 핵심사항 : 공동정범, 교사범과 종범, 주관적 요건인 공모, 객관적 요건인 실행행위의 분담, 합동범, 절도죄, 특수절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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